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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가 부러워하는 이 시대의 영웅은?(연중 제6주일)
   2015/02/14  14:1

우리가 부러워하는 이 시대의 영웅은?

(연중 제6주일)

         마르코복음 1,40-45

 

스페인에서 온 유 의배(루이스 마리아 우리베)라는 올해 69살인 프란치스코 회 수사신부가 1980년부터 34년 동안 경남 산청의 한센인 복지시설인 성심원에서 봉사하고 있다. 평균연령 76살인 한센인 130여 명과 지체장애인 10여 명을 보살피고 있다. 유 신부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더우나 추우나 병이 난 한센병자를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간다. 유 신부는 한센인 어른들을 만나면 보기가 민망할 정도로 일그러진 그들의 얼굴을 어루만지거나 볼에 입을 맞추는 등 남다르게 인사를 한다. 유 신부는 이렇게 말했다.

 

한센인들 중에는 앞을 보지 못하거나 귀가 잘 안 들리는 분들이 꽤 많다. 한국식으로 고개를 숙여 인사하면 그분들은 못 보고 지나친다. 그래서 스페인에서 하던 대로 안고 볼에 입을 맞추며 인사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한국식 인사가 아니라 싫어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어르신들이 좋아했다. 그 이후로 이렇게 스킨십을 하며 인사하게 됐다.”

 

유 신부가 뒤에서 한센인 할머니를 꼭 껴안고, 눈을 가렸다. “누구게?” “누구긴요. 신부님이지.” 유 신부는 이처럼 한센인 할머니들에게 장난기 넘치는 인사를 하곤 한다. 올해로 아흔 살인 한센인 정삼례 할머니는 두 눈이 어두워 앞을 잘 보지 못하는데, 유 신부의 인기척을 느끼고는 손가락이 잘려나가 뭉툭해진 두 손으로 박수를 쳤다. 유 신부는 정 할머니에게 다가가 두 볼을 어루만지며 이마에 입을 맞췄다. 두 사람은 마주 보며 활짝 웃었다. 얼굴에 깊은 주름이 꽃처럼 활짝 피었다. 하루는 병원에 입원한 한센인 어른을 위해 유 신부가 귤을 사가지고 갔다. 귤을 까서 그 한센인의 입에 넣어줬는데, 어르신이 시다고 하니까 유신부가 그 귤을 그 사람의 입에서 다시 꺼내서 자기가 먹었다. 마치 아이가 입에 넣었던 음식을 엄마가 먹는 것처럼 말이다.

 

유 의배 신부에게 한센병에 전염되면 어떻게 하겠느냐? 하고 걱정이 되어 물었다. 그는 전염이 극히 희박하지만 전염되더라도 운명이라 생각하겠다고 대답했다. 한센병은 좀체 전염되지 않는 병이다. 한센병을 옮기는 한센병균은 공기 중에서 3초 안에 죽기 때문에 전염되기 어렵고, 체내에 들어가도 대부분의 사람은 면역력이 있어 저절로 치유된다. 한센병은 약물로도 치료된다.

유 의배 신부에게 한국을 어떻게 알게 됐는지 물었다.

어릴 때 아버지가 집에서 라디오를 자주 켜 놨다. 한창 한국전쟁이 벌어지던 시기였다. 그때 코리아도 내 고향 게르니카처럼 폭격을 맞고, 우리랑 비슷하게 살고 있겠다하고 생각했다. 이처럼 자연스레 관심을 가졌다.”

 

유 신부가 태어난 스페인 게르니카라는 도시는 독일 나치의 폭격으로 시민의 3분의 1이 죽은 곳이었다. 그가 태어나기 9년 전 1937년에 독일 나치가 스페인의 파시스트 정권인 프랑코를 지원하기 위해 무차별 폭격했다. 그때 유 신부의 집도 폭격을 맞아 다 부서졌다. 가족들은 지하실로 대피해 겨우 살아났지만, 그동안 일궈놓은 모든 것들이 사라졌다. 그가 어렸을 때 도시 곳곳에는 폭격의 흔적이 남아 있었단다.

 

한센인에 대해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는지 유 의배 신부에게 물었다. 이렇게 대답했다.

 

신학교를 졸업한 1970년 사제로 서품된 뒤 3년이 지나 스페인에 있는 한센인 마을에서 봉사했다. 한국인 한센병자들은 신경이 마비된 경우가 대부분인데 비해, 이 마을의 한센병자들은 한센병균이 피부에 집중적으로 감염되어 외모가 눈 뜨고 보기가 민망할 만큼 참혹하여 쳐다보기가 무섭기까지 했다. 그래도 그 마을에서 수녀님과 신부님이 헌신적으로 한센인들을 돌보며 그들을 안는 것을 보고 나도 나중에 한센인들과 함께 살아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유 신부는 이 마을에서 견습생으로 경험을 쌓은 뒤 남미 볼리비아 안데스산맥 해발 4천미터 높이에 있는 티티카카 호수 근처 인디언들에게 파견되었다. 거기서 늘 한국에 가고 싶어 했단다. 한국으로 보내달라고 했더니 장상들이 박정희 군사정권이 독재를 하고 있는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국가이기 때문에 젊은 사제를 보내기는 위험하다며 나의 간청을 받아주지 않았다. 그러다가 하느님이 은혜를 내리셔서 1976년 서울로 올 수 있게 되었다. 유 신부는 서울에서 2년 동안 한글을 배우고 나서 산청 성심원으로 부임했단다.

 

유 의배 신부가 산청 성심원에서 34년간 장례미사를 거행해준 사람은 총 529명이다. 유 신부는 지금까지 사망자 300명에게 염을 해주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처음엔 염을 할 사람이 없어서 내가 염을 했다. 그 전까지 염을 하던 장의사가 일을 그만뒀고, 한센인이라 누구도 나서서 염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어차피 내가 줄곧 옆에서 임종을 지켰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함께한다는 마음으로 염을 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하고 있다. 염을 하면서 돌아가신 분과 이런저런 얘기를 한다. 살아 있을 땐 손이나 얼굴 정도 볼 수 있는데, 씻기기 위해 옷을 벗겨보면 여기저기 상처가 있거나 앙상하게 마른 것을 볼 때가 있다. 그러면 그동안 얼마나 아팠을까? 잘 돌봐주지 못해 미안해요.’라고 말하며 염을 한다. 아마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뒤 십자가에서 내려 오셨을 때의 모습도 비슷하지 않았을까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나병환자의 몸에 손을 대어 깨끗하게 해주고 하느님과 건강한 사람들과 관계를 회복시켜 주셨다. 예수님은 나병환자에게 영원한 생명과 영복을 주기 위해 십자가에서 참혹한 죽음을 당하셨다. 예수님은 우리 죄 때문에 천벌을 받아 흉측하게 보이는 한센병자보다 더 참혹한 모습이 되셨다. 그러나 하느님은 목숨을 바쳐 전 인류의 죗값을 대신 치른 예수님을 부활하게 하시어 천상천하 모든 피조물을 다스리는 주님으로 등극시키셨다.

 

유 의배 신부는 성심원에서 한센병자들 가운데 계시는 예수님을 만나 뵙고 날마다 기쁘고 행복하게 그들과 동고동락하고 있다. 차마 눈을 뜨고 보기가 민망한 한센병자를 예수 그리스도로 보는 사람이 하느님을 닮은 사람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유 의배 신부는 우리가 평생 추구해야 하는 목표가 예수님을 닮는 일임을 솔선수범으로 가르치고 있다. 유 신부는 21세기의 영웅이요 사계절의 멋쟁이다. 그가 부럽지 않는가?

 

하느님은 유 신부를 한센인들에게 보내 당신을 대신하여 그들을 보살피게 하셨다. 그들이 저주 받은 인생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에 참여하여 그분을 닮게 해주셨다. 하느님은 그들이 예수님과 함께 인류의 죄를 속죄하는 보람 있고 값진 삶을 살게 해주셨다. 한센병자들은 질병, 고독, 경제적 빈곤, 역할 상실이라는 엄청난 시련 가운데서 의욕과 열정을 잃어가다가 유 신부를 만나 고통 받아야 하느님을 닮을 수 있음을 배웠다. 고통이 영원한 생명과 영원한 행복의 밑거름임을 깨달았다. 성심원의 한센병자들은 훗날 천국에서 자기들이 가장 많은 복을 받았음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도 세례를 받았을 때 하느님께 십자가에 달려 계시는 예수님을 본받아 성심원의 천사 유 의배 신부처럼 전심전력을 다해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겠고 약속했다. 지금까지 우리도 예수님을 꽤 많이 닮은 것 같다. 아침에 잠을 깨자마자 예수님을 그리워하고, 낮에도 예수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잠자리에 들 때에도 예수님을 생각한다. 비신자들이 우리의 복음선포에 쌀쌀맞게 반응해도 위축되지 않고 더욱더 열정을 가지고 복음을 선포하려고 애쓴다. 내가 가정, 교회, 직장의 공동선을 건설하는 데 장애물이라고 여겨지면 즉시 자리를 양보하고 자신을 희생할 줄 안다. 나의 이익과 성공을 위해 남을 희생시키지 않는다. 날마다 이웃에게 도움을 주는 삶을 살기 위해 애쓴다. 유 의배 신부가 한센병자 같은 사람들도 사랑하는데 그들보다 훨씬 더 사랑하기 쉬운 내 아내와 남편과 부모와 이웃을 사랑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예수님 시대나 오늘도 한센병은 하느님과 건강한 사람들에게서 격리되는 천벌로 간주되었다. 하느님과 이웃을 저버리고 미워하는 사람은 스스로 고립되는 사람으로서 영적인 뜻으로 나병에 걸렸다고 여길 수 있겠다. 이런 뜻으로 내가 한센병자가 아닐까? 육신이 아무리 멀쩡해도 남을 미워하고 남을 헤치고 불행하게 하는 사람은 아무리 육신이 멀쩡하고 비싼 옷으로 이 육신을 치장해도 파멸의 길로 들어선 사람일뿐이다.

 

스승님은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마르 1,40)

예수님은 한센병보다 더 추악하고 고약한 우리 죄를 용서하여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할 힘을 주신다.

 

사람에게 마음을 주면 더 큰 사랑의 상처를 입는다. 마음을 주기에 앞서서 앞으로 마실 독약인 마음의 상처를 미리 생각해야 한다. 분명히 마음의 상처를 입을 것을 알고서도 마음을 주어야 살 수 있다. 마음을 주지 않고는 못사는 것이 인생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없어 마음을 줄 대상이 없는 사람은 사람답게 살 수 없다. 사랑을 그만두는 날은 삶의 힘이 끝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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