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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놓아버려라(방하착放下着) ↔ 지고 가라(착득거着得去)(사순 제1주일)
   2015/02/21  10:8

놓아버려라(放下着) ↔ 비고 가라(着得去)(사순 제1주일)

마르코복음 1,12-15

 

   산사의 스님들이 방하착放下着이란 예화를 자주 사용한다. 그 내용은 이렇다. 한 스님이 탁발을 하러 길을 떠났다. 산세가 험준한 가파른 절벽 근처를 지날 때 자기 절벽 아래서 사람 살려하는 절박한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 왔다. 절벽 밑을 내려다보니 어떤 사람이 실족을 했는지 절벽으로 굴러 떨어지다가 나뭇가지를 붙잡고 대롱대롱 매달려 살려달라고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이었다. “어떻게 떨어졌소?” 하는 스님의 물음에 그가 애처롭게 대답했다.

사실은 나는 앞을 못 보는 봉사올시다. 산 넘어 마을로 양식을 얻으러 가던 중 발을 헛디뎌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지고 말았는데, 다행히 이렇게 나뭇가지를 붙잡고 구사일생으로 살아 있답니다. 어서 날 좀 살려주세요. 이제 힘이 다 빠져 곧 떨어져 죽을 것 같습니다.”

스님이 아래를 살펴보니 그 장님이 붙잡고 있는 나뭇가지는 땅 바닥에서 겨우 어른 키 하나쯤 위에 있었을 따름이다. 뛰어 내려도 다치지 않을 위치였던 것이다. 그래서 스님이 장님에게 외쳤다.

지금 잡고 있는 나뭇가지를 그냥 놓아 버리시오. 그러면 더 이상 힘 안들이고 편안해 질 수 있소.”

그러자 절벽 밑에서 눈먼이가 애처롭게 부탁했다.

내가 지금 이 나뭇가지를 놓아버리면 천길 만길 낭떠러지로 떨어져 즉사할 것인데, 앞을 못 보는 이 사람을 불쌍히 여기시어 제발 좀 살려주시구려.” 하고 통사정했다.


그러나 스님은 봉사의 애원에도

살고 싶으면 당장 그 손을 놓아버리세요.”라고 계속 외쳤다.


그러다가 힘이 다 빠진 장님이 손을 놓자 땅 밑으로 툭 떨어지며 가볍게 엉덩방아를 찧었다. 잠시 정신을 차리고 몸을 가다듬은 장님은 멋쩍어 하며 인사도 잊은 채 급히 가버렸다.

 

놓아버리라는 말을 불교에서 방하放下라 한다. 정신적이고 육체적인 모든 집착을 버리고 해탈하는 것, 집착을 일으키는 여러 인연을 놓아 버리라는 뜻에서 방하착放下着이라 한다. 본디 이 말은 기원후 9세기 중국 당나라 시대 인품이 매우 훌륭해서 엄양존자라고 불린 엄양이라는 스님이 선승禪僧 조주(778-897)를 찾아가 대화한 데서 유래했다. 엄양이 조주에게 이렇게 물었다.

 

물건 하나도 가지고 오지 않았을 때에 어떻게 합니까?”

  (一物不將來時 如何?).

 

참선을 하려는 사람의 기본자세는 물건을 하나도 가지지 않는 것이다. 이는 물질인 물건뿐만 아니라 우리 마음이 옳음이나 그름이나, 좋은 것이나 나쁜 것이나, 사랑스러움이나 미움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엄양은 자기가 모든 집착을 버렸다는 뜻에서 물건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조주가 이렇게 대답했다.

 

방하착하라.”

 

엄양이 되물었다.

 

물건 하나도 가져오지 않았는데 무엇을 방하합니까?”

 

조주가 이르기를,

 

그러면 지고 가거라.”(착득거着得去)

 

방하착은 착득거의 반대말이다.

 

 

엄양은 자기가 물건 하나를 가져왔어야 놓아버릴 수 있는데 도대체 무엇을 새삼스럽게 놓으라는 말씀인지 의아하게 생각했다. 엄양은 자기가 모든 것을 방하착하여 도를 깨우쳤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백전노장인 조주선사는 그가 여전히 집착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여겼다. 그것은 다름 아닌 한 물건도 가지고 온 것이 없다고 하는 그 생각이 곧 집착이라는 것이다. 그 생각까지 놓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무집착, 무념無念, 무상無相, 무일물無一物의 경지에 다다른다. 나는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남아 있는 한, 그는 아직 깨닫지 못한 것이다. 선승 조주가 볼 때 엄양은 스스로 도사인 척하는 자들을 대표한다는 것이다. 이런 뜻에서 조주는 그에게 집착을 지고 가라고 일렀던 것이다.

 

우리도 앞을 못 보는 장님과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다. 장님이 그 나뭇가지가 자기를 살려주는 생명줄인 줄 알고 죽자 사자 붙잡고 늘어지듯이, 우리도 썩은 나뭇가지 같은 물질과 권력과 부귀영화와 명예를 영원한 생명줄로 착각하고 끝까지 붙들고 발버둥치는 불쌍한 인간이 아닌가? 끝없는 욕망에 집착하며 지금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놓아버리면 곧 죽어버릴 것이라고 여겨 바둥바둥 발버둥치는 눈뜬장님이 아닐까? 눈뜬장님과 비슷한 말은 청맹과니, 당달봉사라 한다. 요컨대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나 실제로는 앞을 보지 못하는 눈이나 그런 눈을 가진 사람, 사리에 밝지 못 해 눈을 뜨고도 사물을 제대로 분간하지 못 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착득거 하지 말고 방하착 하여라. 자기를 지켜주는 생명줄이라고 붙잡고 있는 것들을 과감하게 놓아 버려야 편안하게 살 수 있다. 우리 마음속에는 온갖 욕망과 갈등, 증오와 원한이 도사리고 있으며 우리를 괴롭히고 불행하게 만든다. 이 모든 집착을 홀가분하게 벗어 던져버리는 사람이 인생을 가장 행복하고 보람 있게 산다.


우리를 유혹하는 것은 육체적 욕망, 교만, 이기심, 이 세 가지인 것 같다. 우리는 이것들 때문에 끊임없는 불행 속에서 허우적거린다. 현재 인류를 가장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물질 만능주의와 무신론적 가치관과 패권주의인 것 같다. 강한 자가 약자의 생명과 권리를 경시하고 유린하자 약자도 강자의 생명과 권리를 헤쳐서라도 자기 생명과 권리를 확보하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기주의자는 타인의 이기주의를 용납하지 못해 더 악랄한 무기로 보복하고 폭력의 악순환을 잉태시킨다. 예컨대 미국과 동맹 국가들이 시리아, 이라크, 아프카니스탄, 리비아, ‘이슬람국가를 세우려는 폭력단체와 대결하고 있는 데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또한 우리는 부정부패의 온상인 정치권과 공직사회, 여론을 조작하여 온갖 타락을 부추기며 돈벌이에 혈안이 된 언론인들의 행태, 북한의 독재정권을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이기주의를 보며 착득거에 집착하면 어떠한 비극이 초래되는지를 절감한다. 모든 사회악이나 세상의 죄는 나 혼자 모든 것을 다 차지하려는 집착 着得去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우리 자신의 착득거가 사회악을 이루는 데 한 몫을 하고 있음을 잊지 말자.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이기적인 집착을 어떻게 벗어버릴 수 있을까? 오늘 사탄의 유혹을 이기신 예수님이 그 해결책을 주신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들이시지만 우리와 같은 사람이 되었기 때문에 유혹과 시련을 겪으셨다. 예수님도 우리처럼 사탄에게 유혹을 받고 시련과 단련으로 완전한 인격이 되셨다(히브 4,15). 사탄의 유혹에 지는 사람은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지 않고 자기의 인간적 뜻에 따라 사는 사람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성령의 감도에 따라 사탄을 대적하고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셨다. 그래서 예수님은 야수들과 우호관계를 맺으셨다. 원조 아담이 초래한 피조물과의 적대관계를 우호관계로 바꾸신 구세주이시라는 뜻이다. 이처럼 예수님은 끝까지 당신의 뜻을 추구하려는 유혹을 이기고 우리에게 낙원을 베풀 자격과 능력을 갖추셨다. 그분도 당신 자신을 착득거 하지 않고 방하착 하셨다는 뜻이다


십자가 위에서 예수님은 회개한 죄수에게 낙원, 하느님과 함께 사는 복을 약속하셨다(루카 23,43). 그리스도께서는 당신과 함께 죄를 이긴 승리자들에게 하느님의 낙원에 있는 생명나무의 열매(창세 2,9)를 먹게 하겠다고 이르셨다(묵시 2,7). 낙원과 생명나무는 그리스도께서 당신을 위해 시련을 이긴 방하착한 승자들에게 죽은 뒤에 주시는 불사불멸과 영원한 행복을 뜻한다(묵시 22,1-5).

 

예수님을 본받아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아낌없이 미련 없이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십자가에 못 밖아 버리자. 이를 위해 세례성사를 받지 않았는가? 사순절에 꾸준히 시련과 극기를 감행하여 악습과 고약한 성질을 죽이고 훌륭한 인격을 갖추자.


인격을 완성하는 중요한 바탕은 솔직할 용기, 유혹에 저항할 용기, 사실을 말할 용기, 가식 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줄 용기, 다른 사람의 부와 권력에 부도덕하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 안에서 정직하게 살아갈 용기이다.”(Samuel Smiles)

 

 

             잘 읽히는 책  

판매처: 가톨릭출판사, 바오로딸, 성바오로

박영식, 루카 복음(예수의 유년사). -루카복음 1-2. 입문, 새 본문   

               번역, 해설? 도서 출판 으뜸사랑 2013

-----, 구약성경에서 캐내는 보물 1. 모세오경의 주된 가르침. 가톨릭

         출판사 2015(증보)

-----, 공관복음을 어떻게 해설할까. 도서출판 으뜸사랑 2012

-----, 마르코 복음 해설. 도서출판 으뜸사랑 2012년 개정 초판

-----, 루카 복음(예수의 유년사). -루카복음 1-2. 입문, 새 본문

        역, 해설? 도서 출판 으뜸사랑 2013

-----, 루카복음. 루카복음 3-24장 해설. 도서출판으뜸사랑 2013

-----, 마태오 복음 해설. 도서출판 으뜸사랑 2013년 개정초판

-----, 오늘 읽는 요한 묵시록. 바오로딸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