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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공자님은 말년을 상가 집 개처럼 살아 성인이 되었다(연중 제11주일)
   2015/06/13  9:20

공자님은 말년을 상가 집 개처럼 살아 성인이 되었다

(연중 제11주일)



마르코복음 4,26-34

 

공자는 인물이 잘 생기지 않았던 것 같다. 어떤 여자가 그의 모습을 이렇게 묘사했다. “입술이 바짝 마르고 이빨이 톡 튀어나온 게 칠일 동안 굶은 상인데, 귀가 얼굴색보다 흰 걸 보니 문장만은 천하에 알려질 만 하겠군.” 성현으로 알려진 공자가 모든 면에서 뛰어난 인물이 아니었다. 오히려 우리보다 인물이 더 못 생겼을지도 모른다. 또한 공자는 40대 후반부터 주역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어느 날 자기의 여생을 점치는 괘를 뽑아보았는데, ‘화산려火山旅라는 괘가 나왔다고 한다. 는 나그네 신세를 뜻한다. 세상사의 이치에 통달한 성인으로 여겨지는 공자도 50대 중반부터 60대 후반까지 14년을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는 나그네 신세였을 뿐만 아니라 상갓집 개喪家之狗로도 살았다. 이 기간 죽을 고비를 네 번이나 넘기고, 날마다 먹고 잘 곳을 걱정해야 하고, 강도들에게 포위되어 열흘 이상이나 굶주리기도 했다. 상갓집 개라는 말은 중국 역사의 아버지로 곱히는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나온다. 이 말은 공자가 밥을 줄 주인이 없어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음식 찌꺼기를 주워 먹어야 하는 개처럼 비참한 삶을 살았다는 뜻이다. 직장도 잃어버리고, 돈도 떨어지고, 길바닥에 나앉아야 하는 노숙인의 처지였던 것이다. 이처럼 인류의 위대한 스승으로 추앙받는 공자도 인생 후반부에는 완전히 실패하여 불운한 삶을 살았던 서글픈 팔자였다. 중국역사의 아버지라 불리는 사마천司馬遷(기원전 145? - 기원전 86?)이 공자의 이러한 말년에 대해 기록해주었기 때문에 우리는 공자가 파란만장하게 살았음을 알게 된 것이다. 이 기록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성인 공자만 알았지 상갓집 개 같은 삶을 살았던 공자의 생활에 대해서는 몰랐을 것이다. 공자는 69세에 상갓집 개 같은 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73세에 죽었다. 고작 4년 동안 말년의 여유를 가지고 제자들과 함께 자신의 인생을 정리하는 그 훌륭한 저술들을 남겼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오랜 기간 사람의 근본적인 문제인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기조차 어려운 처지에서 초상 집 개처럼 비참하게나마 목숨을 부지하려고 온갖 애를 다 써야 했다. 그 가운데 남에게 어진 사람이 참인간임을 뼈저리게 깨달은 것 같다. 그래서 자기 가르침을 어질 인으로 요약한 것으로 보인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왕권이 이 세상에서 실현되는 것을 겨자씨 비유로 묘사하셨다. 씨 크기가 0,95밀리미터 내지 1,6밀리미터밖에 되지 않는 겨자씨가 다 자라면 1미터 50센티미터에서 3미터 정도나 되기도 했다. 그래서 하늘의 새들이 겨자 나무 그늘 밑에 깃들일 수 있다. 이처럼 큰 나무가 되기까지 겨자씨는 일단 땅 속에서 썩어야 한다. 이처럼 썩는 가운데서 새 생명이 잉태되어 나온다. 그 다음 수분결여, 잡초와 싸움, 모든 식물을 태워버릴 것 같이 작열하는 햇빛, 병충해, 새들의 침입 들, 온갖 난관을 이겨내야 한다. 이러한 겨자씨처럼 예수께서 처음 선포하신 하느님의 왕국도 작고 미약하게만 보였다. 더구나 예수님은 정치범으로 십자가에 못 박혀 처형되셨기 때문에 이 겨자씨가 완전히 죽어버린 것처럼 보였다. 예수님의 구원활동이 그분의 죽음으로 완전히 실패한 것 같았다. 그러나 예수님은 부활하여 인류의 최대 원수인 죽음과 모든 불행을 없애주신 주님으로 임하셨다. 겨자씨만큼 작은 하느님의 왕권이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로 모든 민족이 구원받으러 모여오는 큰 나무처럼 된 것이다. “하늘의 새들이 그 그늘 밑에 깃들일 수 있게 된다.”(마르 4, 32). 하늘의 새들은 모든 민족들을 가리키고, 겨자 나무의 큰 가지가 만든 그늘 밑에 깃들인다는 말은 그들이 지속적 보호를 찾았다는 것을 상징한다. 모든 민족들이 하느님 왕국의 복음을 믿고 따라 구원과 영생을 누린다는 뜻이다.

 

초기 교회도 복음을 선포하는 과정에서 이와 비슷하게 체험했다. 하느님의 왕권에 속하는 신앙생활도 약하고 왜소하게 보이고 박해받기 일쑤였다. 그러나 교회가 하느님 왕국의 복음을 선포한 결과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척박하고 가난한 땅, 로마제국의 식민지인 유다에서 십자가에 처형되신 예수님의 입에서 울려 퍼지기 시작한 하느님 왕국의 복음을 오늘까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민족들이 믿고 따르고 있다.

 

공자는 못 난 얼굴에 오랜 세월 상가 집 개처럼 비참하게 살아 어질게 사는 이가 훌륭한 사람임을 가르치는 인류의 스승이 되었다. 석가모니는 부처가 된 다음에도 입을 옷이 없었는지 불성지佛聖池에서 죽어가는 노파에게 누더기 옷을 공양 받았던 것이다. 이처럼 자신을 다 비워 부처가 되고 인류에게 자비를 가르치고 있다. 공자와 석가모니는 인류를 위해 제 목숨을 바치지는 않았다. 그러나 예수님은 피조물인 이 두 성인과는 달리, 하느님 아버지와 함께 모든 피조물을 창조하신 주님이요 당신 목숨을 속죄 제물로 바쳐 하느님의 왕국을 만들고 인류를 죄와 영원한 죽음에서 구원하셨다. 인류를 하느님의 왕권에 속하게 하여 그들을 하느님 같은 존재가 되게 하셨다.

 

하느님은 당신의 말씀을 실천하는 이들인 훌륭한 인격자들 안에 당신의 왕권을 행사하신다. 우리 가정의 성패는 말씀의 씨앗을 키워 삼십 배, 육십 배, 백 배 열매를 맺는 데 달려 있다. 우리 자신이 말씀의 화신이 되도록 자기희생의 고통을 겪어야 풍성하게 열매를 맺을 수 있다. 부부 각자가 자녀들과 함께 사랑, 믿음, 희망의 씨앗을 키워 얼마나 큰 나무가 되는지에 따라 행복과 불행, 영생과 파멸이 정해진다. 우리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면 원수에게까지 관심과 도움을 베풀어야 집단이기주의에서 자유롭고 참사랑이 무엇인지를 안다. 우리가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면 우리는 공자와 석가모니의 수준을 능가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고 날마다 성당에 나오고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다.

 

지옥은 사랑이 없는 곳이다. 그러나 천국은 사랑이 있는 곳이다. 사랑이 있는 곳에 하느님이 계시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곳에 하느님이 계시며, 하느님이 계신 곳이 천국이다.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춤을 추어라. 누구에게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아무도 듣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노래를 불러라. 마치 지상이 천국인 것처럼 살아라.”

  

 

                                         잘 읽히는 책

판매처: 바오로딸, 성바오로, 가톨릭출판사

박영식, 말씀의 등불. 주일 복음 묵상 · 해설(가해). 가톨릭출판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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