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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유권자가 아니라고 가출청소년을 방치하는 나라?(연중 제15주일)
   2015/07/11  10:43

유권자가 아니라고 가출청소년을 방치하는 나라?

(연중 제15주일)


마르코복음 6,7-13

 

 

필자가 로마에서 마지막 두 해(1983-1984)를 이탈리아 사제들의 기숙사인 성직자의 집Casa del Clero에서 머물렀다. 이곳은 로마시내 한 가운데라 날마다 저녁식사 후에는 문화유적지로 산책을 갈 수 있다는 이점 말고도 학교가 가까워서 퍽 좋았다. 그뿐만 아니라 이 기숙사에서 이탈리아인 쟝 프랑코 롤피Jean-Franco Rolphi부제와 친하게 지낸 것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날 만큼 인상적인 체험이었다. 그는 이탈리아 전역에서 퀴즈 왕으로 꽤 유명했는데 오상의 기적을 받은 성 비오 신부님 만나 회개해서 명성과 재물을 다 버리고 플로렌스 교구 신학교에 들어와서 로마로 유학 온 부제였다. 주말이 되면 그는 사라졌다가 주일 저녁이 되어야 나타났다. 호기심과 걱정이 교차하는 가운데 주말마다 어디를 가느냐고 물었다. 그는 마더 데레사 수녀님이 세운 사랑의 선교회에 속한 수녀님들을 도우러 주말마다 나가는 것이지 엉뚱한 짓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대답했다. 수녀님들은 함께 로마 역 광장에서 노숙자들과 알콜 중독자들과 마약 중독자들을 모아 씻겨주고 먹이고 치료하고 재워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남은 음식을 얻으러 다니는 음식물 공급책임을 맡았다. 음식을 나누어 주는 일 뿐만 아니라 수녀님들에게 덤벼드는 노숙자들을 통제하고 목욕시키는 일도 거들곤 한단다. 책임수녀님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대학교수직을 그만두고 직접 소위 인간말자들과 생사고락을 함께 하는 것이 더 보람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수녀님들은 로마시장의 배려로 흐름한 집을 얻어 살았는데 가진 것이라곤 내의 두 벌과 이불 한 채밖에 없었다. 롤피 부제와 위 수녀님들은 로마에서 노숙자와 알콜 중독자와 마약 중독자를 만들어내는 악마들을 예수님과 함께 내쫓기 위해 헌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예수님은 그들을 당신 제자로 불러 그들에게 더러운 영들을 다스리는 권한을 주셨던 것이다. 예수님은 우리에게도 그러한 권한을 주어 많은 악마를 쫓아내고 많은 병자들을 고쳐 주게 하셨다.

우리가 내쫓아야 할 마귀들은 누구일까?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독감에서 드러났듯이, 국가 전체의 안전망을 망가뜨린 악마, 정치인들과 공직자들과 경제인들과 언론인들 가운데 부정부패를 일으키는 악마, 이혼율의 급증으로 가정을 파탄시키는 악마, 한 해에 2만 명이 넘는 가출 청소년들을 성매매로 내모는 악마, 사랑과 정의와 신의를 내동이치고 물질만능주의를 부채질하는 악마 들일 것 같다.

우리나라는 가정파탄을 일으키는 악마 때문에 가정을 뛰쳐나올 수밖에 없는 앳된 청소년들이 날마다 밤 유흥가로 모여드는 나라가 되고 말았다. 어머니가 폭력이 심하거나 집을 나가버리고, 아버지는 알코올중독자인 경우 청소년들은 집에 남아 있을 수 없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가출을 한 어느 소녀는 제 어머니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간경화 합병증에 시달리다 얼마 전 죽었다. 가출 청소년들이 거리를 방황하며 방을 하나 얻어 모여 사는 가정, ‘가출팸을 만들었다. 이렇게라도 잘 곳을 구하지 못하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는 수밖에 없다. 하룻밤 잘 곳과 음식을 마련할 돈조차 떨어지면 범죄의 유혹에 빠져 어른들처럼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거나 살해당하거나 최소한 인격의 품위마저 짓밟히고 만다. 악마에 사로잡힌 어른들이 이런 가출청소년들을 사냥하러 다닌다. 이렇게 위험하기 짝이 없는 길거리 생활임에도 집으로는 돌아가지 않겠다는 아이들은 10만 명쯤이나 된단다. 집으로 돌아가야 다시 집을 나와야 하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자립할 수 있는 쉼터, 적어도 버스로 만든 이동 형 쉼터라도 시급하게 필요하다. 그런데도 국회의원들은 가출청소년 긴급 구호와 취업 같은 자립을 돕는 법안을 아직까지 통과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청소년들이 선거권이 없는 아이들이기 때문이란다. 전국에서 청소년 쉼터 109곳이 운영되고 있으나 201454만 명 이상이나 되는 가출 청소년들을 위한 자리와 재정지원이 턱없이 부족해 제 기능을 못한다.

위에서 살펴본 악마들은 쟝 프랑코 롤피 부제(지금 플로렌스 시내 본당 신부) 같은 성직자, 오늘도 로마 역에서 알콜, 마약 중독자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는 사랑의 선교회 수녀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내쫓을 악마들이다. 파리의 노숙자를 만든 악마를 내쫓으려고 주말마다 지하철역에서 밤을 세워가며 봉사활동을 하는 어느 젊은 한국인 유학생 사제가 기억난다. 오늘 우리가 영성체 때 모시는 예수님은 부디 악마들을 내쫓고 사랑과 정의와 기쁨과 웃음이 넘쳐나는 가정과 사회를 만들라고 명하신다.

그리스도께서는 부정부패와 온갖 사회악을 일으키는 이기심과 물욕과 자만에서 우리를 자유롭게 해주셨다. 이기심과 돈 귀신을 내쫓는 이들의 모범을 기억하면 이 자유를 보존할 수 있다. 하느님의 나라가 임하는 것을 가로막는 부정부패를 몰아내기 위해 날마다 기도하는 사람이 예수님의 제자다. 가출청소년들의 비참한 삶을 기억하며 그들을 위해 관심을 기울이자. 그들을 위한다는 지향으로 제 임무를 더욱더 충실히 이행하고 작은 선행이라도 하자.

남에게 한 선행은 곧 자신에게 한 선행이다.”(L. 톨스토이)

사랑과 선행으로 얻은 내면의 평화로움을 바탕으로 자기의 삶을 살라.”(M. 아우렐리우스)

예수님을 닮지 않는 것이 죄이듯, 선행을 하지 않는 사람이 죄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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