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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랑하는 사람이 불행해지면 나도 불행해지고 싶다(한국순교자 대축일)
   2015/09/19  8:19

사랑하는 사람이 불행해지면 나도 불행해지고 싶다

(성김대건안드레아와 성정하상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

 

 

루카복음 9,23-26

 

 

톨스토이에게 앞을 못 보는 친구가 하나 있었다. 그는 친구의 고통을 이해하고 같이 나누어가지려고 사흘 동안 눈을 감고 눈먼 이의 입장에서 살아본 적이 있었다. 친구의 고충이 얼마나 큰지 직접 체험함으로써 공감대를 만들고 우정과 사랑을 더욱더 돈독하게 할 수 있다. 경기도 어느 시골에서 이동선이라는 사람도 자기 아내가 교통사고로 실명하자 그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밤에 등불을 켜지 않고 눈먼 이 같이 살았단다. 처음에는 여기저기 세간 살이 등에 부딪혀서 많은 상처를 입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했다는 눈물겨운 체험이다. 아내를 향한 사랑의 상처인 것이다. 이처럼 자주 남의 입장에 서본 사람의 마음은 어질고 포용성이 있으며 자애로 넘쳐난다. 사람답게 사는 데 가장 중요한 능력은 공감하는 마음이나 감정이입이 풍부한 것이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아름다운 이유는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을지라도 남의 불행에 눈물짓고 서로 사랑하고, 축하하고 위로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웃의 슬픔을 읽고 공감하고 서로 소통할 때 행복과 기쁨을 느낀다. 이웃의 고통을 눈여겨보고 공감대를 만드는 것이 사랑의 시작이다. 이는 함께 슬퍼해주기를 바라는 나에게 이웃이 제 마음의 한 부분을 주는 것이다. 이처럼 다른 사람의 기쁨이나 슬픔을 보고 무조건 그냥 나도 기쁘거나 슬퍼하는 공감능력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능력이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당신 제자가 되려면 당신과 동고동락하라고 이르셨다. 톨스토이나 이동선씨처럼 사랑하는 이를 위해 자기 입장을 버리고 예수님의 처지에 서서 생각하고 말하고 처신하라는 말씀이다. 예수님의 말씀이나 신비가 우리 정신과 마음속에 깃들여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그분께 우리 대신에 우리의 삶을 사실 수 있는 기회를 드리게 된다. 하느님의 뜻을 받들어 인류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 십자가를 지고 계시는 예수님의 처지에 선다는 뜻이다. 이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이 목숨을 바치며 실천한 것이다. 어떤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천국에 가도 사랑하는 이가 있는 지옥으로 보내달라고 애원했다. 나라는 존재는 예수님 없이는 건반이 빠진 피아노 같고, 그분 없이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고 고백하는 사람이 가장 행복하다.

 

예수님, 당신이 계시지 않는 세상은 생지옥입니다.”

 

고난을 받고 계시는 그리스도와 동고동락하는 삶은 어렵게 사는 이웃과 동고동락하는 사람이다. 그는 하느님과 이웃에게 필요한 존재, 많은 사람들에게 성공과 행복과 희망을 가져다주는 존재가 되려고 애쓴다.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자신을 흔적도 남기지 않고 소진해버리는 사람이다. 자기를 희생함으로써 자기의 존재를 실현하는 것이 인생이다.

 

그러나 예수님을 닮는 것보다 현세의 안락한 삶과 쾌락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은 예수님과 이웃에 대해 공감능력을 잃어버린다. 그는 감정도 인정도 없는 냉혈한이라 하겠다.

 

누구든지 나와 내 말을 부끄럽게 여기면, 사람의 아들도 자기의 영광과 아버지와 거룩한 천사들의 영광에 싸여 올 때에 그를 부끄럽게 여길 것이다.”(루카 9,26)

 

예컨대 게오르그 프리드리히 헨델이 평생 독신으로 살았으나 이발사의 딸을 사랑한 적이 있었다. 그를 유명한 음악가로 만든 메시아 곡의 사본을 그녀에게 바쳤다.이발사인 이 딸의 아버지가 어느 소년이 면도한 수염을 닦으려고 위 사본을 조금 찢어달라고 해서 주었다. 헨델은 이 말을 듣는 순간 그녀를 향한 사랑이 얼음처럼 식어버리고 말았단다. 사랑은 이웃이 아끼는 사람이나 물건까지 귀중하게 여기는 데서 시작한다.

 

그리스도교는 십자가 종교이기 때문에 십자가 고통을 외면하거나 싫어하면 타락할 수밖에 없다. 한국교회가 냉담자들을 대량으로 만들어내고 한국사회에서 대중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극소수의 미약한 집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은 제 십자가를 지지 않고 가난과 부정부패와 독재의 희생이 되고 있는 대중의 입장에 서지 않는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많은 것들을 사랑하라.

그곳에 진실의 힘이 깃들기 때문이다.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은 더 많은 일들을 성취하고,

훨씬 더 많은 일들을 이룰 수 있다.

그래서 사랑으로 이뤄진 것은 잘 되게 마련이다.”(빈센트 반 고흐)

 


 

 

 

 

     잘 읽히는 책  

 

판매처: 가톨릭출판사, 바오로딸, 성바오로

박영식, 공관복음을 어떻게 해설할까. 도서출판 으뜸사랑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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