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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남이 마셔야 하는 독주를 대신 나누어 마셔주자(그리스도왕 대축일)
   2016/11/19  10:52

남이 마셔야 하는 독주를 대신 나누어 마셔주자

(그리스도 왕 대축일)

 

 

 

루카복음 23,35-43

 

 

 

어느 노인이 빵을 훔쳐 먹다가 재판을 받게 되었다. 판사가 법정에서 노인에게 나이를 그렇게 많이 먹고도 염치없이 남의 제과점에 들어가 빵이나 훔쳐 먹었습니까?” 하고 비난했다. 노인이 이 말을 듣고 눈물을 글썽이며 사흘을 굶었더니 눈에 아무것도 안 보였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판사가 한참 궁리하더니 당신이 빵을 훔친 절도행위는 10불 벌금형에 해당합니다.”라고 판결을 내렸다. 방청석에서는 술렁대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정이 얼마나 어려워 빵까지 훔쳐 먹었겠는가? 이것은 판사가 사면해줄 수도 있는 경범이 아닌가? 너무 하다.”

 

그때 판사가 자기 지갑에서 10불을 꺼내며,

 

그 벌금은 내가 내겠습니다. 그 이유는 내가 그 동안 맛좋은 음식을 실컷 먹은 죄에 대한 벌금입니다. 오늘 이 어르신 앞에서 참회하고 그 벌금을 대신 내어드리겠습니다.”

 

이어서 판사는 이분은 법정에서 나가면 또 빵을 훔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이 자리에 계시는 방청객 여러분도 맛있는 음식을 많이 잡수신 대가로 성의껏 기부금을 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하고 말했다.

 

방청객들도 호응해 십시일반 호주머니를 털어 돈을 모았는데, 그 액수가 무려 47불이나 되었다.

 

그 판사는 이 재판으로 갑자기 유명해져 뉴욕시 시장이 되었다. 이분이 바로 표렐로 라과디아Fiorello La Guardia 판사이다. 1934년부터 1945년까지 세 번이나 뉴욕시장으로 일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뉴욕시장으로 재직 중에 비행기 사고로 순직했다. 뉴욕시청은 시내에서 가까운 허드슨 강 옆에 공항을 만들어 그 판사의 이름을 따와 라과디아라고 부르고 있다. 오늘도 많은 여행자들이 이 공항을 이용하며 그 판사의 선행을 기억한다.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처형된 죄수 하나는 그분의 죽음에서 나오는 구원의 힘에 이끌려 회개하고 그분을 참된 임금님으로 알아 뵈었다.

 

예수님, 선생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루카 23,42-43)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우리의 죗값을 대신 치르시어 우리가 영원히 행복의 극치 속에서 살게 해주시는 임금님이다. 예수님의 왕적인 권능과 권위는 당신을 한없이 낮추시는 데서 비롯된다. 그분은 하느님과 동등하신 분이지만 그분께 순종하여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기까지 당신을 낮추셨다. 하느님의 품성은 당신을 비우시는 데서 드러난다. 비하와 순종은 사랑의 특성이요 하느님의 품성이다. 서로 사랑하는 사람은 서로 자기를 낮추고 순종한다. 하느님이 완전무결하고 전지전능하신 분이라고 하여 부자방망이 같은 분으로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이러한 하느님의 완전한 품성은 비하와 순종으로써 모든 피조물을 사랑하신다는 뜻이다.

 

가장 완성된 사람은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 사람들이 좋건 나쁘건 가리는 일 없이 모든 사람에게 착한 일을 하는 사람이다.”

 

순종은 사람의 기본 품성이다. 그리스도께서 목숨을 바쳐 하느님 아버지께 순종하여 당신이 참사람이심을 드러내셨다. 예수님은 사람으로서 하느님 아버지께 순종하시는 아들이다. 이처럼 예수님은 순종하심으로써 모든 피조물의 임금이 되셨다. 순종만이 명령권을 준다. 예수님은 종교적인 뜻에서 모든 피조물을 다스리시는 임금일 뿐만 아니라 개개인 사이나 민족과 민족 사이의 알력과 분쟁과 불의와 증오심과 온갖 사회악을 없애주는 정치지도자로서 온 세상의 임금이시기도 하다.

 

예수님은 당신을 믿고 따르는 제자들을 통해 이 세상을 다스리신다. 그래서 우리는 가정, 교회, 사회, 경제, 정치, 문화, 모든 영역을 그리스도의 가르침대로 변화시킴으로써 그분이 온 세상의 임금이심을 증언하는 것이다. 예수님을 임금으로 모시든지 자기가 임금이 되든지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 예수님이 자기의 생각과 말과 행동을 정하시는 임금으로 모시는 이들은 제2그리스도가 되어 하느님과 같은 존재가 되고 이기심과 이 세상의 죄를 이기는 임금으로 군림할 수 있다. 부처가 된 석가모니보다 더 행복해진다. 그들은 살인마도 품어주고 착한 사람도 안아주는 어머니 같은 이들이다. 바오로 사도처럼 모든 사람에게 모든 것이 되는 사람이다. 천주교 신자들은 보답을 바라지 않고 은혜를 베풀고, 베푼 뒤에는 결코 후회하지 않으며, 예수님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증언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예수님을 본받아 공동체나 직장이나 사회나 국가를 지도하는 위치에 서서도 권위를 주장하지 않는다. 신자들은 가족과 이웃과 동료직원과 백성을 위해 온갖 조롱과 모욕을 마다하지 않고 목숨까지 바치는 사람이다.

 

 

현대세계에 가장 영향력이 큰 지도자들 중 한 분이 프란치스코 교황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념과 당리당략과 민족주의와 종교적 우월주의와 교황이라는 자존심을 다 집어던지고 의인과 죄인을 다 포용하기 때문이다. 교황은 가난하고, 헐벗고, 굶주리고, 병들고, 억압받는 사람들이 당해야 하는 고통을 대신 짊어주기 때문에 전 인류의 지도자로 존경받는다.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되면 영원한 죽음과 파멸밖에 없다. 오늘 대통령처럼 욕심을 부리는 자들은 모든 사람을 불행하게 하고 슬프게 하며 나라를 송두리째 망가뜨린다.

 

절도범이 내야 하는 벌금을 대신 내어준 라과디아 같은 사람들이 아쉽다. 우리가 잘 먹고 잘 입고 잘 노는 동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들이 굶주림과 고통과 병고와 슬픔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그들이 마셔야 하는 독주를 우리가 나누어 마셔주자.

 

아무런 보상도 요구하지 않고 따뜻한 마음을 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사랑에 미쳤지만 눈알이 맑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아무리 바빠도 마음이 아픈 나를 기다리며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 내 기쁨을 위해 내보다 더 크게 웃어주는 사람, 나의 건강을 위해 내 술잔을 대신 마셔주는 사람, 내가 이렇게 무작정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나의 삶은 결코 헛되지 않다.

 

 

잘 읽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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