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병원 경당 축복미사

2023년 2월 11일 오후 3시

찬미예수님, 오늘 경북대학교 병원 경당 축복 예식에 참석한 여러분 반갑습니다. 경당 수호자는 라파엘 대천사로 정하였다고 합니다. 라파엘 이름의 뜻은 ‘하느님의 약, 하느님의 치유’이며 축일은 9월 29일입니다. 오늘은 병자들의 수호자인 루르드의 성모 마리아 교구 주보 축일이기에, 경당 축복일은 2월 11일이 되겠습니다. 토요일 오후 경당에서 거행하는 미사이기에, 이 미사에 참석하시는 의사 간호사 직원 환우들에게, 토요일에 미리 앞당겨 거행하는 주일미사가 되도록 연중 제6주일 미사 독서와 복음을 봉독하였습니다.

경당을 축복하는 기회에, 이 세상에서 거룩한 장소가 존재하는 목적이 무엇일지 생각해 봅니다. 분명히 이 세상 만물을 하느님께서 창조하시고 하느님께서는 아니 계시는 곳 없이 모든 곳에 존재하고 계십니다만, 특별히 거룩한 장소를 정하여 그곳에 가면 하느님을 만날 수 있도록 정해주신 것입니다. 그래서 신자들이 성체조배를 하며 기도하는 성당에 들어가면, 신자가 아닌 분들도 그 거룩한 분위기 속에서 하느님 대전에 있음을 느끼고 하느님의 보호와 도우심을 청하는 기도를 자연스럽게 바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경당을 축복합니다만, 천주교 신자들은 물로 씻는 세례를 통하여 성령을 받아, 스스로가 성령의 성전이 되었습니다. 자연적으로 창조주와 피조물의 주종 관계에 있던 사람이 세례를 받으면, 성부와 성자로부터 성령을 받아 아버지와 자식 곧 부자 관계를 맺는 초자연적 관계에 이르게 됩니다. 자연적 관계에서 하느님으로부터 생명, 음식, 날씨, 물, 공기 등등의 자연적 선물을 받습니다만, 초자연적 관계에서는 아버지로부터 자녀들에게 주시는 선물인 성령, 영원한 생명의 양식인 성체, 구원, 복음말씀, 은총의 선물, 섭리, 부르심 등등의 초자연적 선물을 받습니다. 자연적 단계에서 양심에 따라 잘 살면 하늘나라에 가서 하느님을 직접 뵙는 영원한 행복을 영원토록 누리는 영원한 생명을 받을 수 있지만, 세례를 받고 초자연적 선물을 다양하게 받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부터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살기 때문에 더 쉽게 하늘나라에 도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 화답송 후렴처럼 시편은 ‘주님의 가르침을 따라 사는 사람은 행복하여라.’하고 선포하는 것입니다.

오늘 2독서는 ‘하느님의 신비롭고 또 감추어져 있던 지혜를 말합니다. 이 세상은 잘 알지 못한 지혜인데요, 하느님께서 성령을 통하여 신자들에게 계시해주신 지혜를 말합니다.’ 오늘 알렐루야는 ‘하늘과 땅의 주인이신 아버지 찬미 받으소서. 아버지는 하늘나라의 신비를 철부지들에게 드러내 보이셨나이다.’ 선포합니다. 그렇습니다.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면 자기 생각에 빠져서 다른 생각은 배척하게 되고 하느님 말씀도 배척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철부지 곧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는 이는 다른 사람의 권고도 잘 받아들이며, 또 무엇보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지혜를 잘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우리들은 하늘나라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도록 성령을 통하여 알려주시는 하느님의 지혜를 실천하며 살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라파엘 경당을 축복함으로써, 우리에게는 미사를 거행하고, 성체를 모시며, 성체조배를 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조용히 기도하는 장소가 마련되었습니다. 이 경당이 이곳을 방문하는 모든 이들에게 하느님의 약, 하느님의 치유가 전달되고, 힘들고 어려울 때에 하느님의 위로와 하느님의 이끄심을 발견하는 장소가 되면 좋겠습니다. 천주교 신자는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꾸준히 실천합니다만, 특히 교구 병원사목부 신부님들과 여러 봉사자들은 병원에 계신 모든 분들을 잘 보살펴 주시고 이끌며 이웃 사랑을 실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축복한 이 경당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과 초자연적 선물이 많은 환우들에게 전해지도록 우리 모두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