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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참사랑이 있는 곳에 하느님 계시네 (주님 만찬 미사 강론)
   2023/04/11  9:39

주님 만찬 미사

 

2023년 4월 6일, 동명성당

 

찬미예수님, 성목요일 주님 만찬 미사를 거행하고 있습니다. 주님 만찬 미사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첫째 의미는 성체성사와 성품성사의 제정입니다. 제2독서 코린토 전서에는 최후의 만찬 때에 예수님은 성체성사를 제정하시며 당신의 몸과 피를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주시어 먹고 마시도록 하셨다는 것과,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고 하시며 신약의 사제들이 성찬의 제사를 계속해서 거행하도록 하셨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저는 성목요일이면 1989년 서울 세계성체대회 마크가 떠오릅니다. 여기에서 둥근 모양은 성목요일에 제정된 성체성사를 드러내고, 십자가형상은 성금요일 십자가의 희생제사의 효과를 드러내며, 원 속의 십자가 모양은, 십자가의 구원효과가 성체의 형상에 담겨 있음을 밝힙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에서 목숨 바쳐 우리 죄를 용서받도록 하시고, 하느님과 인간을 화해시켜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이시고 인간이시기 때문에, 인간으로 지상에서 단 한번 십자가의 희생 제사를 바치셨지만, 하느님으로서 영원토록 구원의 효과를 내도록 하셨는데 이를 파스카의 신비라고 합니다. 이 파스카의 신비 덕분에 십자가의 구원효과가 2000년이 지난 오늘도 효력을 내어, 세례성사에서 죄에서 죽고 영원한 생명을 향하여 부활하는 효과를 얻고, 미사에서 성체를 받아 모시고, 고해성사에서 죄를 용서받는 것입니다.

 

주님 만찬의 둘째 의미는 발 씻김 예식과 사랑의 계명입니다. 당시의 관습에 의하면 발을 씻어 주는 것은 종에게 맡겨진 일이지만(1사무 25,41참조), 예수님께서는 당신 스스로를 낮추시고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십니다. 이렇게 예수님께서 모범을 보여주신 것은, 하느님께서 당신 아드님을 십자가에 희생 제물로 바칠 만큼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기꺼이 당신 자신의 목숨을 바치실 만큼 아낌없이 우리를 사랑해주셨음을 우리가 깨닫도록 하고, 또 사랑의 새 계명을 주시어, 우리도 이웃의 발을 씻어주고 이웃을 사랑하도록 하시는 것입니다.

 

십자가에 목숨 바쳐 우리를 사랑하신 그 사랑을 잊지 않도록 올해 친교의 해에 저는 본당을 방문할 때마다 말씀 드리는 것이 있는데, 오늘도 드려보겠습니다. 자. (손동작을 하며) 오른손으로 왼쪽 가슴 심장부위를 토닥토닥하면서, 아침에 잠자리에서 눈을 뜨면, ‘안녕 000 사랑해’ 라고 얘기하고 (예수님 목소리로요), 이어서 ‘예수님 사랑합니다.’하고 응답합시다, 잠자리에 일어나서는 배우자 부모님 자녀들에게 ‘사랑합니다.’라고 많이 표현합시다, 학교 갈 때 일하러 갈 때 (무서운 하느님의 이미지를 심는 ‘하느님께서 지켜보고 계시니 똑바로 해야 한다.’ 같은 말은 자녀에게 하지 말고요) ‘하느님께서 지켜주시고 이끌어 주실 것이에요. 서로 기도합시다.’하고 등교 출근하도록 합시다, 하루를 마치고 다시 잠자리에 돌아왔을 때에는 각자 기뻤던 일 좋았던 일뿐 아니라 힘들었던 일 모두 하느님께 맡겨드리고 편안히 잠드시면 좋겠습니다.

 

올해 사순담화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사순의 여정은 수덕의 여정과 시노달리타스의 여정을 통하여 개인과 교회가 변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초대하십니다. 특히 수덕의 여정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거나 성경 말씀으로 변화되는 과정인데요. 교황님은 “그리스도께 귀 기울이는 것은 종종 교회의 형제자매들에게 귀 기울이는 것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하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성체성사와 성품성사를 제정하신 성목요일 만찬 미사에서, 나를 씻어주시고 목숨 바쳐 사랑해 주신 예수님의 사랑을 기억합시다. 또 작고 보잘 것 없는 이들에게 한 것을 당신에게 한 것이라 하신 말씀을 기억하여 이웃 형제들을 사랑하는 가운데 예수님을 사랑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예물 봉헌 노래 “참사랑이 있는 곳에 하느님 계시네.”처럼 내가 참으로 이웃을 사랑할 때 그곳에 하느님이 계십니다. 이웃을 사랑하는 가운데 우리가 하느님의 사랑을 이웃에게 전달하는 사랑의 손길이 되고 사랑의 통로가 되도록 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