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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다 이루어졌다.”하시며 숨을 거두셨다. (주님 수난 예식 강론)
   2023/04/11  9:40

주님 수난 예식

 

2023. 4. 7, 성모당

 

찬미예수님, 파스카 성삼일 가운데 성금요일 주님 수난 예식을 거행하고 있습니다. 파스카 성삼일은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의 파스카 신비를 기념하는 삼일을 말하는데, 주님 만찬 저녁미사로부터 시작하여 파스카 성야에서 절정을 이루며 부활 주일의 저녁 기도로 끝난다(전례력 규범 19항)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여기에서 삼일은 저녁부터 저녁까지를 하루로 계산하는 유다전통에 따른 삼일입니다.

 

어제 주님 만찬 미사에서 우리는 성체성사와 성품성사를 제정하시고,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하셨으며, 또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고 사랑의 새 계명을 주시며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말씀하신 예수님을 뵈었습니다.

 

사실 성목요일과 성금요일 전례는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미사 때마다 성찬전례에서는 최후의 만찬의 예수님 말씀을 반복하여, 빵에 대해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줄 내 몸이다.’ 또 포도주에 대해 ‘죄를 사하여 주려고 너희와 많은 이를 위하여 흘릴 피다.’합니다. 이때 ‘내어줄’ ‘흘릴’ 모두 미래형 동사인데요, 실제로 몸을 내어주시고, 피를 흘리신 것은 다음날 십자가의 피 흘리신 희생제사 때입니다. 그래서 성금요일 수난 예식에서는 일 년 중 유일하게 미사 성찬례를 거행하지 않고 전날 성목요일 주님 만찬 미사 때 넉넉히 축성한 성체로 영성체를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이미 만찬 때 마음속에 다음날 십자가에서 당신의 몸을 바치고 피를 흘릴 유혈 제사를 염두에 두셨기에, 오늘 우리가 받아 모시는 성체는, 만찬 때의 성찬의 무혈제사의 형상 속에 십자가 유혈제사의 효과를 담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늘 영성체에서 당신의 몸과 피로써 우리 죄를 대신하여 수난하고 죽으신 주님의 사랑을 더욱 깊이 느끼면 좋겠습니다.

 

파스카는 본디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축제였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어린 양을 잡아 그 피를 문설주에 바른 뒤 허리에 띠를 두르고 쓴 나물과 누룩 없는 빵을 먹으며 이집트로 떠날 준비를 하였는데, 이때 죽음의 천사가 맏아들을 치려고 왔다가 짐승의 피가 발린 집은 그냥 지나가서 맏아들이 죽음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결국 어린 양의 희생을 통하여 홍해바다까지 건너, 죽음의 땅에서 생명의 땅으로 건너가게 되었던 것입니다. 신약의 파스카는 그리스도께서 죽음에서 부활로 건너가심으로 인류를 구원하시고 하느님을 완전하게 현양하신 것으로, 선악과 나무에서 지은 원조의 죄를 십자가 나무의 희생으로 용서받게 하시고, 하느님과 인간이 화해하게 하셨으니, 당신의 죽음으로 우리 죽음을 없애시고 당신의 부활로 우리 생명을 되찾아 주신 놀라운 파스카 신비를 느끼게 됩니다.

 

예수님은 1독서 이사야서에서 ‘그가 찔린 것은 우리의 악행 때문이었고 그가 으스러진 것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었으며, 우리의 평화를 위하여 그가 징벌을 받았고 그의 상처로 우리는 나았다’라고 선포되는 주님의 종으로서 우리의 대속 제물이 되신 것입니다. 덧붙여 2독서 히브리서는 ‘대사제이신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아드님이시지만 고난을 겪으심으로써 순종하셨고, 완전하게 되신 후에는 당신께 순종하는 모든 이에게 영원한 구원의 근원이 되셨다,’하며, 예수님께서 대사제로서 십자가에서 스스로를 희생 제물로 바치셨음을 말합니다.

 

수난 복음에서 예수님은 “다 이루어졌다.”하시고 고개를 숙이시고 숨을 거두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죽음이 끝이 아니라 부활을 향한 것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파스카의 신비 안에서 죽음을 통해서만 부활로 나아가는 것임을 깨닫고, 각자 제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라 가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십자가의 길을 따라가서, 수난과 죽음을 뚫고, 예수님과 함께 빛을 향해, 부활에 이르도록 힘차게 나아가도록 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