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그룹웨어
Home > 교구장/보좌주교 > 교구장 말씀
제목 선교는 교회의 본질 (감포공소 사제관 축복미사 강론)
   2022/09/19  15:26

감포공소 사제관 축복미사

 

2022. 09. 16.(금)

 

양남본당 감포공소에 새 사제관을 지어 오늘 축복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사제관 건축과 공소 새 단장을 위해 수고하신 허연구 모이세 신부님과 여러 교우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언젠가 허연구 신부님께서 저를 찾아와서 ‘감포공소에 가서 살면 좋겠다.’ 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로 불편한 것이 많을 텐데 왜 그러시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감포읍에 본당이 있어야 하는데 본당이 아니라 공소만 있는 것이 안타깝고 공소에도 신자가 별로 없어서 선교를 한 번 해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저도 늘 가지고 있던 생각이었기 때문에 동의를 하였습니다만, 연세가 많으신 신부님께서 이 어촌 마을에서 선교를 과연 잘 하시겠는가, 그리고 건강이 안 좋아지시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생각과 염려도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그래도 한 번 시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습니다. 성당에 사제가 있고 없고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신부님이 있어야 사람들이 찾아오고, 또 신부님이 사람들을 찾아 나서고 해서 예비자 교리반도 생기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작년 7월에 양남본당 25주년 미사에 왔다가 감포공소에 들렸었는데 허 신부님께서 공소 뒷방에 사시는 모습을 보고 ‘왜 신부님께서는 사서 이 고생을 하시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후 1년 만에 새 사제관을 지어 축복을 하게 되어 하느님께 감사드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선교는 교회의 본질입니다. 선교하지 않는 교회, 선교하지 않는 사제는 있을 수 없습니다. 교회는 선교를 통해 성장하고 하느님 나라를 완성해 나갑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수많은 도시들의 이름이 성인들 이름입니다. 샌디에이고, 산타모니카, 산타클라라, 산호세, 샌프란시스코 등이 그렇습니다. 그 도시 이름들이 원래는 스페인 선교사들의 선교기지 이름이었던 것입니다.

감포공소가 이 지역의 선교기지가 되고 감포를 복음화하는 전초기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사제는 무엇보다도 선교사입니다. 해외 선교하러 떠나는 신부님들만 선교사가 아니라 국내 사목하는 신부님들도 가장 우선적으로 선교사인 것입니다. 성당 관리인이 아닙니다. 선교를 하지 않으면 사제로서 바르게 산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사제는 매일 성무일도와 미사를 바칩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위하여 바치는 것이 아니고 하느님과 교회를 위하여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미사’라는 말은 라틴어 ‘Mittere’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Mittere’라는 말은 ‘파견하다’라는 말입니다. ‘선교’를 ‘Missio’(라), ‘Mission’(영)이라고 하는데 이 말도 ‘Mittere’라는 말에서 파생된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재작년에 ‘엔니오 모리꼬네’라는 유명한 영화음악가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사람의 대표작 중에 하나가 영화 ‘미션’에 나오는 음악인데, ‘넬라 판타지아’라는 노래 알지요? 이 노래의 원곡이 영화 ‘미션’에 나오는 ‘가브리엘 오보에’ 라는 곡입니다.

선교사 가브리엘 신부님이 이과수 폭포 위에 있는 정글에 들어갔는데 창과 화살을 든 원주민들이 접근해 오는 것을 느낍니다. 그래서 신부님은 배낭에서 오보에를 꺼내어 연주를 하였더니 원주민들이 창을 내려놓고 친밀감을 보이는 장면을 여러분은 기억할 것입니다.

영화는 비극적으로 끝납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국경 분쟁으로 정글에 사는 선교사들과 원주민까지 다 떠나야 하는데 결국 아이들만 남기고 어른들은 거의 다 죽게 됩니다. 그 분쟁을 중재하러 갔던 교황 특사 추기경이 교황님께 보고서를 올리는데 거기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결국 선교사들은 다 죽었습니다. 그러나 실은 그들은 살아있고 죽은 것은 저입니다.”

오늘 기념일로 지내는 성 고르넬리오 교황과 성 치프리아노 주교 순교자는 3세기 로마 박해시대 때 교회를 이끌었던 분들입니다. 이런 분들의 가르침과 순교로 오늘의 이 교회가 있는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께서는 오늘 제1독서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죽은 이들이 되살아나지 않는다면 그리스도께서도 되살아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되살아나지 않으셨다면, 여러분의 믿음은 덧없고 여러분 자신은 아직도 여러분이 지은 죄 안에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현세만을 위하여 그리스도께 희망을 걸고 있다면 우리는 모든 인간 가운데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일 것입니다.”(1코린 15,16-17.19)

이 말씀처럼 우리는 현세에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하느님 나라에 희망을 두고 있기 때문에 현실의 삶이 어렵더라도 기쁘게 복음을 전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루카 8,1-3)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고을과 마을을 두루 다니시며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시고 복음을 전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열두 제자들도 함께 다녔고, 특별히 막달레나라고 하는 마리아와 요안나, 수산나 등의 여자들도 함께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여자들은 자기들의 재산으로 예수님의 일행에게 시중을 들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시중을 들었다’는 말은 ‘음식을 만들어 대접을 했다’는 말입니다. 그냥 한두 번 대접을 한 것이 아니라 예수님 일행을 따라 다니면서 자기들 재산으로, 즉 자기들 돈으로 음식을 해줬다는 것입니다.

사실 오늘날에도 이런 열심한 교우들이 없으면 교회가 발전하기도 어렵고 유지되기도 어렵습니다. 이런 분들이 우리 교회의 보배인 것입니다. 이런 분들에게 하느님께서 큰 상을 내리실 것입니다.

이 감포공소에도 이런 교우들이 많이 나오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감포공소가 장차 본당이 되고 이 지역의 구원의 표지, 구원의 방주가 되기를 축원합니다. 루르드의 원죄 없이 잉태되시며 바다의 별이신 성모님께서 우리의 원의를 도와주시기를 빕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