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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친교로 하나되어 (총회장 연수 미사 강론)
   2022/11/08  16:14

<친교의 해>에 대하여-총회장 연수 미사

 

2022. 11. 05.(토) 교육원 다동 대강당

 

우리 교구는 2021년부터 2030년까지 ‘복음의 기쁨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이루고 살자고 2년 전에 ‘교구 10년 장기 사목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래서 지난 2년간은 ‘하느님 말씀을 따라’라는 슬로건으로 살았습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10년 장기사목계획은 말씀, 친교, 전례, 이웃사랑, 선교라는, 교회의 다섯 가지 핵심 가치를 10년 동안 사는 것인데, 2년 단위로 하나의 주제를 집중적으로 사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말씀의 해’가 끝났으니 말씀을 안 살아도 된다는 말이 아닙니다.

10년 장기사목계획대로 다 살면 2031년이 되는데, 2031년은 ‘교구설립 120주년’이 되며, 무엇보다 ‘조선교구 200주년’이 됩니다. 한국교회로서는 하나의 ‘희년’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장기사목계획에 따라 2023년부터 2024년까지는 ‘친교의 해’를 살게 됩니다. ‘친교’는 교회의 본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교회가 친교이고 친교의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자명한 사실입니다. 친교의 원천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이십니다. 삼위일체 하느님 신앙의 실천적 고백이 친교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서로를 향해, 서로 함께, 서로를 위해’라는 말이 교서에 세 번 나옵니다. 어느 독일 신학자의 글에서 따온 말인데 친교를 잘 드러내는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번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주제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입니다. ‘시노드 정신’으로 번역한 ‘시노달리따스’란 말은 모두가 ‘함께 가는 여정’을 뜻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친교가 바로 그런 것입니다. 하느님과 함께, 이웃과 함께, 다른 피조물과 함께 사귐을 갖는 것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교회의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제들이 먼저 친교의 사람이 되어야 하고, 평신도 간부들이 먼저 친교를 살지 않으면 친교의 교회가 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이번 시노드의 정신이 ‘만남, 경청, 식별’인데 이것이 안 되면 친교가 어렵습니다. 만남, 경청, 식별이 소통의 기본인데 소통이 안 되면 친교는 어려워지게 마련입니다. ‘소통이 되지 않으면 불통이 오고, 불통이 오면 고통이 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경험해 보았을 것이니 다 아실 것입니다. 정부든, 국회든, 본당이든, 하나의 가정이든, 사람이 사는 모든 공동체는 다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예수님은 어떤 종류의 사람과도 친교를 잘 나누셨습니다. 유대인 지도자들과 바리사이들에게는 심한 비판도 하셨지만, 일반 백성들 중에서 누가 불러도 그 사람에게 다가가서 친절히 대하며 손을 얹어 고쳐 주셨습니다.

지난 주일 복음은 자캐오 이야기를 전해주었는데 예수님께서 자캐오의 이름을 불러주시고 가까이 하심으로써 한 가정을 구원하셨습니다. 예수님이야말로 친교의 모델이십니다.

오늘 제1독서(필리피서 4,10-19)에서 사도 바오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어떠한 처지에서도 만족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나는 비천하게 살 줄도 알고 풍족하게 살 줄도 압니다. 배부르거나 배고프거나 넉넉하거나 모자라거나 그 어떠한 경우에도 잘 지내는 비결을 알고 있습니다.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필리 4,11-13)

바오로 사도의 이러한 모습이 참으로 친교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사도 바오로께서는 어떤 처지에 있든지 거기에 적응하셨습니다. 그리고 좀 배웠다고 뻐기고, 좀 가졌다고 뻐기는 사람이 아니라, 어떤 사람에게든 그 사람의 눈높이에서 바라보셨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말씀을 그렇게 잘 전할 수 있었고 가는 곳마다 복음의 씨앗을 뿌리고 교회를 세웠던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예수님처럼, 바오로 삳처럼 우리가 먼저 친교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친교의 교회를 이룰 수 있고, 친교의 교회가 이 세상의 구원의 방주, 구원의 표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내일은 ‘평신도 주일’입니다. 여러분 모두가 교회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지고, 만남과 경청과 식별을 통해 친교의 교회, 시노달리따스의 교회를 이루도록 함께 노력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