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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진정한 경배 (대구 카리타스 신년미사 강론)
   2023/01/10  8:58

대구 카리타스 신년미사

 

2023. 01. 07(토) 16:00 교육원 대강당

 

Happy new year!

2023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를 맞이하여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이 여러분들에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코로나 때문에 3년 만에 사회복지 신년교례회를 하는 것 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지난 한 해가 참 어려웠습니다. 코로나19의 감염은 계속되고 있고, 지난 3월에는 울진 삼척에 산불이 발생하여 많은 피해를 입혔습니다. 그리고 지난 9월에는 ‘힘남노’라는 태풍과 홍수로 인해 포항 등지에 많은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입혔습니다.

그리고 지난 해 2월 24일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전쟁으로 말미암아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이 추위에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전쟁으로 인해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세계 경제가 어려워졌습니다.

그리고 정치권에서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와 야, 보수와 진보, 노와 사 간의 갈등이 끊이지 않습니다. 서로 싸우지 않는 날이 없습니다.

그리고 약 두 달 전에는 ‘이태원 참사’라는 엄청난 일이 있었습니다. 158명의 젊은이들이 한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금은 경찰이 조사를 하고 있고 국회가 국정조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만, 한 사건을 두고 바라보는 시각과 견해 차이가 왜 그렇게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지난해 전국 교수들이 투표를 해서 선택한 사자성어가 ‘과이불개(過而不改)’라는 말입니다. 이 말은 논어에 나오는 말인데.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이 말은 단순히 정치인들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어쨌든 지난 한 해 동안 여러분 모두 참으로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그 어려움 가운데에서 특히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을 위하여, 그리고 교회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여러분들이 흘리신 땀과 정성과 노력에 감사를 드립니다.

작년 봄에 대구 가창에 산불이 났을 때 카리타스 밥차가 달려갔었습니다. 그리고 태풍이 쓸고 간 포항에 우리 사회복지회 직원들과 봉사자들이 달려가 청소 봉사를 하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당신 은총으로 여러분들의 노고를 갚아주시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올해도 여러분들이 변함없는 사랑과 정성으로 각자 맡은 소임을 성실히 이행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조금 전에 교구 사회복지회 자원봉사센터의 문만화 시몬 단장님께서 인사말을 하면서 이사야 예언자의 말씀을 인용하셨는데, 이사야 예언자처럼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주십시오.’라는 말처럼 그렇게 우리 모두가 주님께서 원하시는 소임을 다 하기 위해 나서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새해에는 여러분들이 소망하는 일들이 하느님의 뜻 안에서 모두 이루어지기를 빕니다.

 

오늘은 ‘주님공현대축일’입니다. 동방의 세 박사들을 통하여 예수님의 탄생이 세상에 드러난 것을 기념하는 축일입니다.

오늘 복음(마태 2,1-12)을 보면, 동방에서 박사들이 별을 보고 유다 베들레헴에 태어나신 아기 예수님께 찾아와 경배를 하고,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고 합니다. 이 동방의 박사들이 인류를 대표하는 인물이고, 이 박사들로 인하여 아기 예수님의 강생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넷째 왕의 전설’이라는 동화가 있습니다. 옛날에는 한 때 박사들을 왕으로 표현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축일 이름도 ‘삼왕래조축일’이라 했었습니다. 동방의 세 사람의 왕이 아기 예수님을 찾아뵈었다는 말입니다.

넷째 왕의 전설은, 새로 태어난 왕이신 아기 예수님을 경배하기 위해 길을 떠난 왕은 원래 네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 네 번째 왕도 다른 왕들처럼 별을 보고 길을 떠났는데, 여정 가운데 온갖 어려운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는 새로 태어난 임금에게 드리려고 가져간 보물들을 만나게 되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하나씩 하나씩 주게 되고, 또한 죽은 아버지가 남긴 빚 때문에 노예로 끌려가는 한 소년을 대신해서 노예로 살기도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그 넷째 왕은 결국 30여 년이라는 세월이 지나서야 어느 도시에 도착하게 되는데, 수많은 군중들이 언덕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인가 하고 자신도 군중 속에서 언덕을 올라갔는데 그가 목격하게 된 것은 언덕 위에 세 개의 커다란 십자가가 세워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십자가에 달리신 분이 바로 30여 년 전에 자신이 경배 드리기 위해 떠나왔던 바로 그분임을 직감으로 알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넷째 왕의 전설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교훈이 무엇인지 여러분도 아실 것입니다. 그가 30여 년의 세월 동안 다른 이들에게 베풀었던 것은 바로 예수님께 베풀었던 것입니다. 넷째 왕은 황금이나 유향이나 몰약을 바치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전 생애를 예수님께 바쳤던 것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예배요 경배요 선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 교구는 ‘복음의 기쁨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라는 10년 장기 사목계획에 따라 말씀, 친교, 전례, 이웃사랑, 선교라는 다섯 가지의 핵심 가치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난 2년간은 ‘하느님 말씀을 따라’라는 주제로 살았고, 앞으로 2년간은 ‘친교로 하나 되어’라는 주제로 살아갈 것입니다. 한 마디로 ‘친교의 해’를 산다는 것입니다.

친교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을 내어주고 양보하고 낮추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시어 이 세상에 오셨다는 것은 우리와 하나를 이루고 우리와 함께 하시기 위하여 당신을 한없이 낮추고 당신을 다 내어놓으신 것이라 하겠습니다.

그래서 성탄은 하느님께서 우리들에게 친교를 가르쳐 주시는 구원의 선물인 것입니다. 이 엄청난 선물을 주신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와 영광을 드려야 할 것입니다.

 

주님의 성탄과 2023년 새해를 맞이하여 여러분과 여러분이 하시는 일에 하느님께서 강복하여 주시기를 빕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