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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티없으신 성모성심께 봉헌하면서 (전국 체나콜로 피정 파견미사 강론)
   2022/11/23  13:6

전국 체나콜로 피정 파견미사

 

2022. 11. 19.(토) 범어대성당

 

오늘 우리는 오전부터 ‘전국 체나콜로 피정’을 가졌고, 지금은 파견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에 ‘마리아 사제운동 50주년’을 맞이하여 세계 대표이신 루카 페스카토리 신부님께서 우리나라를 방문하셔서 좋은 강의와 기도로 이끌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전국에서 많은 신부님들과 신자분들이 함께 하심에 감사드리며 주님의 은총과 성모님의 보호하심을 빕니다.

저는 ‘마리아 사제운동’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교회 안에 있는 여러 영성운동들과 마찬가지로 교황님과 일치하고 가톨릭교회와 일치하는 좋은 영성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1972년에 이 운동을 시작하신 스테파노 곱비 신부님께서 성모님으로부터 받은 내적 담화형식의 메시지들은 책으로 편찬이 되어 많은 사제들만이 아니라 수많은 신자들에게도 깊은 감화를 주었고 우리 주님께로 인도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 이 귀한 피정에 참석하신 모든 분들은 ‘티 없으신 성모성심’께 자신을 봉헌했듯이 더욱 열심히 그 정신과 영성을 사시길 바라며, 성모님을 통하여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을 더욱 활기차게 이 세상에 펼쳐나가시길 축원합니다.

 

오늘 복음(요한 19,25-27)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기 전에 성모님과 사랑하는 제자에게 하신 말씀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어머니에게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하시고, 이어서 그 제자에게는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어머니를 사랑하는 제자의 어머니로, 그리고 사랑하는 제자를 당신 어머니의 아들로 삼으심으로써 하느님의 새로운 가족을 만드셨던 것입니다.

여기에서 ‘사랑하는 제자’는 주님을 믿고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 모두를 말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여기서 ‘사랑하는 제자’는 복음서를 쓴 사도 요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 예수님의 사랑을 받는 모든 제자, 모든 신자들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 바오로 6세 교황님께서는 예수님께서 귀중한 두 분을 우리에게 선물하셨다고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하늘 아빠를 우리의 아빠로 주셨고, 그리고 십자가 위에서 당신의 어머니를 우리의 영적 어머니로 주셨다는 것입니다. 이 얼마나 크나큰 은혜입니까!

성모님께서 그리스도교 신앙을 가진 모든 이의 어머니라는 말은 ‘교회의 어머니’라는 말입니다. 요한복음은 ‘여인’이라는 칭호로 성모님이 교회의 어머니이심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요한복음 2,1-11에 나오는 ‘카나 혼인잔치’에서도 그렇고,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께서 성모님에게 “여인이시여”라고 불렀다고 요한복음사가는 기록하고 있습니다. 카나 혼인잔치는 예수님께서 구원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신 날이고, 십자가는 구원사업을 완성하신 날입니다. 이날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어머니를 ‘여인’이라고 부르심으로써 성모님이 신약 백성의 어머니, 즉 교회의 어머니이심을 분명히 하신 것입니다.

교회의 어머니이시며 티 없으신 성모성심께 다시 한 번 우리들을 의탁하고 봉헌하면서 그분께서 주신 메시지들을 귀담아 듣고 실천하도록 다짐해야 하겠습니다.

1917년에 파티마에 발현하신 성모님께서 ‘러시아의 회개를 위해 기도하라.’고 하셨는데, 오늘날도 러시아의 회개를 위해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얼마 전에 ‘서부전선 이상 없다’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미국으로 망명한 독일 출신 작가 레마르크가 1929년에 제1차 세계대전의 참전 경험을 살려 썼던 동명소설을 최근에 세 번째로 영화화한 것입니다. 이 영화는 전쟁이 얼마나 참혹한지, 그리고 명분 없는 전쟁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죽어 가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서부전선이 이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서부전선은 분명히 이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독일은 서부전선인 프랑스에서 수많은 희생자들을 내고는 퇴각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자막에 이런 글이 나왔습니다. “한 사람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백만 명의 죽음은 통계이다.” 참으로 의미심장한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 2월 24일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여 지금까지 온 세계에 큰 어려움과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볼 때 우크라이나는 서부전선일 것입니다. 그 서부전선은 이상이 있고, 세계대전 때의 독일처럼 러시아도 그렇게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요즘 북한은 사흘이 멀다 하고 탄도미사일을 쏘아대고 있습니다. 미사일을 도대체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기에 저렇게 수없이 쏘아대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북한은 자기들이 살아남기 위한 자위권 수단이라고 합니다만, 우리나라와 일본과 미국에 큰 위협이 아니 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저께 교구청에서 루카 신부님과 손무진 신부님, 그리고 평신도 임원 몇 분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었는데, 그 자리에서 손 신부님이 옛날에 곱비 신부님께서 한국을 방문하셨을 때 우리나라에 대한 성모님의 메시지를 전해주셨다는 말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메시지를 찾아보았습니다. 곱비 신부님께서 1996년 10월 31일에 서울에서 마리아 사제운동에 참여하는 신부님들과의 피정 중에 받은 메시지였습니다. 그 메시지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한국은 복된 땅이지만 위협받고 있는 땅이다. 복된 땅이라고 한 것은, 한국교회가 순교자들의 피 덕분에 크게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고, 위협받고 있는 땅이라고 한 것은, 참 신앙으로부터 사람들을 떼어놓는 오류가 펴져나가고, 무엇보다 이 나라가 분단되어 오늘날에도 안정과 평화를 위협하는 큰 위험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내 티 없는 성심에 봉헌하고 신뢰와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라. 그러면 너희 교회뿐만 아니라 너희 조국에도 통일과 평화가 오리니, 이는 바로 내 티 없는 성심의 특별한 선물이 될 것이다.”(‘성모님께서 지극히 사랑하는 아들 사제들에게’ 583)

얼마나 축복된 말씀입니까!

이런 일화가 있습니다. 소련이 무너지고 난 뒤에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을 알현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소련과 동구라파가 민주화 된 것은 교황님 덕분입니다.” 그랬더니 교황님께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닙니다. 성모님 덕분입니다.”

이처럼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말씀과 성모님의 정신으로 열심히 산다면 하느님께서 우리 교회와 우리나라에 큰 은혜를 내려주시리라 믿습니다.

 

‘체나콜로’가 무엇입니까? 글자 그대로는 ‘저녁식사 방’, 즉 ‘만찬 방’이라 할 수 있는데, 본래는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서 열두 제자들과 함께 최후만찬을 하시고 성체성사를 세웠던 그 방을 뜻합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부활 승천하신 후에 성모님과 제자들이 성령을 받기 위해 모여서 기도했던 그 방을 뜻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체나콜로 모임’을 하는 것은 우리도 새로운 성령강림 체험을 하고 초대교회의 성모님과 사도들처럼 우리나라와 이 세상에 하느님의 나라가 더욱 더 퍼져나가도록 하자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지요?

그럼, 오늘 우리 모두는 티 없으신 성모성심의 승리와 평화의 새 시대가 오도록, 그리하여 하느님의 나라가 더욱 확장될 수 있도록 열심히 자신의 몫을 다 할 것을 다짐하고, 성모님의 도움을 간절히 청해야 하겠습니다.

 

“티 없으신 성모성심이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