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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유대인들의 왕 나자렛 사람 예수 (새방골본당 리모델링 축복식 강론)
   2022/11/23  13:7

새방골본당 그리스도왕 대축일 미사 및 리모델링 축복식

 

2022. 11. 20.

 

오늘 미사를 시작하면서 새롭게 단장한 새방골 성당을 축복하는 예식을 가졌습니다. 어려운 살림에도 불구하고 성당을 리모델링하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김형수 요한 신부님께서 모금하기 위해 여섯 본당을 방문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김 신부님과 총회장님을 비롯하여 모든 신자 분들이 합심하여 정성과 노력으로 이룬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수고에 감사드리며 하느님의 축복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제가 새방골 성당에 언제 왔던가를 찾아봤더니 2008년 3월에 왔었습니다. 제가 보좌주교일 때였는데 그날 견진성사를 집전했고 김보록 로베르 신부님 상을 제막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세월이 참 빨라서 오늘 14년 만에 다시 방문한 것 같습니다.

새방골 본당은 1963년 11월 20일에 준본당으로 설립되었습니다. 11월 20일이니까 바로 오늘입니다. 그렇지만 아시다시피 새방골은 칠곡의 신나무골과 마찬가지로 대구본당의 모체가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1885년에 신나무골에 정착하여 경상도 지역의 첫 본당신부로 부임하신 로베르 신부님께서는 대구읍성에 진입하기 위한 전초기지로 1888년 11월에 새방골로 거처를 옮기게 됩니다. 신부님께서는 이곳에 한 3년 동안 계시면서 여러 교우들을 찾아다니며 미사를 집전하고 성사를 주면서 사목활동을 하셨습니다. 그렇지만 뜻하지 않은 화재와 교안을 겪으면서 고생도 많이 하셨는데, 그것이 오히려 천주교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고, 드디어 대구읍성에 들어가셔서 계산동에 성당을 지어 사목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새방골은 우리 교구 역사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할 수 있고 이번에 리모델링한 것은 참으로 잘 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오늘은 연중시기 마지막 주일이며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입니다. 축일 이름이 좀 깁니다. 한 마디로 ‘그리스도왕 대축일’입니다. 우리를 구원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왕이심을 기리고 고백하는 날인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정치권력으로 백성을 다스리는 임금이 아니라, 당신 목숨까지도 희생하시며 백성을 섬기고 구원하신 메시아시라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루카 23,35-43)을 보면 유다인들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고 머리 위에는 ‘이자는 유다인들의 임금이다.’라는 죄명 패를 달았다고 합니다. 그 당시 죄명 패는 형장으로 갈 때 사형수가 목에 걸고 가거나 다른 사람이 들고 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죄수를 처형한 다음에는 누구나 잘 볼 수 있게 십자가 위에 붙여놓았다고 합니다.

요한복음 19,20을 보면, 예수님의 십자가 위에는 히브리어, 그리스어, 라틴어로 ‘유다인들의 임금 나자렛 사람 예수’라는 죄명 패가 달려있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십자고상에 보통 라틴어로 I.N.R.I라는 글자가 적혀있는데 이것은 ‘Iesus Nazarenus Rex Iudaeorum’이라는 말의 첫 글자를 모은 것입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는데, ‘유대인들의 왕 나자렛 사람 예수’가 됩니다.

이 죄명 패는 빌라도 총독의 지시로 써 붙인 것입니다. 그래서 빌라도는 본의 아니게 예수님을 유다인들의 임금일 뿐 아니라 만민의 임금으로 선포하고 고백한 셈이 됩니다. 그 당시 로마제국에서 통용되던 대표적인 세 언어, 즉 히브리어, 그리스어, 라틴어로 쓰여 졌기 때문에 온 세상 사람들에게 예수님이 진정한 왕이심을 선포하게 된 것입니다. 참으로 오묘한 섭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이 있습니다. 히브리어로 된 네 단어, 즉 ‘예수, 나자렛 사람, 임금, 유다인들’이란 말의 첫 글자를 합치면 ‘야훼’라는 말이 됩니다. ‘야훼’가 누구십니까? ‘야훼’는 하느님의 이름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느님을 ‘야훼’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일치는 하느님의 섭리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일입니다. 빌라도는 십자가 명패에다 예수님의 죄목을 쓰게 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예수님이 하느님이심을 선언한 것입니다. 예수님은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기에 만민의 임금이요 구세주로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것입니다.

 

오늘부터 일주일이 ‘성서주간’입니다. 그리고 우리 교구는 지난 2년 동안 ‘10년 장기사목계획’에 따라 ‘말씀의 해’를 지냈습니다. 우리는 늘 성경을 가까이 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읽고 쓰고 묵상하면서 주님의 말씀대로 살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 주일부터는 ‘대림시기’가 시작되고 우리 교구로서는 ‘친교의 해’가 시작됩니다. 성부, 성자, 성령이신 하느님께서 사랑으로 일치와 친교를 이루듯이 ‘새방골 공동체’도 늘 일치와 친교를 이루기를 축원합니다.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