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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SOS어린이마을의 비전과 미션 (한국SOS어린이마을 60주년 감사미사 강론)
   2023/05/15  15:19

한국SOS어린이마을 60주년 감사미사

 

2023. 05. 13.(토) 10:30

 

한국 SOS 어린이마을 60주년을 축하드리며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이 가득하시길 기도합니다.

SOS 어린이마을이 현재 138개 나라에 500개 넘는 마을이 있다고 합니다. 한국에는 1963년에 대구에, 1981년엔 순천에, 그리고 1982년에는 서울에 SOS 어린이마을이 들어섰습니다. SOS 어린이마을 국제본부가 오스트리아에 있는데, 이번에 데레제 월도파 기다 총재님과 그 일행분들이 오셔서 대단히 기쁘고 진심으로 환영하는 바입니다. 이분들에게 박수로 환영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 자리를 축하하기 위해 참석하신 대통령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님과,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우동기 위원장님, 강은희 대구광역시 교육감님, 국민의 힘 류성걸 국회의님과 여러 국회의원님, 신정찬 한국아동복지협회장님을 비롯한 내외빈 여러분들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우리는 60주년을 맞이하여 무엇보다도 초대 대구마을 원장을 지내신 하 마리아 여사님과, 2대 대구마을 원장과 초대 한국 본부장을 지내신 이 프란치스카 여사님을 비롯하여 지난 60년간 한국 SOS어린이마을을 위해 헌신해왔던 대구, 서울, 순천 마을 역대 원장님들과 수많은 어머니들과 봉사자분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주님의 축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알게 모르게 후원해주신 모든 은인들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제가 10년 전에 이 자리에서 50주년 감사미사를 집전했었고, 그 후 어머니와 아이들이 사는 집을 몇 채 더 지어 축복할 때와, 4년 전에는 교육관과 사무실을 지어 축복식을 집전하기 위해 방문하였습니다. 그때마다 한국 SOS 어린이마을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기억하고 되새겨야 할 점들에 대하여 말씀드렸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오늘 다시 60주년을 맞이하여 1949년에 오스트리아 티롤 지방 임스트에 최초의 SOS 어린이마을을 설립하였던 헤르만 그마이너 총재의 정신을 기억하고 초심을 잃지 말아야 되지 않겠나 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헤르만 그마이너 박사께서는 자신도 5살 때 어머니를 잃었었고, 제2차 세계대전 후에 유럽에 수많은 고아원이 세워졌지만 그런 시설들이 엄격한 규율과 통제에 따라 운영되는 곳이었기 때문에 여러 문제를 안고 있음을 보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모든 어린이에게는 어머니가 필요하고 형제자매가 필요함을 인식하고 가정 형태의 SOS 어린이마을을 설립하였던 것입니다. 이 SOS 어린이마을은 1950년대에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지로 확산하였고, 1963년에는 비유럽 국가 중에서 최초로 대구에 SOS 어린이마을이 세워졌었습니다.

대구마을 2대 원장이며 한국 본부장을 하셨던 프란치스카 여사께서 1988년에 25주년을 맞이하여 후원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세계 여러 SOS 어린이마을 중에서도 대구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SOS 어린이마을의 아버지 헤르만 그마이너는 대구를 ‘제2의 임스트’라고 불렀습니다. 임스트가 최초의 어린이마을이라면, 대구는 비유럽권 지역 최초의 어린이마을이기 때문입니다. 대구마을과 함께 헤르만 그마이너는 세계로의 첫걸음을 내딛었습니다.”

프란치스카 여사께서 SOS 대구마을이 가지고 있는 의미에 대하여 잘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대구마을 바로 옆에 동촌성당이 있습니다. 우리 신부님들 중에 동촌성당 출신이 몇 분 계시는데 그중의 한 분인 박영일 신부님께서 예전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 집 가까이에 동촌유치원이 있었지만 우리 집이 가난해서 나는 유치원에도 못 다녔다. 그러나 내 또래의 SOS어린이마을 아이들은 다 유치원에 다니더라. 학교에 갈 때 도시락을 가져오는데, 반찬이 우리보다 얼마나 좋은지! 계란후라이에 소세지까지! 그들이 부러웠다. 왜 우리 부모님은 살아 계셔서 내가 SOS어린이마을에도 못 들어가게 만드는가!” 하고 어릴 때 그런 생각을 했었다는 것입니다. 그 당시 SOS 어린이마을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잘해주었던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비록 친어머니가 아니지만 어머니가 계시고 형제자매들이 있고 같이 지내는 가정 형태의 집이 있는 이런 어린이마을이 그 당시에 얼마나 혁신적이며 또한 복음적이었던가를 생각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SOS 어린이마을을 단순히 일반 고아원이나 복지시설로 생각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한국 SOS 어린이마을 비전(Vision)을 보면,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모든 어린이들은 사랑의 가정에서 성장해야 합니다. 모든 어린이들은 존중받으며 성장해야 합니다. 모든 어린이들은 보호 속에서 성장해야 합니다.”

그리고 미션(Mission)에는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위기에 처한 어린이들을 위해 가정을 만듭니다. 우리는 어린이가 자신의 미래를 가꾸도록 돕습니다. 우리는 어린이를 위한 사회발전에 공동으로 참여합니다.”

위기에 처한 어린이는 위기에 처한 가정에서 발생하고, 위기에 처한 사회, 위기에 처한 국가에서 발생합니다. 오늘날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시리아 내전, 그리고 며칠 전에는 수단 내전 등의 전쟁과 기후변화와 기후 재난 등으로 얼마나 많은 사회와 가정이 무너지는지 모릅니다. 어제 국제본부 총재님께서 우리 교구청을 방문하셨는데 면담 중에 오늘날 위기에 처한 가정들을 돌보는 프로그램에 대하여 말씀하셨습니다만, 위기에 처한 가정을 돌보는 일을 어느 개인이나 어느 단체가 하기는 너무 벅차고 어렵습니다. 우리 사회 전체가, 우리 국가가 해야 하고 국제연합이 함께 해야 할 것입니다.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이고 인류의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어린이들을 누구보다도 사랑하셨던 분은 예수님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복음(마르코 10, 13-16)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어린이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말고 그대로 두어라. 하느님의 나라는 이런 어린이와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누구든지 어린이와 같이 순진한 마음으로 하느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결코 거기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는 어린이들을 안으시고 머리 위에 손을 얹어 축복해 주셨습니다.

예수님의 이런 마음이 ‘세상의 모든 어린이는 우리의 어린이’라고 한 헤르만 그마이너 총재의 마음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는 또한 우리 모두의 마음이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 독서(요한1서4,7-12)에서 요한 사도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에게 당부합니다. 우리는 서로 사랑합시다. 사랑은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나 하느님께로부터 났으며 하느님을 압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하느님을 알지 못합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7-8)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나 하느님을 알고, 반면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하느님을 알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 ‘사랑의 마음’으로 우리 모두 이 땅의 모든 어린이를 사랑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사랑의 마음’으로 한국 SOS 어린이마을이 더욱 성장하여 세계의 어린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마을이 되기를 소망하며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