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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보라, 얼마나 좋고 얼마나 즐거운가(시편 133,1) (마리아폴리 파견미사 강론)
   2023/07/27  17:9

마리아폴리 파견미사

 

2023. 07. 23. 연중 제16주일, 경주 코모도 호텔

 

세상에 이해가 잘 되지 않는 일들이 종종 생기는 것 같습니다. 지난 월요일 아침에 일어나는데 갑자기 제 왼쪽 다리 종아리 근육에 경련이 생겼습니다. 아직 제대로 풀리지 않아 걷는 데 불편을 느끼고 있습니다. 예전에 테니스 치다가 이런 일이 있었지만, 자다가 일어나면서는 처음 겪는 일입니다. 그리고 올해 초부터 제 머리카락이 마치 파마한 것처럼 변한 것도 그렇습니다. 이 두 가지 다 분명 원인이 있을 것입니다.

최근 우리나라에 많은 장맛비가 내렸습니다. 이번 비로 인해 전국 곳곳에서 47명의 사람들일 목숨을 잃었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게 어떤 지역에 짧은 시간에 엄청난 비가 내린다든지, 그리고 미국이나 중국, 그리고 지중해 연안 나라들에서 40도가 넘는 더위가 며칠간 계속된다든지 하는 것은 분명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이런 현상을 이상 기후, 혹은 기후 위기라고들 하는데 그 원인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그 원인은 우리들입니다. 인간입니다. 오늘 오전에 있었던 발표 중에 ‘에코 성심인’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는데 기후 위기에 대처하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됩니다.

무엇보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의 생활 습관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덜 사고 덜 쓰고 덜 버리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리고 세계인들이 그렇게 해야 합니다. 음식이든, 옷이든, 에너지든 덜 사고 덜 쓰고 덜 버리면 됩니다. 그런데 오늘날 국가든, 기업이든 자본주의의 무한 경쟁 사회에서 살면서 이것을 지키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오늘날 이 세상은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습니다. 기후 환경 문제만이 아니라 전쟁과 테러, 마약과 빈곤, 혐오와 갈등 등의 문제들을 안고 있어서 늘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 엘리베이터 안에서 어떤 수녀님을 뵈어서 인사를 나누었는데, 제가 “수녀님은 작년에도 오셨지요?”하고 말했더니 수녀님께서 “예. 천국에 또 오고 싶어서요.”라고 대답하셨습니다.

그래요. 이곳이 또 하나의 천국입니다.

올해 여름 경주 마리아폴리 주제 성구가 시편 133,1입니다. “보라, 얼마나 좋고 얼마나 즐거운가. 형제들이 함께 사는 것이.”

살레시오회의 원선오 신부님의 노래가 생각납니다. “좋기도 좋을시고, 아기자기한지고. 형제들이 오순도순 함께 모여 사는 것...”

여러분도 마리아폴리에 오니까 좋지요? 맨날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지요? 이렇게 살 수 있습니다. 서로 열린 마음을 가지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시면 이렇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제 오후에 와서 아홉 분의 경험담을 들었습니다. 다들 좋은 말씀이었는데 김영호 치릴로 신부님의 경험담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김 신부님은 막내동생 ‘다두’가 애물단지였는데 보물단지로 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마지막에 “다두야! 고맙다. 사랑한다.”라고 말하며 경험담을 마무리하였습니다. 그것은 마치 저한테 이야기하는 것 같이 들렸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다두(타대오)’이기 때문입니다. 하여튼 모든 분들이 진솔하게 자신의 삶을 나누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대구대교구의 사목 표어가 ‘친교로 하나 되어.’입니다. 일명 ‘친교의 해’를 살고 있는데 마리아폴리 주제 성구와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리아폴리 자체가 하나의 친교의 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린아이들부터 90이 넘은 어르신까지 함께 모여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고, 삶을 나누고, 사랑을 나누는 것이 친교이고 마리아폴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오후에 인상문 쓰기 시간에 노트에 감상문을 쓰라고 해서 저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진정한 친교의 장을 보았다. 시노드적인 교회의 모습을!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일이다. 내가 그 일을 먼저 하도록 하자.”

 

오늘은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제정하신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이기도 합니다. 가정과 사회에서 조부모와 어르신의 역할과 중요성을 잊지 말고 존경하며 함께 신앙 안에서 살아가자는 뜻이라 생각됩니다.

이번 마리아폴리에는 97세의 이봉학 바울라 할머니께서 참석하셨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하셨습니다.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그리고 서울에서 참석한 가족 중에는 4대가 함께 참석하였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이번 8월 초에 포르투갈에서 ‘세계 청년대회’가 열릴 예정인데, 우리나라의 모든 교구의 청년들이 참석합니다. 그 세계 청년대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특별히 어르신들에게 부탁을 하셨습니다.

이번 세계 청년대회 주제 성구가 “마리아는 서둘러 길을 떠났다.”(루카 1,39)입니다. 마리아는 왜 서둘러 길을 떠났습니까? 친척 엘리사벳을 만나러 길을 떠났던 것입니다. 엘리사벳은 나이가 이미 많아 임신할 수 없었는데 주님의 은총으로 아기(세례자 요한)를 가지게 되었지요. 마리아는 같이 주님께서 베풀어주신 은혜를 나누고 기쁨을 나누며 서로 격려하고 힘이 되어주기 위해 엘리사벳을 방문하였던 것입니다.

이번 ‘조부모와 노인의 날’ 교황님 담화 주제 성구는 “그분의 자비는 대대로 .. 미칩니다.”(루카 1,50)입니다. 마니피캇 즉 마리아의 노래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성모님은 믿음과 순명뿐만 아니라, 친교와 어른 공경에 있어서도 우리의 모범이십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하늘나라를 자기 밭에 좋은 씨를 뿌리는 사람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밭에 가라지도 함께 자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종들이 주인에게 가서 ‘저 가라지들을 잘라버릴까요?’하고 물었더니 주인은 ‘그냥 두어라. 나중에 수확 때에 일꾼들이 처리할 것이다.’라고 대답합니다.

세상이 그렇습니다. 밀과 가라지가 함께 자랍니다. 논에 벼와 피가 함께 자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동안은 누가 밀인지, 누가 가라지인지 구분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나중에는 다 드러나게 마련이고, 그때는 우리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알아서 다 하실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가라지와 함께 사는 것이 어렵고 힘들어도 희망을 잃지 않고 밭에 좋은 씨를 뿌리는 일을 계속해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기도하기를 그만두지 않아야 합니다.

오늘 복음의 마지막 말씀을 다시 한번 들으시고 힘내시기 바랍니다.

“그때에 의인들은 아버지의 나라에서 해처럼 빛날 것이다.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마태 1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