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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혜를 다하여 서로 가르치고 타이르십시오 (대구가톨릭대학교 개교 109주년 기념미사 강론)
   2023/05/17  16:12

대구가톨릭대학교 개교 109주년 기념미사

 

2023. 05. 15.(월)

 

대구가톨릭대학교 개교 109주년 기념일을 맞이하여 이 자리에 함께하신 여러분과 대학 구성원 모든 분에게 축하를 드리며,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기를 빕니다.

우리나라에 천주교가 들어온 것은 1784년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 전에는 몇몇 남인파 선비들이 중국으로부터 흘러들어온 서양 서적들을 가지고 광암 이벽을 중심으로 강학회를 열었습니다. 그 학문을 ‘서학’이라고도 하였는데 강학회를 가질수록 이것이 단순 학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이승훈이라는 사람을 중국으로 가는 동지사 사절로 따라가게 하여 북경에 있는 성직자를 만나 천주교에 대하여 알아 오게 하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승훈 선생께서 1873년 말에 동지사 사절로 가는 부친을 따라 갔다가 이듬해 북경의 북당 성당에서 그라몽 신부님과 필담으로 교리를 배워 ‘베드로’라는 세례명으로 세례를 받고 귀국하였던 것입니다.

베드로라는 말은 ‘반석’이라는 말입니다. 조선교회의 반석이 되라는 뜻으로 그렇게 세례명을 지어준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리하여 조선천주교회가 시작되었는데 정조 임금께서는 알고 계셨지만 묵인하고 계셨던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런데 1801년 정조 임금께서 승하하시고, 정순대비가 어린 순조를 대신하여 섭정을 시작하자마자 신유박해가 일어나 이승훈, 정약종, 정약용, 권일신 등 초창기 지도자급의 신자들이 죽거나 유배를 가게 됨으로써 교회가 쑥대밭이 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세월이 흘러 정하상 바오로 등을 중심으로 교회 재건 운동이 펼쳐졌고 성직자 영입을 추진하였습니다. 그 결과 1831년에 조선교구가 설정되었고 그 조선교구가 1911년에 서울교구와 대구교구로 분할되었던 것입니다. 그 당시 대구교구를 일명 ‘남방교구’라 하여 대전 이남이 모두 대구교구였습니다.

파리외방전교회 소속인 안세화 플로리안 드망즈 주교님께서 대구교구의 초대 주교로 1911년 6월 26일 부임을 하셨는데 교구 사정이 너무나 열악하여 루르드의 성모님을 주보로 모시고 세 가지 청을 드렸습니다. 첫째는 주교관을 건립하는 일이며, 둘째는 신학교를 설립하는 일이었습니다. 셋째는 계산주교좌성당을 증축하는 일이었습니다. 이 세 가지를 도와주시면 국채보상운동을 제창하셨던 서상돈 아우구스티노 선생님께서 기증한 대구 남산동의 교구청 경내의 가장 아름다운 곳에 성모당을 지어 봉헌하겠다는 약속을 안 주교님께서 하시게 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세 가지 청원이 몇 년 안에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1918년에 지금의 성모당을 지어 봉헌하였던 것입니다. 신학교는 중국 상해에서 익명의 신자가 유스티노 성인의 이름으로 신학교를 건립할 것을 바라며 거금의 기부금을 보내옴으로써 1914년 10월에 설립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대학이 올해로 109주년을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학교든 교회든 이런 훌륭한 분들의 헌신과 나눔으로 발전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김성애 동문님께서 큰 희사를 하셨기 때문에 우리 대학의 박물관을 새로 단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감사드리고 칭송받으실 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교회가 있는 곳에는 늘 학교도 함께 있었습니다. 김보록 로베르 신부님께서 130년 전에 계산성당을 지을 때 학교도 같이 지었습니다. 그게 오늘의 효성초등학교입니다.

1951년 중반에 6·25전쟁이 소강상태에 있을 때 우리 교구 제6대 교구장이신 최덕홍 요한 주교님께서는 그해 9월 25일에 교구유지재단이사회를 개최하여 가톨릭 여성의 고등교육을 위하여 ‘효성여자초급대학’을 설립하기로 결의하였습니다. 교사는 대구 남산성당을 사용하기로 하고, 남산성당은 교구청 부지에 신축하여 옮기도록 하였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1952년 4월 10일부로 국문학과, 가정학과, 음악학과, 이 세 학과를 가진 효성여자초급대학으로 설립인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초대 학장으로 전석재 이냐시오 신부님이 임명되었으며, 그해 5월 15일에 개교식을 가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해마다 5월 15일에 개교기념식을 가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서울 광화문 앞에서 서울시청까지의 그 넓은 광장 가운데에 거리를 두고 두 분의 커다란 동상이 있습니다. 한 분은 ‘한국콜마’의 윤동한 회장님께서 좋아하시는 이순신 장군이시고, 또 한 분은 세종대왕이십니다. 이 두 분은 우리 민족이 가장 존경하는 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 두 분이 조선을 구했고 우리나라를 지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대학의 개교기념일인 오늘은 바로 세종대왕의 탄신일입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정한 이유는 세종대왕을 우리 민족의 영원한 스승으로 여겼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우리 모두, 언제나 백성을 생각하고 언제나 백성을 섬겼던 세종대왕과 같은 스승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콜로새서 3,12-17)에서 바오로 사도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감사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그리고 지혜를 다하여 서로 가르치고 타이르십시오.”

바오로 사도의 이 말씀처럼 우리는 지혜를 다하여 가르치며 각자 자신의 역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마태오 28,16-20)에서 예수님께서는 승천하시기 전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이 말씀은 선교를 열심히 하여 단순히 신자 수를 늘리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명령한 것은 서로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우리 학교 교훈도 사랑과 봉사입니다. 이것을 실천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인 것입니다.

 

성한기 요셉 총장님께서 지난 1월 1일부로 새 총장으로 일을 시작하였습니다. 우리 학교의 모든 구성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우리의 목표인 좋은 대학을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주시길 바랍니다. 우리 교구와 대학의 주보이신 성모 마리아께서 우리의 원의를 들으시고 잘 도와주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