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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모칠락 (성모솔숲마을 성모의 밤 강론)
   2023/05/22  10:18

성모솔숲마을 성모의 밤

 

2023. 05. 20. 주님승천대축일 전야

 

작년 5월 7일에 성모솔숲마을 축복미사를 드렸고, 10월 7일에는 십자고상 축복미사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오늘 주님승천대축일 전야에 성모솔숲마을 성모의 밤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 미사 중에 우리 모두는 성모님의 모범을 따라 주님을 잘 섬기고 이웃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성숙한 신앙인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하며 성모님의 도움을 청해야 할 것입니다.

 

조금 전에 갓난아기가 입을 배냇저고리를 축복하였습니다. 배냇저고리를 축복하는 일은 내 나고 처음 하는 일입니다. 문봉한 신부님이 어디에서 그런 아이디어를 내는지 참으로 놀랍습니다.

문 신부님한테 제가 물었습니다. “왜 배냇저고리입니까?” 그 대답은 ‘사람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고 출산을 장려하자’는 뜻이라고 했습니다. 참으로 좋은 뜻인데, 오늘 참석하신 분들을 보니까 출산 시기를 지난 사람들이 더 많아 보입니다. 그럼, 어떻게 하지요? 여러분의 자녀들이나 손자 손녀들이 빨리 이 배냇저고리가 필요하도록 하는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렇지요?

오늘날 우리나라에 저출산 문제가 참으로 심각합니다. 합계출산수이 0.78명라고 합니다. 이것은 OECD 국가 중에서 최하위 수치입니다. OECD 국가 중에서 최하위는 세계에서 최하위를 뜻합니다. 일본도 중국도 성적이 좋지 않지만 1% 이하로 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작년에 우리나라 출생아 수가 249,031명이었습니다. 일본은 출생아 수가 80만 명 선이 무너졌다고 난리였습니다. 우리나라는 80만 명이 무너진 지가 수십 년 전인데 말입니다.

제가 우리나라 출생아 수 통계를 찾아보니까 재작년에 26만 명, 2010년에는 47만 명, 2000년에는 64만 명, 1980년에 86만 명이었습니다. 그리고 1958년 개띠부터 1970년대 초까지 100만 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이 시대를 ‘베이브붐 시대’라고 하지요. 그런데 지금은 1/4로 줄었습니다. 인구학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빨리 소멸될 국가가 바로 우리나라라고 합니다.

우리나라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예전부터 ‘삼포세대’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결혼 포기, 출산 포기, 구직 활동 포기입니다.

몇 년 전에 특히 수도권에 주택난이 심했습니다. 인구가 갑자기 늘어난 것도 아닌데 왜 주택난이 심했겠습니까? 1인 가구가 급속하게 증가하였기 때문입니다. 혼자 사는 세대가 가장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집 살 돈은 없고, 그래서 전세를 들어갔는데 전세 사기를 당해서 또 난리입니다. 정부에서 아직 이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 결혼한다고 하더라도 너무 늦게 합니다. 너무 늦게 결혼하니까 난임이 많습니다. 임신하고 싶어도 임신이 되지 않아 고통을 받는 부부도 많다는 것입니다. 결혼과 임신과 출산이 얼마나 축복된 일인가를 좀 더 일찍 깨달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날 젊은이들이 모든 것을 갖추고 나서 결혼하려고 하는 경향이 심한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을 갖추고 언제 결혼합니까? 20대에 결혼하도록 해야 합니다. 늦어도 30대 초반에는 결혼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는 동네가 키우고 지자체가 키우고 나라가 키워줘야 합니다.

 

성모칠고(聖母七苦)를 아시지요? 성모님께서 겪었던 일곱 가지의 고통과 슬픔을 말하는 것입니다.

성모칠락(聖母七樂)도 있습니다. 성모님께서 가졌던 일곱 가지의 기쁨을 말합니다. 고통도 있었지만 기쁨도 있었습니다.

제1락은 성모영보입니다. 가브리엘 천사가 성모님께 예수님을 잉태하리라고 일러주는 일입니다. 처음에는 엄청 당황하고 두려워하셨겠지만 성모님께서는 받아들였고, 그 기쁨을 나누기 위해서 누구를 찾아갔습니까?

엘리사벳을 찾아갔습니다. 이것이 제2락입니다. 성모님의 방문을 받은 엘리사벳은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루카 1,42)

제3락은 예수님의 탄생입니다. 비록 베들레헴의 마구간에서 태어나셨지만 얼마나 기뻤겠습니까!

제4락은 동방에서 온 박사들의 방문과 경배를 받으신 일입니다.

이렇게 성모칠락 중에서 네 가지가 임신과 출산에 대한 것입니다. 임신과 출산이 얼마나 기쁘고 축복된 일인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 외 제5락은 예루살렘 성전에 갔다가 어린 예수님을 잃어버리셨는데 사흘 만에 다시 찾은 일입니다. 그리고 제6락은 예수님의 부활입니다. 마지막으로 제7락은 성모님께서 그 영혼과 육신이 함께 천상 영광으로 들어 올림을 받으신 성모승천입니다. 성모님은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으신 분이십니다.

 

오늘은 주님승천대축일 전야입니다. 성모님의 승천은 하느님의 힘으로 올림을 받으셔서 승천하셨기 때문에 몽소승천이라고 했습니다. 예수님의 승천은 지상에서의 당신 구원사업을 완수하시고 당신 스스로 승천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승천이나 성모님의 승천은 우리에게 큰 희망을 안겨줍니다. 우리도 예수님을 믿고 성모님의 도움을 받으면 하느님 나라에 간다는 믿음과 희망이 있는 것입니다. 우리 신앙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입니까? 하느님 나라입니다. 우리 모두 성모님을 따라, 예수님을 따라 하느님 나라에 가야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요한 14,6)

그런데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님에게서 벗어나는 사람도 있고, 아예 예수님을 찾지도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가는 길은 혼란과 어둠과 멸망의 길입니다. 그 사람들이 하루빨리 예수님께로 돌아오도록 우리가 도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언젠가는 마지막 순간이 올 것입니다. 그때 엉뚱한 곳으로 가면 안 됩니다. 성모님의 모범을 따라, 그리도 성모님의 전구와 도우심으로 제대로 하느님 나라에 가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5월은 성모성월이며 ‘가정의 달’입니다. 5월에는 가정과 관련된 날들이 많습니다. 내일이 무슨 날입니까? 5월 21일은 ‘부부의 날’입니다. 둘이 하나가 되라는 뜻입니다. 하나가 되었습니까? 따로국밥 아닙니까?

어떤 자매님이 남편이 반찬 투정한다고 학원에 다닌답니다. 그래서 ‘요리학원 다니세요?’ 하고 물었더니, ‘아니요, 유도학원요.’하고 대답하더랍니다. 남편이 반찬 투정을 하면 ‘내가 음식 솜씨가 부족하구나’ 하고 생각하고 요리학원에 다녀야지, 유도학원에는 왜 다닙니까?

그냥 같이 산다고 하나가 될 수 없습니다. 자신을 비우고 양보하고 자신보다 상대를 먼저 생각해야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지난 토요일은 무슨 날이었습니까? 5월 13일, 파티마 성모 발현일이었습니다. 파티마 성모님의 메시지 중의 하나가 ‘러시아의 회개를 위해 기도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지금도 러시아의 회개를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지난 5월 3일에 있었던 수요 일반알현에서 말씀하시기를, 5월 성모성월이 ‘평화를 위한 묵주기도’를 바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하셨습니다. ‘세 명의 어린 목동들에게 묵주기도를 자주 바칠 것을 당부하신 파티마의 성모님’을 언급하시면서 ‘세계 평화와 전쟁 종식을 위해 매일 묵주기도’를 바치자고 제안하셨습니다. 따라서 남북으로 갈라진 우리나라의 안정과, 지금 전쟁 중에 있는 우크라이나와 몇몇 나라들의 전쟁 종식과 평화를 위해 열심히 묵주기도를 바쳐주시기 바랍니다.

 

루르드의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