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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시노드 성공을 위한 성모 기도의 날 미사 강론)
   2023/06/01  13:20

세계주교시노드 성공을 위한 성모 기도의 날 미사

 

2023. 05. 31. 주교좌 계산성당

 

오늘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에 우리는 세계 보편교회와 함께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의 성공적인 준비와 개최를 위한 ‘성모 기도의 날’을 지내고 있습니다. 조금 전 미사 전에는 이런 지향을 가지고 묵주기도를 바쳤고, 지금은 같은 지향으로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성령께서 이번 시노드를 잘 인도해 주시기를 기도하면서 우리의 어머니이시며 교회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서 우리와 같은 지향으로 하느님께 전구해 주시기를 간절히 청하도록 합시다.

 

2021년 10월 10일에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로마의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시노드 개막미사를 봉헌하셨고 우리 교구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지역교회에서는 10월 17일에 개막미사를 드렸었습니다.

성 바오로 6세 교황님께서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끝날 무렵인 1965년 9월 15일에 자의교서 ‘사도적 염려’를 반포하시며 ‘세계 주교 시노드’를 설치하시고 시노드 사무국을 두게 하셨습니다. 이 세계 주교 시노드는 세계의 대의원 주교님들이 교회의 주요한 안건들을 논의하여 교황님께 건의하는 자문기구입니다.

세계 주교 시노드는 정기총회와 임시총회, 그리고 특별회의로 구분되는데, 지금까지 정기총회 15회, 임시총회 3회, 특별회의 11회가 있었습니다. 이번에 개막하는 주교 시노드는 제16차 정기총회가 되겠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소집하신 주교 시노드는 지금까지 네 차례 있었습니다. 2014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열린 ‘가정’ 관련 시노드가 있었고, 2018년에는 ‘청년’을 주제로 시노드가 있었으며, 2019년에는 ‘아마존 주교 시노드’가 있었습니다.

이번 세계 주교 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는 원래 2022년 10월로 예정되어있던 본회의 일정을 2023년 10월로 미룸으로써 2년에 걸쳐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시노드는 교구와 대륙과 세계라는 3단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대륙 단계를 마치고 로마로 넘어가서 올 10월 4일부터 29일까지 있을 정기총회 본회의를 준비하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번 주교 시노드는 예전처럼 몇몇 전문가나 주교들의 의견을 수합하여 대의원 주교들이 한 곳에 모여 회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백성 전체가 관심을 가지고 밑에서부터 논의하여 의견이 모아지도록 하였다는 데에 가장 큰 뜻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드디어 올 10월에 있게 될 정기총회가 잘 이루어질 수 있게 준비를 잘 하도록 오늘 전 세계 교회가 기도하고 특별히 성모님의 도움을 청하는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이번 세계 주교 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의 주제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친교, 참여, 사명(For a Synodal Church: Communion, Participation, and Mission)’입니다.

여기서 핵심 단어는 ‘시노드 정신’으로 번역한 ‘시노달리타스(Synodalitas)’라는 말입니다.

‘시노달리타스(Synodalitas)’는 ‘시노드(Synod)’라는 말에서 나온 신조어라 할 수 있습니다. ‘시노드’는 ‘함께 길을 간다,’ ‘함께 길을 가는 여정’이라는 뜻입니다. 교회 지도자나 사목자가 혼자서 결정을 다 내리고 교회를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교회 구성원, 즉 하느님 백성 모두가 서로 만나고 경청하고 식별하는 과정을 밟으라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2015년 10월 17일에 있었던 ‘주교대의원회의 제정 50주년’ 기념 연설에서 말씀하시길, ‘하느님께서 제삼천년기의 교회에 바라시는 것은 바로 시노달리타스의 여정’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평신도와 수도자와 성직자가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며 함께 길을 걸어가자는 것입니다.

 

우리 교구는 ‘복음의 기쁨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라는 10년 장기사목계획에 따라 지난 2년은 ‘말씀의 해’를 살았고 지금은 ‘친교의 해’를 살고 있습니다.

‘친교’라는 것이 ‘시노드’라는 말과 뜻이 참으로 서로 맞다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친교나 시노드는 서로 함께해야 하고 함께 길을 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서로를 향하고, 서로 함께하며, 서로를 위하는’ 친교의 삶을 사는 것이 복음의 기쁨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가 되는 것이며, 시노달리타스를 사는 교회가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성모님은 누구보다도 친교와 시노달리타스를 살았던 분이라고 생각됩니다.

루카복음 1장을 보면, 어느 날 갑자기 가브리엘 천사가 찾아와서 아기 예수님을 잉태하게 될 것이라는 소식을 전해주었을 때 성모님은 얼마나 놀라고 당황스러웠겠습니까! 그렇지만 가브리엘 천사로부터 이것은 하느님의 뜻이고 성령으로 말미암은 일이라는 설명을 듣고는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하며 순명하셨던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이렇게 예수님을 잉태하게 된 마리아가 친척 엘리사벳을 찾아 방문하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마리아가 살던 곳은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고, 즈카르야와 엘리사벳이 살던 곳은 유다 산악 지방 아인카렘이라는 동네입니다. 걸어서 5일 이상 걸리는 거리입니다. 나귀도 타고 하였겠지만 그 먼 길을 갔던 것입니다.

왜 그 먼 길을 갔겠습니까? 엘리사벳도 늦은 나이에 하느님의 은혜로 아기를 가지게 되었고 마리아 자신도 성령으로 말미암아 구세주 예수를 잉태하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큰 영광이고 은혜이겠습니까? 그 기쁨을 함께 나누고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기 위해 그 먼 길을 갔던 것입니다.

마리아의 방문을 받은 엘리사벳은 이렇게 외쳤습니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 1,42-43.45)

엘리사벳의 이 말을 듣고 마리아는 ‘마니피캇’이라는 ‘마리아의 노래’를 부릅니다. 이 마리아의 노래는 비천한 자신에게 베푸신 주님의 은혜를 찬송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이것은 온 이스라엘과, 하느님을 믿는 모든 백성에게 베푸신 은혜임을 말하면서 하느님을 찬양하는 노래인 것입니다.

 

오늘 세계 주교 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의 성공적인 준비와 개최를 위한 성모 기도의 날 미사를 봉헌하면서 우리도 성모님처럼 친교와 시노달리타스를 잘 실천하는 사람이 되도록 다짐하고, 성모님의 도움과 전구를 청해야 할 것입니다.

 

루르드의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님, 저희와 저희 교회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