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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착한 목자와 삯꾼 (선목학원 신임교사 임명장 수여 미사 강론)
   2024/02/13  9:21

선목학원 신임교사 임명장 수여 미사

 

2024. 02. 07. 꾸르실료교육관

 

이번에 선목학원재단의 정식 교사로 임명되시는 여러분들에게 축하를 드리며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길 기도합니다.

여러분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물론 여러분들이 열심히 준비를 잘해서 되었겠지만, 그것만은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여러분들을 불러주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사업에 쓰시겠다고 여러분을 선택하시고 부르신 것입니다. 여러분을 불러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려야 할 것이고 불러주신 목적에 합당한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머무는 이 건물이 원래는 효성여고 교사였습니다. 30여 년 전에 효성여고가 달서구 월성으로 이사 가고 난 뒤 증개축하여 꾸르실료 교육관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작년 가을에 효성초등학교를 방문하여 개교 125주년 기념미사를 드렸습니다. 1898년에 한옥으로 된 계산성당을 세울 때 성당 옆에 ‘해성재’라는 2층 한옥집을 지어 아이들 교육을 실시하였던 것이 효성초등의 시작이었던 것입니다. 효성초등학교는 영남지방의 최초의 사립초등학교로서 30여 년 전에 달서구 송현동으로 이사 가기 전까지 90여 년 동안 계산성당 안에 있었습니다.

이처럼 교회가 있는 곳에는 학교가 있었습니다. 그만큼 이 세상을 하느님 나라로 일구는 데 있어서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요한 10,11-18)에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착한 목자다.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다.”

우리 학교 법인 이름이 ‘선목학원’입니다. ‘선목’이란 말이 ‘착한 목자’라는 말입니다. 여러분이 착한 목자입니다.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다’고 했습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착한 목자의 반대말은 무엇입니까? ‘삯꾼’입니다. “삯꾼은 목자가 아니고 양도 자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리가 오는 것을 보면 양들을 버리고 달아난다.”(요한 10,12) 고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요즈음 삯꾼은 어떤 사람입니까? 일한 만큼 돈만 챙기고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요즘 개인주의가 발달한 세상에서 그것을 나쁘다고 하면 무리일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선생님들은 삯꾼이 아니라 목자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자기 목숨까지 내놓지는 않더라도 자기 자녀처럼 정성을 다하여 돌보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다시 말씀하십니다. “나는 착한 목자다. 나는 내 양들을 알고 내 양들은 나를 안다. 이는 아버지께서 나를 아시고 내가 아버지를 아는 것과 같다.”(요한 10,14-15)

여기에서 안다는 말은 단순히 인식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알기 때문에 믿고 사랑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바로 그런 것입니다.

 

요즘 TV 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을 보십니까? 작년 가을 어느 날 신문에 난 대중문화 칼럼을 보다가 ‘2049도 전통 사극에 빠져든다’라는 글을 보았습니다. 2049가 뭐지? 하고 찾아보니까 ‘2049 시청률’이라 말이 뜨는 것이었습니다. 2049는 스무 살에서 49세까지를 말하는데, 그 세대가 물품 구매력이 좋기 때문에 그 세대의 시청률이 높아야 광고가 많이 붙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요즘 알아듣기 어려운 신조어나 줄인 말들이 하도 많기 때문에 대중 매체를 보다가 막힐 때가 가끔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하여튼 그 신문 칼럼 때문에 ‘고려 거란 전쟁’이란 드라마를 보기 시작하였는데, 재미가 있습니다. 드라마는, 발해를 멸망시킨 거란이 고려를 26년 동안 3차례에 걸쳐서 침략하는데, 당시 힘이 약했던 고려가 그것을 어떻게 막아내고 나라를 구하는가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 드라마를 보며 당시 고려 왕 현종이나 강감찬과 같은 사람들이, 리더가 어떤 생각으로, 어떤 정신으로 나라와 백성들을 이끌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들이 리더입니다. 리더로서의 역할을 다 해주시길 바랍니다.

 

오늘 독서로 들은 필리피서(4,10-13.18-20)에서 사도 바오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어떠한 처지에서도 만족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나는 비천하게 살 줄도 알고 풍족하게 살 줄도 압니다. 배부르거나 배고프거나 넉넉하거나 모자라거나 그 어떠한 경우에도 잘 지내는 비결을 알고 있습니다.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필리 4,11-13)

바오로 사도께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잘 적응할 줄 안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복음 선포, 즉 하느님 나라 선포라는 큰 목표를 자신의 사명으로 받아들이고 그 목표를 향하여 부단히 노력하는 자세를 가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혼인과 출산율의 급격한 감소로 학령 인구가 엄청나게 감소되고 있고, 그러면서도 입시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고, 최근에는 교권과 학생 인권 사이에 불협화음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참된 교사로서, 더 나아가 착한 목자요 영적이며 정신적인 어버이로서 잘 살아야 하겠다는 다짐을 하면 좋겠습니다. 좋으신 하느님께서 여러분들의 첫걸음을 축복해 주시고 잘 이끌어 주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