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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믿음과 사랑의 공동체가 되자 (기계성당 새 생전 봉헌미사 강론)
   2024/04/22  13:42

기계성당 새 생전 봉헌미사

 

2024. 04. 20.(토)

 

찬미예수님. 주님의 부활을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곧 이어질 성전 봉헌을 미리 축하드립니다.

제가 2013년 12월 24일 성탄 밤미사를 드리기 위해 기계성당을 방문하였었는데, 근 10여 년 만에 방문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랫동안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하여튼 오늘이 기쁘시지요? 오늘 제1독서는 느헤미야서를 봉독했습니다. 유배에서 풀려난 이스라엘 백성들이 고향에 돌아와 성전을 다시 건축하고 사제가 성경을 봉독하고 설명을 해주는데 백성들이 여기저기서 울었다는 것입니다. 너무 기쁘고 감격스러워서 그랬다는 것입니다.

기계본당은 2009년 8월에 죽도본당으로부터 분가하여 본당으로 설정되었습니다. 지난 15년 동안 조립식 건물에서 살면서 새 성전을 건립하기 위해 온갖 수고를 하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초대 주임이었던 김호균 마르코 신부님과 2대 주임이었던 배성수 라우렌시오 신부님, 특히 지금의 최재원 펠릭스 신부님을 비롯하여 모든 교우들이 합심하여 노력한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지난주 가톨릭신문을 보니까 그동안 42본당을 찾아가서 모금 활동을 하였다고 합니다.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리고 또한 후원하신 모든 분들에게도 감사드리며 하느님의 강복이 있기를 빕니다.

 

미사 시작 전에 성모상과 성전 머릿돌을 축복하였습니다. 교회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시길 빕니다. 그리고 기계본당 주보이신 성 타대오 사도께서 기계본당과 우리를 위해 하느님께 전구해 주시기를 빕니다.

오늘 제2독서로 코린토1서 3장을 봉독하였는데 사도 바오로께서 말씀하시기를, 바로 우리들이 하느님의 건물이고 하느님의 성전이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기초는 예수 그리스도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라는 기초 위에 세워진 하느님의 성전이라는 것입니다. 성전이란 것은, 매일 혹은 주일마다 미사가 봉헌되고 성체가 모셔져 있는 이런 건물도 성전이지만 예수 그리스도라는 믿음의 기초 위에서 하느님에 대한 신앙 고백을 하며 사는 우리도 성전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바오로 사도께서는 하느님의 영을 모시고 있는 우리의 성전을 잘 보존하고 잘 가꾸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오늘 복음(마태오 16, 13-19)을 보면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더냐?” 하는 질문을 던지십니다. 그러자 시몬 베드로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스승님은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때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며 축복하십니다.

“시몬 바르요나, 너는 참 복이 있다. 그것을 너에게 알려주신 분은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이시기 때문이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한 사람의 올바른 신앙 고백이 이렇게 엄청난 하느님의 축복을 낳게 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매 주일, 혹은 매일 이 성전에 와서 하느님께 올바른 신앙 고백을 하시고 베드로 사도처럼 축복받는 사람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베드로 사도께서 교회를 받치고 있는 반석이 되었듯이 우리도 이 세상에 믿음의 반석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올바른 믿음과 사랑의 삶을 통하여 살아계신 하느님을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곳 기계는 복자 윤봉문 요셉 순교자가 태어나고 자란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윤봉문 요셉은 아버지 윤사우 스타니슬라오와 어머니 막달레나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신앙생활을 하다가 1866년 병인박해로 인해 거제도로 피난 가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한 20년 후인 1888년 봄 어느 날 통영의 포졸들이 천주교 신자들을 체포하여 문초하였습니다. 한불수호조약으로 종교 자유를 얻은 지가 2년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당시 지방 포졸들이 그 사실을 모를 수도 있겠으나, 천주교 신자들의 재산을 빼앗기 위해 박해를 가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구본당의 초대주임인 김보록 로베르 신부님께서 1890년경 새방골에 계실 때 수십 명의 외인 무뢰배들이 사제관에 무단 칩입하였고, 신부님이 안 계시자 신자들을 구타하고 가재도구를 빼앗아 가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로베르 신부님께서 경상감사에게 찾아가 항의하였더니, 도리어 감사는 무뢰배들의 편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로베르 신부님은 이 사실을 한양에 계시는 주교님에게 보고하였고 프랑스 공사가 조선 조정에 알려서 경상감사가 인사조치 당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윤봉문 요셉은 진주로 이송되어서 옥에서 순교하게 됩니다. 이런 사실을 당시 경상도 사목을 담당하고 계시던 로베르 신부님께서 주교님께 보내는 1889년도 연말 보고서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이미 종교의 자유가 선포되고 난 후이지만 지방 관리의 개인적인 욕심에 의한 박해를 끝까지 굳은 믿음으로 이겨낸 사례를 윤봉문 요셉 순교자에게서 볼 수 있습니다. 올해가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 10주년입니다. 윤봉문 요셉과 대구의 순교 복자 20위도 2014년 8월 16일에 시복되었습니다.

5월 29일은 한국의 124위 복자 기념일입니다. 다가오는 그날 경주 산내 진목정에서 시복 10주년 기념미사와 순례자의 집과 허륜이(복자 허인백, 복자 김종륜, 복자 이양등) 정원 축복식를 가질 예정입니다. 많이 참석하시길 바랍니다.

 

오늘 기계본당의 새 성전을 봉헌하면서 예수 그리스도라는 믿음의 기초 위에 우리의 신앙을 잘 다져가고 잘 가꾸어 가도록 성모님과 사도 성 타대오와 한국의 순교 성인들과 복자들의 전구를 청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기계본당 공동체가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더욱 서로를 사랑하고 용서하고 품어주는 사랑의 공동체로 거듭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