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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말씀과 성령과 친교로 (1, 2, 3대리구 본당 기초공동체 봉사자의 날 미사 강론)
   2024/05/13  13:2

1, 2, 3대리구 본당 기초공동체 봉사자의 날

 

2024. 05. 11. 범어대성당

 

오늘 오전부터 1,2,3대리구 ‘본당 기초공동체 봉사자의 날’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를 빌려서 여러분들의 노고와 봉사에 감사를 드리며 주님의 은총이 늘 함께하시길 기도합니다.

오전에 이병호 주교님과 노 비비안나 선생님의 강의, 잘 들었습니까?

이병호 주교님은 참으로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연세가 있으셔서 귀가 잘 안 들려서 어려움을 겪고 계시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카랑카랑하십니다.

주교님께서는 오랫동안 전주 교구장으로 사목하셨는데, 그때도 그랬지만 은퇴하신 지금도 늘 성경 말씀과 함께 사십니다. 늘 그날의 성경 말씀을 종이에 적어서 가지고 다니시면서 외우십니다. 그리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그대로 선포하시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말씀 선포이고 선교이며 우리 그리스도인의 삶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말씀과 성령이십니다. 하느님의 말씀으로, 그리고 성령의 감도하심으로 사람이 변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하느님의 말씀과 성령에 귀를 기울이며 살아야 할 것입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북아프리카의 카르타고에서 수사학을 공부했고, 더 출세하기 위해서 밀라노로 건너가 황실학교에서 수사학 교사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마니교라는 이단에 빠져서 방탕하고도 잘못된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 모니카 성녀께서 주교님에게 상담을 했더니 주교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어머니의 눈물과 기도로 키운 자식은 실패하지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우구스티누스는, 밖에서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오는데, ‘집어서 읽어라. 집어서 읽어라.’라는 말로 들렸습니다. 그래서 그는 바로 성경을 집어서 펼치고 읽었습니다. 그 성경 말씀은 이러하였습니다.

“여러분이 잠에서 깨어날 시간이 이미 되었습니다. 밤이 물러가고 낮이 가까이 왔습니다. 그러니 어둠의 행실을 벗어 버리고 빛의 갑옷을 입읍시다. 대낮에 행동하듯이 품위 있게 살아갑시다. 흥청대는 술잔치와 만취, 음탕과 방탕, 다툼과 시기 속에 살지 맙시다. 그 대신에 주 예수 그리스도를 입으십시오. 그리고 욕망을 채우려고 육신을 돌보는 일을 하지 마십시오.”

로마서 13,11-14 말씀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어머니 모니카 성녀의 끊임없는 기도와 성 암브로시우스 주교님의 도움도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이 말씀에 정신이 번쩍 들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 교구는 지난 2021년부터 10년 장기사목계획에 따라 ‘복음의 기쁨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2021년부터 2022년까지는 ‘말씀의 해’를 살았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의 삶에 있어서 하느님의 말씀이 중심에 서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미사 때만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이 말씀으로 살아가는 일상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교구는 지난해부터 두 번째로 ‘친교의 해’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습니다. 같이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야 합니다. 그것이 부부이고, 가정이고, 마을이고, 도시이고, 국가인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나 혼자 산다.’거나 ‘나는 솔로’라는 등의 TV 프로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정말 문제가 심각합니다. 그런 것이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혼자 살 결심’, ‘낳지 않을 결심’을 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가장 심각한 문제는 여야의 극한 대립도 아니고, 북한의 미사일과 핵무기가 아닙니다. 우리나라를 곧 망하게 하고 소멸시킬 가장 위험한 무기는 저출산입니다. 오늘날 젊은이들의 반 이상이 결혼하지 않고, 결혼하더라도 반 이상이 출산하지 않습니다.

지난주에 ‘저 너머의 출산’이라는 KBS 5부작 다큐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결론은, 현재 우리나라는 ‘죽음 직전에 있는 응급환자’라는 것입니다. 응급환자는 그냥 두면 죽습니다. 과감한 응급조치를 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다들 그렇게 진단하였는데, 정치인들과 행정하시는 분들은 어떻게 하면 자신의 지자체에 국비를 끌어들여서 길을 넓히고 공장을 유치할까만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더 이상 길을 내면 안 됩니다. 일본이나 유럽에 가보면 대한민국처럼 이렇게 넓은 길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 돈을 출산과 육아와 교육 등에 무상으로 대줘야 합니다.

하여튼 간에 사람은 가정을 이루고 살아야 하고, 하느님을 믿는 사람은 교회 공동체 안에서 함께 모여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기도하고 찬양하며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사도행전 2,46-47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날마다 한마음으로 성전에 열심히 모이고 이 집 저 집에서 빵을 떼어 나누었으며, 즐겁고 순박한 마음으로 음식을 함께 먹고, 하느님을 찬미하며 온 백성에게서 호감을 얻었다. 주님께서는 날마다 그들의 모임에 구원받을 이들을 보태어 주셨다.”

초대 교회 공동체의 모습입니다. 참으로 친교가 이루어지는 이상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 교회 공동체도 이런 모습이 되면 좋겠습니다.

한 4년 전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를 급습했던 코로나19 때문에 사람들의 일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교회도 많은 타격을 받았습니다. 소공동체와 구역, 반, 그리고 레지오 마리애 같은 신심단체들과 노인대학 등이 많이 와해되기도 하였습니다. 코로나19가 종식되었지만, 아직 잘 회복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와 총대리 주교님이 작년부터 매월 첫 목요일에 대리구의 한 지역을 방문하여 신부님들과, 그리고 총회장님들과 간담회를 가지며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청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드리고 성체 현시와 성체 강복의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다들 어려운 가운데에서 본당을 활성화하려는 노력들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 교회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세상의 복음화를 이루고 하느님 나라를 세우기 위함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교회가, 하느님의 말씀이 살아있고 친교와 사랑이 넘치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 본당 기초공동체 봉사자 여러분들이 친교의 공동체 중심에 있어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과 여러분이 하는 일에 주님께서 강복하시길 기도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청하여라. 받을 것이다. 그리하여 너희 기쁨이 충만해질 것이다.”(요한 16,24)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