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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일어나 비추어라.(이사 6,1) (꾸르실료 제32차 교구 울뜨레야 미사 강론)
   2024/05/19  18:30

꾸르실료 제32차 교구 울뜨레야

 

2024. 05. 15. 범어대성당

 

오늘 제32차 교구 울뜨레야를 맞이하여 교구 내 모든 꾸르실리스타들과 이 자리에 참석하신 모든 분들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길 기도합니다. 

올해로 우리 대구대교구가 꾸르실료 운동을 도입한 지 55년이 되었습니다. 5년 전인 2019년에 50주년을 맞이하여 제31차 울뜨레야를 개최한 바 있습니다. 그 후 몇 년 동안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하여 일상생활만이 아니라 신앙생활까지 위축되어 있다가 이제 5년 만에 제32차 교구 울뜨레야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감회가 새롭습니다. 

코로나19 펜데믹 기간 동안 소공동체와 구역 반뿐만 아니라, 레지오 마리애 등 신심 단체까지 많이 와해되었습니다. 지난해에 코로나19가 종식되었지만,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이들이 눈에 잘 띄지 않고 있습니다. 

작년에 한국사목연구소에서 쉬는 교우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하였는데, 성당에 나오지 않는 이유 1위가 ‘낯설어서, 서먹서먹해서 안 나온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볼 때는 정말 이유 같지 않은 이유 같은데, 이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젊은 교우들이 심하다는 것입니다. 

올해 우리 교구가 ‘친교의 해’를 맞이하여 저와 총대리 주교님이 작년부터 매월 첫 목요일에 대리구의 한 지역을 방문하여 신부님들과, 그리고 총회장님들과 간담회를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서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가 주일학교와 청년 사목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사실 학생과 청년들이 엄청나게 줄어들었고, 있는 청년들마저 대학과 일자리를 찾아서 수도권으로 떠나는 현실입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에 있어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여야의 극한 대립도 아니고, 북한의 미사일과 핵무기가 아닙니다. 우리나라를 곧 망하게 하고 소멸시킬 가장 위험한 무기는 저출산입니다. 오늘날 젊은이들의 반 이상이 결혼하지 않고, 그리고 결혼하더라도 반 이상이 출산하지 않습니다. 세계에 이러한 나라가 없습니다. 작년에 뉴욕 타임즈에 한국의 이러한 특별한 현상에 대한 칼럼까지 실렸었습니다. 

지난주에 ‘저 너머의 출산’이라는 KBS 5부작 다큐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결론은, 현재 우리나라는 ‘죽음 직전에 있는 응급환자’라는 것입니다. 응급환자는 그냥 두면 죽습니다. 과감한 응급조치를 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다들 그렇게 진단하였는데, 정치인들과 행정하시는 분들은 어떻게 하면 자신의 지자체에 국비를 끌어들여서 길을 넓히고 공장을 유치할까만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더 이상 길을 내면 안 됩니다. 일본이나 유럽에 가보면 대한민국처럼 이렇게 넓은 길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 돈을 출산과 육아와 교육 등에 무상으로 대줘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출산율을 높이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앞으로 한 20년 후에는 정말 심각한 현상에 처해 지게 될 것입니다. 지금도 많은 산업 분야에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돌아가지 않고 있는데, 한 20, 30년 후에는 인구의 반 이상의 외국 사람을 받아들여야 산업이 돌아가고 국가가 유지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사회의 고령화보다 교회의 고령화가 더 심각합니다. 코로나19가 끝났는데 많은 본당의 노인대학들이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르신들이 없어서 문을 못 여는 것이 아니라, 봉사자가 부족해서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나서야 합니다. 이사야 예언자처럼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주십시오.’하고 우리가 말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이번 제32차 교구 울뜨레야 주제어가 이사야 60,1 “일어나 비추어라.”입니다.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하고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지금 우리에게 하시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일어나 비추어라.”

오늘 복음(마태 5,13-16)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만일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다시 짜게 만들겠느냐?”(13) 

예수님의 이 말씀처럼 여러분이 세상의 소금입니다. 그런데 소금이 짠맛을 잃어버리면 어떻게 맛을 낼 수 있겠습니까? 내 자신부터 참된 크리스찬이 되어야 합니다. 내 안에 하느님이 계셔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 교구청 본청 현관 입구에 나무 조각 하나가 서 있는데 거기에 이런 글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렇소. 나는 천주교인이요.” 

이 말이 어디서 나온 말입니까?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이 체포되어 심문받을 때 관장이 묻는 말에 대답한 말입니다. “당신이 천주교인이요?” “그렇소. 나는 천주교인이요.”

천주교인이면 잡아서 죽이는 그 시절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은 당당히 자신이 천주교인임을 밝히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도 자신이 세상의 소금으로서 짠맛을 내기 위해서는 당당히 천주교인으로서 자긍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또다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등불을 켜서 됫박으로 덮어두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등경 위에 얹어둔다.”(14-15) 

 예수님께서 말씀하시길, 우리가 세상의 빛이라고 하셨습니다. 빛은 어둠을 밝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됫박으로 덮어두면 어떻게 합니까? 있으나마나한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일어나 비추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세상 사람들이 우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를 찬양할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오늘이 무슨 날입니까? ‘부처님 오신 날’이지요. 음력으로 ‘사월 초팔일’이 그날인데, 올해는 바로 오늘이 된 것입니다. 부처님도 이 세상에 오신 큰 빛이었습니다. 

그리고 원래 오늘 5월 15일은 ‘스승의 날’입니다. ‘스승의 날’이 왜 오늘입니까? ‘세종대왕 탄생일’이기 때문입니다. 세종 임금님이 1397년 5월 15일에 태어나셨습니다. 우리 민족의 가장 큰 스승으로 모시고 있는 분의 탄생일이기 때문에 이날을 ‘스승의 날’로 정한 것입니다. 

세종 임금께서 남기신 업적이 수없이 많지만, 가장 두드러진 업적은 글을 모르는 백성을 위해서 쉽게 글을 익힐 수 있도록 훈민정음을 만드신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당시 세종 임금님이 세상의 소금이요 세상의 빛이었던 것입니다. 

우리가 세상의 소금이 되고 세상의 빛이 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자기 희생과 헌신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내 뒤에 있는 것은 잊고, 앞에 있는 것만 바라보면서 목표를 향하여 달려가야 할 것입니다.’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이사야 6,1)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