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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 본연의 참신함을 되찾자 (사제서품미사 강론)
   2013/12/30  17:22

사제서품미사


2013. 12. 27 성김대건기념관


 찬미예수님! 성탄 축하합니다.

 오늘 이 미사 중에 열두 분의 부제님들이 사제품을 받게 됩니다. 하느님께서 이 사람들에게 크신 은총과 축복을 내리시어 참으로 당신 마음에 드는 사제로 태어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드려야 하겠습니다.

 

 오늘 사제품을 받게 될 부제님들은 오랫동안 신학교에서 학업과 영성수련에 전념하여 왔습니다. 이제 사제품을 받게 되면 앞으로 사는 모양이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모양이 됩니다. 주님의 양들을 돌보고 가르치며 사람들에게 복음을 선포하고 매일 미사와 성사와 기도로써 교우들과 이 세상을 성화시켜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시던 일로서 이 사람들이 앞으로 하게 될 일인 것입니다. 그래서 사제가 된다는 것, 더 나아가 사제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거룩한 직무인지 아실 것입니다.

 이 사람들이 지난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사제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사실 사제가 되는 것보다 사제로 사는 것이 어렵습니다. 참다운 사제로 사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기우렸던 노력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우려야 할 것이며, 지금까지 바쳤던 기도보다 더 많은 기도를 바쳐야 할 것입니다. 

 사제는 예수님께서 하신 일을 한다고 했습니다. 예수님께서 하셨던 일을 하기 위해서는 예수님처럼 사셔야 하고, 예수님을 닮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제로 산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인데, 사제가 자기 혼자 힘으로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늘 기도하면서 노력한다면 분명 하느님께서 도와주실 것입니다. 

 

 어제는 이 자리에서 부제서품식이 있었는데 어제가 ‘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이었고, 오늘은 ‘성 요한 사도 복음사가 축일’입니다. 스테파노는 초대교회의 첫 부제들 중의 한 사람이었기에 어제는 부제서품식을 하기에 좋은 날이었다면, 오늘은 예수님의 첫 제자들 중의 한 사람이며 ‘사랑의 사도’라 할 수 있는 사도 요한의 축일이기에 사제서품식을 하기에 참 좋은 날이라고 생각됩니다. 

 요한은 알다시피 어부 출신으로 제베대오의 아들이며 야고보 사도의 동생입니다. 마태오 복음 4장을 보면 예수님께서 이들을 부르시자 야고보와 요한은 곧 배를 버리고 아버지를 떠나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실 때 성모 마리아를 요한에게 맡기셨습니다. 그래서 전승에 의하면 요한 사도는 나중에 성모님을 모시고 에페소에서 사셨는데 주님을 증언한 죄로 에페소 맞은 편의 작은 섬 파트모스라는 섬에 유배를 갑니다. 거기서 요한은 묵시록 썼다고 합니다. 

 요한 복음서를 보면 요한은 여러 번 자기 자신을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제자’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실 주님께서 열두 제자들을 다 똑같이 사랑하셨겠지만 각자가 자신이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사람이라고 느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사람이 가장 많은 사랑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모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란 자식은 나중에 커서는 다른 사람을 더 많이 사랑하게 되는 법입니다.

 우리 신부님들과 부제님들도 주님께서 한 사람 한 사람 당신 제자로 부르셨고 한 사람 한 사람을 참으로 귀하게 여기시고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요한 사도처럼 강하게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참으로 하느님을 섬기고 신자들을 참으로 사랑하고 존중하는 사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제 자신이 편하고 편리한 대로 살 것이 아니라 교우들의 필요에 귀기우리고 교우들의 영적 목마름을 채워줄 수 있는 목자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제1독서(에페소서 4,1-7. 11-13)에서 바오로 사도께서는 ‘여러분이 받은 부르심에 합당하게 살아가라’고 하십니다. 우리는 우리가 받은 부르심에 합당하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늘 성찰하면서 살아야 할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최근에 ‘복음의 기쁨’이라는 교황권고를 발표하셨습니다. 이 문서는 당신께서 지난 3월에 교황으로 선출된 후 지금까지 보여주셨던 당신의 언행들과 생각들을 종합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교황님 말씀대로 ‘앞으로 여러 해 동안 교회가 걸어가게 될 여정을 위한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교황님께서는 ‘복음 본연의 참신함을 되찾자’고 하시면서 예수님을 우리의 ‘진부한 도식’ 안에 가두지 말자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사목적이고 선교적인 회개’가 필요하다고 역설하시고 교회 조직들을 ‘더욱 선교 지향적’으로 만들 수 있도록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성당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어야 하고’, 하느님을 찾는 이들이 ‘차갑게 닫혀있는 문’ 앞에서 발길을 돌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 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단순히 성당 문만 여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목자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세상 사람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는 말씀이라 생각됩니다. 

 교황님께서는 그런 말씀들을 하시면서 이렇게 기도하셨습니다. “하느님, 껍데기뿐인 영성이나 사목으로 치장한 세속적인 교회에서 저희를 구하소서!”

 교황님의 이 기도를 우리는 어떻게 알아들어야 하겠습니까?

 오늘 복음(요한 12,24-26)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예수님의 이 말씀을 우리는 어떻게 알아들어야 하겠습니까? 지상의 최고 목자이신 교황님의 말씀과 천상의 최고 목자이신 예수님의 말씀에 우리가 귀를 기우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며칠 전에 성탄특집으로 대구평화방송과 인터뷰를 했는데 리포터가 질문하기를, ‘주교님은 언제가 제일 기쁘세요?’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만히 생각하다가 대답하기를, ‘첫째는 교우들이 저와 교구를 위해서 열심히 기도하시는 것을 느낄 때가 기쁘고, 두 번째는 우리 신부님들이 참 잘 사시고 계신다는 얘기를 들을 때가 기쁘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어제 어떤 수녀님을 통하여 저도 잘 모르는 신자분한테서 직접 만들었다는 조그만 케이크와 성탄카드를 선물 받았습니다. 그 카드 전문을 - 그리 길지 않으니까 - 읽어 드리겠습니다. 

“하늘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

존경하올 대주교님!

저희 본당에 주님 사랑으로 가득 찬 참 목자를 보내주셔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번 대림 특강을 통하여 참으로 품위롭게 사는 신자생활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닌, 공동체와 사회와 함께 하는 더불어 사는 것임을 일깨워주는 참 귀한 은총의 시간들이었습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는 12층인데 7층, 9층, 11층에 (사시는) 쉬던 교우들이 다시 신앙생활을 시작하였고 행복한 표정들입니다.

아~ 사랑으로 살아있는 공동체!

주님께서 보내주신 본당신부님과 잘 일치하여 하느님 아버지께는 찬미와 영광을 드리며 대주교님께는 기쁨을 드리는 본당이 되도록 열심히 기도하며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아멘.”

 

 어제 오전에는 열여섯 명의 부제님들이 탄생하여 기뻤습니다만, 오후에 이 카드를 받고는 더욱 기뻤습니다. 교구청에 있으면 일부 신부님들에 대한 불만과 비판의 투서들이 가끔 올라오긴 하지만, 반대로 이렇게 기쁜 소식도 가끔씩 들려오기에 기쁜 날도 더러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같이 이렇게 젊고 참신한 사제들이 많이 탄생하고 있고, 또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사목하시는 신부님들이 많기에 아직 우리 교구와 한국천주교회는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사제품을 받게 되는 열두 분의 부제님들도 사람들에게 복음의 기쁜 소식을 말과 행동으로 전함으로써 저와 우리 교회에 기쁜 소식이 되어 주시기를 간절히 청합니다.   

 그리고 오늘 성품성사를 통하여 당신의 일꾼으로 불러주신 우리 주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고, 주님의 제자요 목자로서 열심히 살아가시기를 다시 한 번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