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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현풍, 꽃피다 (현풍성당 제대 및 유치원 축복미사 강론)
   2014/03/06  11:13

현풍성당 제대 및 유치원 축복미사


2014. 03. 02 연중 제8주일


 찬미예수님!

 현풍성당은 올해로 설립된 지 45년이 되었습니다. 지난 45년 동안 현풍본당은 세 차례의 큰 변화가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1969년 2월에 본당이 설립되어 김영옥(요한) 신부님께서 초대본당신부로 부임하시고 최초의 성전을 지었을 때라고 하겠습니다. 

 두 번째는 1977년 7월에 허연구(모이세) 신부님께서 부임하셔서 성당을 증축공사 하여 2층을 성당으로 만들고 아래층을 교리실로 꾸밈으로써 사목적인 활기를 가져왔던 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당시 제가 화원본당 신학생이었는데, 79년인가 어느 여름 방학 때 이곳 현풍성당에 머물면서 산간학교를 도와드리며 신부님으로부터 사목적인 많은 것을 배운 적이 있습니다.  

 세 번째는 김영옥 신부님께서 20년 만에 다시 본당신부로 부임하셔서 새로운 성전을 지으신 것입니다. 한 본당에 두 번이나 본당신부로 부임하는 일은 잘 없는데, 김영옥 신부님은 현풍본당 뿐만 아니라 삼덕본당에서도 두 번이나 본당신부를 한 전력이 있습니다. 

 김영옥 신부님이 새 성전을 지은 지 25년 만에 안병권(요한) 신부님이 오셔서 성전을 리모델링했습니다. 많이 고치지는 않았고, 특히 제단을 옮겼고 주출입구를 변경시킨 것 같습니다. 성당만이 아니라 지난해 사제관을 새로 지었고 이번에는 유치원도 새로 지었습니다. 그리고 옛 성당을 교육관으로 쓰고 있는데 그것도 리모델링을 잘 한 것 같습니다. 이런 공사들을 한꺼번에 하게 되니까 본당신부님과 총회장님을 비롯하여 많은 신자분들이 힘들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잘 해낸 것을 보면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많은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에 가능했지 싶습니다. 그래서 유치원 짓는 모든 경비는 이번에 교구에서 댔습니다. 

 현풍이 요 몇 년 사이에 큰 변화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달성군의 하나의 면이 아니라 큰 도시가 될 전망입니다. 대구테크노폴리스가 들어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유치원을 새로 짓고 수녀님도 다시 모시게 된 것입니다. 달성이 올해로 개청 100주년이 된다고 합니다. 표어가 ‘달성 꽃피다.’이던데, 달성이 현풍으로 말미암아 꽃필 모양입니다.

 이리하여 현풍본당이 설립 45년 만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풍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성당과 교육관을 리모델링하였고 사제관과 유치원을 새로 지었습니다만, 그렇다고 저절로 좋은 본당, 활기찬 본당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 본당 공동체가 본당신부님과 본당 총회장을 중심으로 일치하는 공동체, 서로 격려하고 아껴주는 사랑 깊은 공동체, 그리고 하느님께 대한 굳은 믿음으로 신앙을 다져가는 공동체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 지역의 많은 사람들을 주님께로 이끌 수 있는 구원의 방주로서의 역할을 확실히 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마태오 6,24-34)에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24)

 그런데 우리는 어떻습니까? 두 주인을 섬기고 있지 않습니까? 

 ‘빠빠라기’라는 책을 보면 아프리카의 어느 추장이 한 말이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백인들이 자꾸 하느님을 섬기라고 하는데 정작 그들은 하느님보다 돈이라는 것을 더 섬기는 것 같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그렇지 않습니까?

 신학생 때 어느 신부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너희가 사제가 되면 세 가지를 조심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첫째는 돈이고, 둘째는 여자고, 셋째는 명예라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 유혹을 조심해야 하는데, 그 이유는 이들이 너무 좋은 것이라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돈과 여자와 명예가 인간적으로 보면 얼마나 좋은 것입니까! 그런데 그 좋은 것을 멀리하라고 하니까 누가 사제가 되겠습니까? 그런데 아직도 많은 젊은이들이 사제가 되고 수도자가 되고 있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두 주인을 섬기지 않고 한 주인만 섬기려고 작정하였기 때문입니다. 누가 강요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무엇이 참된 삶인지, 무엇이 가치 있는 삶인지 깨달았기 때문에 그런 삶을 살고자 하는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잘 산다’는 말을 ‘돈을 많이 벌어서 잘 먹고 잘 산다’는 뜻으로 씁니다. 그러나 사제나 수도자들이 만나고 헤어질 때 서로 격려하면서 ‘잘 살라’고 말하는데, 여기서 ‘잘 살라’고 하는 말은 ‘하느님 잘 섬기고 신자들 사랑하면서 사제로서, 혹은 수도자로서 본연의 삶을 잘 살라’는 뜻으로 하는 말인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주님 잘 믿고 이웃을 사랑하면서 잘 사시기 바랍니다.

 예수님은 다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 믿음이 약한 자들아! 그러므로 너희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며 걱정하지 마라. 이런 것들은 모두 다른 민족들이 애써 찾는 것이다.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는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필요함을 아신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30-33)

 사실 사람이 이 세상 살아가는 데 있어서 의식주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의식주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우선적인 가치를 어디에 두고, 우선적인 선택을 어디에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는 것은 믿지 않는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겁이다. 우리는 먼저 하느님 나라와 그분의 정의를 추구하여야 하며, 그리하면 세상 것들은 곁들여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세상 살아가는 참된 지혜이고 주님을 믿고 따르는 우리들의 삶의 자세인 것입니다.

 

 이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 현풍본당 공동체가 이 땅에 하느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어서 주역이 되기를 기원하며 하느님의 축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