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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회개와 쇄신의 방법 (가톨릭언론인회 한티성지순례 파견미사 강론)
   2014/02/05  9:45

가톨릭언론인회 한티성지순례 파견미사


2014. 01. 25 연중 제3주일


 이곳 한티는 대구 선교의 전초기지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1815년 을해박해와 1827년 정해박해 때 상주, 안동, 영양, 청송 등 경상도 북부지방에서 많은 신자들이 붙잡혀서 대구감영에 끌려와 경상감사한테 재판을 받고 옥에 갇히게 됩니다. 그들을 옥바라지하기 위해 가족들이 뒤따라왔다가 대구에서 조금 떨어진 이 팔공산 중턱에 숨어 살게 된 곳이 한티 교우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을해박해와 정해박해 때 대구감영 옥에서 옥사하거나 관덕정 언덕에서 참수당한 순교자 열일곱 분이 곧 있게 될 시복식에서 시복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한티성지에 흩어져있는 37구의 무덤은 그 후 병인박해 때 순교하신 분들의 무덤입니다. 이 분들은 거의 다 이곳 한티에서 사시다가 이곳에서 순교하시고 이곳에 묻혀계십니다. 여러분들은 순교자들이 사셨고 순교하셨고 또 묻혀계시는 가장 완벽한 성지를 오늘 순례하신 것입니다.

 

 저는 지난 월요일부터 그저께 목요일까지 3박4일간 새신부님들 열두 분과 함께 일본 나가사키 성지순례를 다녀왔습니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235년 먼저 선교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선교도 잘 되었고 신자들도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얼마 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 박해를 하기 시작하였고 그 뒤를 이어 정권을 잡은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1614년에 전면적인 금교령을 내려 지속적인 박해를 가했던 것입니다. 270여 년 동안 이어진 잔인한 박해로 수십만 명의 신자들이 순교하였고 또 수많은 사람들이 배교하였으며 또 일부의 신자들은 잠복하였습니다. ‘잠복 신자’를 일본말로 ‘가꾸레이 기리시탄’이라고 하는데 겉으로는 신자가 아닌 듯이 숨어들었다는 말입니다. 

 그 후 1860년대에 들어와서 외국인들을 위한 종교행위는 허용되었기 때문에 1864년에 파리외방전교회의 프티잔 신부님이 나가사키에 들어와서 그 이듬해 고딕식 성당(오우라성당)을 건립하였습니다. 서양절이 지어졌다는 소문을 듣고 세 여인이 찾아와서 프티잔 신부에게 세 가지를 물었다고 합니다. 첫째, 성모님을 공경하는가? 둘째, 교황님을 존경하고 따르느냐? 셋째, 당신은 혼자 사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신부님이 그렇다고 하니까 그 여인들이 ‘여기 저희들도 모두 신부님과 같은 신앙입니다.’하면서 신자임을 은밀히 고백하였던 것입니다. 그 후 곧이어 우라카미 등지에 잠복해 있던 신자들 약 일만 명이 교회에 복귀하였다고 합니다. 이 사건을 ‘신자 재발견’이라고 합니다. 내년이 신자 재발견 150주년이라고 해서 일본교회에서는 교황님까지 초청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1868년에 메이지 신정부는 국금(國禁)을 어겨다는 이유로 다시 신자들을 박해하기 시작하였고 우라카미의 신자 4100명을 일본 각 지방으로 분산하여 유배를 보내고 배교를 강요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1873년에 금교령이 완전히 해제되어 유배 갔던 신자들이 돌아옵니다. 그 신자들이 하느님께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우라카미에 주교좌대성당을 건립하였습니다. 그리고 유배를 간 동안 신앙생활을 소홀히 한 죄와, 또한 그들 중에는 배교하다가 돌아온 죄를 회개하고 용서 청하는 마음으로 어떤 동산을 매입하여 골고타 언덕처럼 십자가의 길을 만들고 돌제단을 만들어 놓은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제단 가운데 있는 커다란 바윗돌은 계곡 아래에 있던 돌로서 일주일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회개와 보속의 마음으로 굴러서 산 위에 올려놓았다고 합니다. 일본 성지순례를 여러 번 다녀왔지만 나가사키에 있는 이 ‘골고타 언덕’(?)은 이번에 처음으로 가본 곳이었고 그 의미가 남달랐기에 여러분에게 소개해 드리는 것입니다.  

 성지순례는 순교자나 성인들이 그 시대에 어떻게 하느님을 믿고 신앙생활을 하였는가를 묵상하고 그들의 발자취를 따르면서 자기 죄에 대한 회개와 자기 신앙에 대한 쇄신을 가져오게 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복음(마태 4,12-23)에서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

 이어서 복음은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첫 제자들을 부르시는 장면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들은 베드로라고 하는 시몬과 안드레아, 그리고 야고보와 요한이었습니다.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시자 베드로와 안드레아는 곧바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고, 야고보와 요한도 곧바로 배와 아버지를 버려두고 그분을 따랐다고 합니다. 

 회개는 버리고 따르는 것입니다. 그물을 가지고, 또 배를 끌면서 주님을 따를 수는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버리고 따라야 하겠습니까? 


 작년 3월에 우리 교회에 해성처럼 나타나신 분이 계십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는 작년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2013년 올해의 인물’로 그분을 선택하였습니다. 그리고 미국 남성 패션잡지 에스콰이어는 지난해 옷을 제일 잘 입은 인물로 또 그분을 선택하였습니다. 그분이 옷을 특별히 잘 입는 것도 아닌데, 아마도 옷보다도 그분의 언행이나 그 내면을 본 것 같습니다. 그분이 다름 아닌 프란치스코 교황님이십니다. 그분이 교황으로 선출된 지 아직 일 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교회 안팎으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계십니다. 복음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자고 하십니다.

 동화사 주지이신 성문스님을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세 번 만났었는데 만날 때마다 우리 교황님에 대해서 참으로 놀라운 분이시라고 존경의 마음을 표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얼마나 좋은 이미지를 주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분이 교황님이라서 더욱 그렇겠지만, 13세기에 아시씨의 프란치스코 성인이 그랬듯이 예수님을 참으로 닮은 한 사람의 변화된 삶이 이토록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제대로 알아들어야 할 것이고 우리도 그분을 따르는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그분이 무엇을 버리고 어떻게 주님을 따라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