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그룹웨어
Home > 교구장/보좌주교 > 교구장 말씀
제목 형제애, 평화의 바탕이며 평화로 가는 길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미사 강론)
   2014/01/03  13:3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2014. 01. 01 주교좌계산성당


 찬미예수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2013년 계사년이 지나고 2014년 갑오년이 밝았습니다. 올해는 말띠해인데 그 중에서도 청말띠해라고 합니다. 청마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말은 원래가 뜀박질을 잘 하니까 여러분 모두가 말처럼 힘찬 새해를 맞이하시고 새해에 여러분들이 세우신 그 목표를 향하여 힘차게 달려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지난달에는 어떤 이는 송년회 모임 때문에 바빴을 것이고 어떤 이는 연말결산 때문에 바빴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이는 어제 지는 해를 배웅하기 위해 서해로 떠나기도 하였을 것이고 또 어떤 이는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기 위해 동해로 떠나기도 하였을 것입니다. 

 이 모든 행보가 지는 해를 잘 보내고 새로운 해를 잘 맞이하자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신앙인으로서, 하느님의 자녀로서 지난해를 잘 지냈는지를 되돌아보면서 새해를 맞이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해 우리 교회는 ‘신앙의 해’를 지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우리는 신앙적으로 성숙하지 못하였고 하느님을 믿는 신앙이 우리 생활을 온전히 이끌어 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새해 첫날에 우리 신앙의 완전한 모범이신 천주의 성모 마리아께 믿음이 약한 우리들을 도와주시기를 기도하여야 할 것입니다. 

 오늘은 성탄 팔일 축제 마지막 날이며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입니다. 그리고 새해 첫날이며 세계 평화의 날이기도 합니다. 이런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오늘 우리는 특히 세계 평화를 위하여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지금이 어느 때보다도 더 세계 평화가 요청되는 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폭력과 질병과 굶주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중동에 있는 시리아의 내전이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대구의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님들 세 분과 우리 신부님 두 분이 선교하고 있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도 내전이 일어나 아주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태석 신부님이 10년 가까이 봉사를 하시다가 돌아가신 남수단도 내전이 일어나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북아 3국, 즉 한국, 중국, 일본의 관계가 아주 심상찮은 관계가 되고 있습니다. 더욱이나 남북관계는 어느 때보다도 더 첨예한 대립과 긴장관계로 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내적으로도 이념과 계층과 세대 간의 갈등, 그리고 여와 야와, 진보와 보수, 노와 사 간의 갈등과 이권다툼은 더욱 심해지기만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때에 우리는 평화를 위하여 기도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제 47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로 ‘형제애, 평화의 바탕이며 평화로 가는 길’을 발표하셨습니다. 담화문을 요약하여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세계 평화의 날에 제가 처음으로 보내는 이 담화에서 모든 개인과 민족들이 기쁨과 희망이 넘치는 삶을 누리시기를 기원합니다. 모든 사람의 마음에는 충만한 삶에 대한 갈망이 있습니다. 다른 이들과 우애를 나누며 그들을 적이나 경쟁상대로 보지 않고 형제자매로 받아들여 끌어안도록 해 주는 형제애에 대한 억누를 수 없는 바람을 지니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형제애는 인간의 본질적인 특성이기 때문입니다. 

 형제애가 없으면 정의로운 사회도 이룰 수도 없고, 확고하고 지속적인 평화를 이룰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세계 여러 곳에서 기본적인 인권, 특히 생명권과 종교 자유의 권리에 대한 심각한 침해는 끝이 없어 보입니다. 

 오늘날 실제로 우리는 다른 이들의 고통에 점차 ‘둔감해지고’ 우리 자신 안에 갇혀버리게 만드는 ‘무관심의 세계화’에 빠져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너희의 아버지는 오직 한 분, 하느님이시고, 너희는 모두 형제다’ (마태 23,8-9 참조). 형제애의 기초는 하느님의 부성에서 찾을 수 있으며,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하느님의 특별하고 매우 구체적인 인격적 사랑을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 아버지의 자녀이므로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가 서로를 형제자매로 알아보도록 부름 받았습니다. 

 바오로 6세 교황님께서는 개인들만이 아니라 국가들 또한 형제애의 정신으로 서로 만나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곧, 부유한 나라들이 아직 덜 발전된 나라들을 도와야 한다는 ‘연대의 의무’, 강한 민족들과 약한 민족들 사이의 관계를 더욱 공정한 의미에서 재정립해야 한다는 ‘사회 정의의 의무’, 그리고 모든 사람들을 위한 더욱 인간다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서로 주고받는 것이 있고 한 쪽의 발전이 다른 쪽의 발전에 장애가 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보편적 사랑의 의무’입니다. 이렇게 우리가 평화를 ‘연대의 열매’로 여긴다면, 형제애가 평화의 중요한 바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평화가 모두의 선익이 되지 않으면 그 누구의 선익도 될 수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회칙 ‘진리 안의 사랑’에서 베네딕도 16세께서는 민족들과 사람들 사이에 형제애의 결여가 빈곤의 주요 원인임을 지적하셨습니다. 

 “인간은 재화를 소유할 수 있고, 소유할 필요가 있지만 소유자는 그 재화를 자기만의 사유물이 아니라 공유물로도 여겨야 하며, 그러한 의식에서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익을 줄 수 있도록” 그 재화를 사용하여야 합니다. 

 현대의 금융과 경제의 심각한 위기의 원인은, 한편으로는 사람이 하느님과 ‘이웃’에게서 서서히 멀어지고 물질적 부를 탐욕스럽게 추구한 데에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대인관계와 공동체 관계가 약해진 데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위기는 수많은 사람들을 건전한 경제 논리를 벗어나 소비와 이득 속에서 만족과 행복과 안정을 추구하도록 부추겨 왔습니다. 

 지난해에도 우리의 수많은 형제자매들은 참혹한 전쟁을 계속 겪었고 이는 형제애에 심각하고도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저는 무력을 통하여 폭력과 죽음을 확산시키는 모든 이들에게 강력히 호소합니다. 여러분이 지금 무찔러야 할 적으로 여기는 사람은 바로 여러분의 형제나 자매임을 깨달으십시오. 그리고 무기를 든 손을 거두십시오! 무력의 길을 포기하고 대화와 용서와 화해를 통해 다른 이들을 만나러 가십시오. 그리하여 여러분 주위에 정의와 신뢰와 희망을 다시 세우십시오. 저는 저의 선임자들과 한 목소리로 무기 확산 금지와 모든 당사국들의 군비 축소를 호소합니다.

 우리에게는 무엇보다 마음의 회개가 필요합니다. 이를 통하여 우리는 저마다 다른 사람 안에서 자신이 보살펴야 하는 형제자매를, 모든 이를 위한 충만한 삶을 일구고자 함께 일해야 하는 형제자매를 알아 볼 수 있습니다.

 형제애가 사회적 평화를 낳습니다. 형제애가 자유와 정의 사이에, 개인적 책임과 연대 사이에, 개인의 선익과 공동선 사이에 균형을 잡아 주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형제애의 정신은, 자유롭고 서로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의 역량과 상충되는 개인의 이기주의를 극복합니다. 

 인류 가족은 창조주께 자연을 공동의 선물로 받았습니다. 자연은 우리에게 맡겨진 것이고 우리는 이를 책임 있게 관리하도록 부름 받았습니다. 하지만 식량 생산에 있어서 현재의 생산량으로도 인류가 충분히 먹을 수 있지만 실제로 수백만의 사람들이 계속 굶주림에 시달리며 죽어가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 땅에서 일구어 낸 결실을 모든 이가 누릴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형제애는 발견하고 사랑하고 경험하고 선포하고 증언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오로지 하느님께서 선물로 주신 사랑만이 우리가 형제애를 받아들이고 온전히 체험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요한 13,34-35) 

 그리스도께서는 온 인류를 끌어안으시고 단 한 사람도 잃지 않기를 바라십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모든 활동은 사람들, 특히 가장 멀리 있고 잘 모르는 이들을 위한 봉사의 자세를 특징으로 하여야 합니다. 봉사는 평화를 이룩하는 형제애의 혼입니다.

 예수님의 어머니이신 마리아님, 저희가 날마다 아드님의 성심에서 샘솟는 형제애를 깨닫고 실천하여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평화를 가져다주도록 저희를 도와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