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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따뜻한 말 한 마디 (교구 사회복지회 신년교례회 미사 강론)
   2014/01/07  14:27

교구 사회복지 신년교례회 미사


2014 01. 04


 찬미예수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오늘 이 자리에는 새해를 맞이하여 우리 교구에서 사회복지와 관계되는 사람들이 거의 다 모인 것 같습니다. 복지시설에서 일하시는 직원들도 많이 오셨고, 각 본당의 사회복지위원회의 위원들도 많이 오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왜 이렇게 모였습니까?

 아마도 사회복지를 하는 사람들끼리 같은 형제자매로서 친교도 나누고, 또 새해를 맞아 새로운 각오로 하느님의 사랑을 이웃들에게 전하자는 다짐을 하기 위해서 모였다고 생각합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사랑을 우리 사회의 곳곳에 전하라고 하셨고, 그 중에서도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그 일을 담당할 일꾼으로 이 자리에 계시는 여러분들을 예수님께서는 뽑으신 것입니다. 

 여러분은 후원금이나 전달하는 단순한 봉사자가 아닙니다. 그리고 복지시설에서 자신의 일만 하면 할 일을 다 했다고 자부하는 공무원도 아닙니다. 여러분은 세상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고 증거하는 사람들인 것입니다. 

 이 소명은 바로 교회를 통해서 하느님께서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맡기신 소명입니다. 이러한 점을 깊이 생각하고 여러분이 속한 본당에서, 또 시설에서 말과 행동으로 하느님 사랑을 증거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삶으로, 여러분의 하루하루 일상생활 속에서 하느님 사랑을 전해야 합니다. 여기에 있는 우리 모두가 이런 소명을 담당할 일꾼으로 하느님께 초대받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지난 성탄절 다음 날 저녁에 KBS 파노라마 ‘불루 베일의 시간’이라는 프로그램을 봤습니다. 바로 지난 가을에 저희 교구에서 서정길 대주교 사회복지대상을 받았던 강릉 ‘갈바리의원’ 이야기였습니다.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의 수녀님들이, 말기 암환자들이 마지막 인생을 정리하고 하느님께 편안히 갈 수 있도록 돕는 호스피스 활동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수녀님들은 임종을 앞둔 환자들뿐만 아니라 사별 가족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복지의 마지막 목표는 단순히 입고 먹고 잠자는 것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사람들로 하여금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게 하고 하느님의 품에 안기도록 돕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난해에 교회 안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 지난해 2월에 사임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 자발적인 사임을 발표한 것은 교회사에서 처음 있는 일로서 세상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으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검소하고 소탈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 오셨습니다. 고통 받는 이들을 깊이 사랑하시고 우리를 위해 가난하게 되신 주님을 본받아 당신 자신부터 가난하게 사실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어려운 처지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시고 격려하심으로써 세상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계십니다. 

 교황님께서는 미국과 캐나다의 큰 성당에서 퇴자를 맞은 조각 작품 ‘노숙자 예수상’을 바티칸 안에 설치하는 것을 허용하시고 직접 축복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난 달 당신의 77세 생신 때는 노숙자 세 사람을 당신 숙소에 초대하시어 미사를 봉헌하시고 그들의 축하를 받으셨다고 합니다. 

 사회복지 하는 사람들은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같은 이런 마인드를 지녀야 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지난 해 11월 27일에 발표하신 교황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교황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교회에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선택은 사회학의 범주 이전에 신학의 범주이다. 그래서 교회가 가난해야 하고 또 가난한 이를 위한 교회가 되기를 바란다. 가난한 이들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이 세상의 문제들에 대한 어떠한 해결책도 찾지 못할 것이다. 정치는, 비록 흔히 폄하되기는 하지만, 여전히 숭고한 소명이고 사랑의 가장 고결한 형태이다. 주님께서 가난한 이들의 삶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정치인들을 더 많이 보내 주시기를 기도드린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지난 1월 1일 ‘세계 평화의 날’을 맞아 담화를 발표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는 ‘형제애가 평화의 바탕이며 평화로 가는 길’이라고 하셨고, 형제애로 빈곤과 차별을 극복하고 전쟁을 없애자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모두 한 분이신 아버지를 모신 형제들인 것입니다. 

 

 2014년은 갑오년, 말의 해입니다.

 말은 무리를 지어서 사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로 잘 돕고 협력해서 사는 동물입니다. 올해는 세상 사람들이 이러한 말처럼 서로 사랑하고 돕는 형제애를 실천하며 살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고 형제애를 더 크게 증언할 때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 불평등과 전쟁의 위협은 더 작아질 것입니다.

 또 말은 힘차게 뜀박질을 잘 합니다. 새해가 청마, 즉 푸른 말띠 해라고도 하는데 갑오년 새해 우리도 새로운 복음화를 위해서 각자의 자리에서 새로운 열정을 갖고 힘차게 달려가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말은 말을 많이 하지 않습니다. 행동으로 보여줍니다. 요즘 TV드라마 중에 ‘따뜻한 말 한 마디’라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그런데 제목과는 반대로 내용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만 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작가는 그렇게 해서 따뜻한 말 한 마디를 시청자들로 하여금 생각하도록 하겠다는 의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갑오년 새해 말띠해에는 우리 모두가 참으로 용기와 위로와 사랑의 말, 생명과 기쁨과 희망의 말만을 하면 좋겠습니다.


 오늘 교구사회복지 신년교례회 미사에 참석하신 본당사회복지위원 여러분들과 사회복지시설의 직원 여러분, 그리고 자원봉사자 여러분, 여러분의 그동안의 헌신과 봉사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2014년 새해를 시작하는 여러분 모두에게 주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