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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모님처럼 (여성위원회 신년미사 강론)
   2014/01/15  9:24

여성위원회 신년미사


2014. 01. 13 14:00 꾸르실료교육관


 찬미예수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2014년은 갑오년, 말띠 해입니다. 그것도 청말띠 해라고 합니다. 청마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만, 여러분 모두가 청마처럼 힘찬 새해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말의 해를 맞이해서 말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잠시 살펴볼까 합니다.

 말은 우선 힘이 있고 뜀박질을 잘 합니다. 새해에 여러분들이 세우신 목표를 향하여 바오로 사도처럼, 그리고 말처럼 힘차게 달려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연초에 어떤 분이 연하장을 보내왔습니다. 거기에 이런 글이 적혀있었습니다.

나이 쉰다섯에 과수가 된 하동댁이

남편을 산에 묻고 땅을 치며 돌아오니

여든둘 시어머니 문에 섰다 하시는 말

“니는 밥 안 주고 어디 갔었노!”

우리도 새해에는 하동댁처럼 억척같이 삽시다.

 

 말은 마차를 끌 때나 풀을 뜯을 때나 무리를 지어서 사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로 잘 돕고 협력해서 사는 동물입니다. 

 사람들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여야 간이든 노사 간이든 계층 간이든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많은 갈등과 다툼과 싸움이 있습니까? 우리나라가 1년에 사회갈등으로 빚어지는 경제적 손실액이 무려 250조원이나 된다고 합니다.

 지난 1월 1일 새해 첫날에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제 47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를 발표하셨는데, 제목이 ‘형제애, 평화의 바탕이며 평화로 가는 길’입니다. 우리 모두는 한 분이신 하느님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한 형제인 것입니다. 형제끼리 어떻게 싸우고 갈라질 수가 있습니까! 올해는 세상 사람들이 형제처럼, 말처럼 서로 협력하고 돕는 형제애를 실천하며 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말은 말을 많이 하지 않습니다. 묵묵히 자기 일을 할 뿐입니다. 

 얼마 전 어느 일간지에 올해의 사자성어로 ‘접인춘풍(接人春風)’을 선정했다고 하였습니다. 다른 사람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대하라는 뜻입니다. 채근담(菜根譚)에 나오는 말인데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가을서리처럼 매섭게 대하라는 ‘임기추상(臨己秋霜)’이라는 말과 대조를 이루는 말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사람들은 그 반대로 하고 있지 않은가 싶습니다.

 요즘 TV드라마 중에 ‘따뜻한 말 한 마디’라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그런데 제목과는 반대로 내용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만 하고 있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작가는 그렇게 해서라도 따뜻한 말 한 마디를 시청자들로 하여금 생각하도록 하겠다는 의도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갑오년 말띠 해에는 우리 모두가 따뜻한 말을 많이 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참으로 용기와 격려와 위로를 주는 말, 생명과 기쁨과 희망의 말만을 하면 좋겠습니다.

 

 오늘 제1독서인 사무엘기 상권의 시작을 보면 예언자 사무엘의 어머니 한나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스라엘에 왕정시대가 시작되기 전의 일이니까 아주 옛날이야기입니다. 엘카나라는 사람이 두 사람의 아내를 데리고 살았는데 한 아내의 이름은 한나이고, 다른 아내의 이름은 프닌나였습니다. 그런데 프닌나에게는 아이들이 있었지만 한나는 아이를 갖지 못하여 아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한나를 프닌나가 업신여기고 괴롭히는 것입니다. 남편이 한나를 위로하지만 한나를 구원하실 분은 주 하느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나는 매일 같이 주님께 기도를 하면서 아들 하나만 허락해 주신다면 그 아이를 한평생 주님께 바치겠다고 약속합니다. 내일 제1독서에 나옵니다만, 드디어 한나는 임신을 하게 되는데 그 아이가 이스라엘의 마지막 판관이며 예언자이며 사제인 사무엘인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한나의 기도를 들어주시고 응답해 주신 것입니다. 

 여러분도 하느님께 자신의 진실한 소망을 담아 말씀드리고 응답받는 한 해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지난해 우리 교회는 ‘신앙의 해’를 지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우리는 신앙적으로 성숙하지 못하였고 하느님을 믿는 신앙이 우리 생활을 온전히 이끌어 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님, 저희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라고 늘 기도하며 좋은 믿음, 성숙한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을 계속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신앙의 해’는 끝난 것이 아니라 진행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 교회 안에서도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신앙의 해’를 선포하셨던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 성하께서 지난 2월에 교회의 유익을 근심하신 끝에 용단을 내려 사임하셨습니다. 이는 교회사에 유례가 없는 일로서 세상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이제 교황님도 돌아기시기 전에 사임할 수 있는 전례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으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검소하고 소탈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 오셨습니다. 고통 받는 이들을 깊이 사랑하시고 우리를 위해 가난하게 되신 주님을 본받아 당신 자신부터 가난하게 사실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어려운 처지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시고 격려하심으로써 세상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계십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으로 인해 지금 교회 안에는 새로운 바람, 새로운 개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어제는 교황님께서 새 추기경님 19분을 임명 발표하셨습니다. 서울대교구의 염수정 대주교님께서 거기에 포함되셨습니다. 진심으로 축하를 드리며, 여러 가지 갈등과 분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와 우리 교회에 큰 역할을 잘 하실 수 있도록 우리 모두 기도해 드려야 할 것입니다. 

 

 어제 ‘주님 세례 축일’로서 성탄시기가 끝나고 오늘부터 연중시기가 시작됩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공생활의 시작을 보여줍니다. 공생활 시작하시면서 예수님께서 하신 제일성(第一聲)이 무엇입니까?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코 1,15)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회개하고 무엇을 새롭게 해야 하겠습니까?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 갈릴레아 호숫가에서 당신의 첫 제자들을 부르십니다. 시몬과 안드레아와 야고보와 요한이 그들입니다. 예수님께서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 하시니 시몬 베드로와 안드레아는 곧 바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고 하고, 야고보와 요한은 아버지 제베대오를 삯꾼들과 함께 배에 버려두고 예수님을 따랐다고 합니다. 

 이처럼 우리도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서는 방해되는 무엇을 버려야 하는데 그 버리는 일을 잘 하고 있는지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그물을 들고, 또 배를 끌면서 예수님을 따를 수는 없는 것입니다.


 올해 교구장 사목교서는 ‘전례와 선교의 활성화’로 정했습니다. 

전례(미사, 성사, 기도)는 우리 신앙생활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례를 통해서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고 하느님과 친교를 이룰 수 있습니다. 전례헌장 8항에서 말하기를, 전례는 ‘교회의 모든 힘이 흘러나오는 원천’이라고 했습니다. 

 전례를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고 하느님과 친교를 이루며 사는 사람은 세상의 어떤 유혹이나 시련에도 넘어지지 않고 올바르게 신앙생활을 합니다. 그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하느님께로 인도하게 됩니다. 자신이 전례를 통하여 받은 영적인 힘으로 다른 사람을 선교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올해는 여러분 모두가 좀 더 능동적이며 적극적으로 전례에 참여함으로써 신앙의 활력을 되찾기를 바랍니다. 

 

 올해 교구 여성위원회 위원장님이 남인숙 세레나 교수님으로 바뀌었습니다. 새로 출발하는 교구 여성위원회가 온 교회가 지향하는 새로운 복음화를 위해 매진할 수 있기를 바라며 기도합니다. 

 여성위원회 영성의 모범은 성모님이십니다. 오늘 행사 팜플렛에 나와 있는, 남인숙 위원장님의 말씀대로 ‘세상구원사업의 탁월한 중재자이신 성모님처럼 예수님을 우리 삶의 중심에 모시면서 성모님의 마음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