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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교황, 몽골 사도 순방 “전쟁의 먹구름이 걷히고 평화의 미래를 앞당기도록 노력합시다”
   2023/09/18  15:42


울란바타르에서 열린 환영식  (VATICAN MEDIA Divisione Foto)

 

몽골 사도 순방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9월 2일 ‘칭기즈 칸’ 기마 동상이 세워진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수흐바타르 광장에서 열린 환영식에 참석한 후 몽골 대통령궁 “이흐 몽골” 홀에서 정부 관계자, 시민사회 대표단, 외교사절단을 만나 첫 공개 연설을 했다. 교황은 ‘팍스 몽골리카’를 상기하며 몽골이 세계 안정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을 촉구한 후 몽골의 환경 보호와 핵 억제에 대한 결의를 높이 평가했다. 교황은 연설 말미에 종교가 “국가 전체를 빈곤하게 만드는” 부패에 맞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Salvatore Cernuzio 

 

“만남과 대화를 통해 긴장을 해소하고 모든 이의 기본권이 보장되는 보편적 형제애의 확고한 의지를 통해 전쟁의 먹구름이 걷히길 바랍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을 “천상의 역사”를 간직한 “장엄한 땅” 몽골로 “한걸음에” 도착한 “우정의 순례자”라고 소개하며 “평화의 미래를 이룩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세계 평화를 위한 중요한 역할
교황은 몽골 정부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 끼어있는 몽골이 △환경보호 △핵 억제 △평화 등 세계 무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도록 격려했다. 특히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한때 유라시아에 안정을 가져온 팍스 몽골리카(pax mongolica, 몽골의 평화)의 조건, 곧 분쟁이 없는 상태를 회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몽골은 평화적인 외교 정책을 펼치는 민주주의 국가이며, 세계 평화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환영식
9월 1일 울란바토르에 도착한 후 하루 휴식을 취한 교황은 몽골 정부 관계자, 시민사회 대표단, 외교사절단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제43차 사도 순방을 본격화했다. 첫 번째 일정은 오전 9시 울란바토르의 수흐바타르 광장에서 열렸다. 이곳은 지난 1921년 몽골의 혁명 영웅 담딘 수흐바타르가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장소다. 오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몽골 제국의 건국자 칭기스 칸의 위풍당당한 기마 동상 아래에서 제복을 입은 수백 명의 의장대와 갑옷을 입은 기마병 사열로 환영식이 시작됐다.

 

광장에 모인 신자들
무대를 향해 가끔씩 입을 모아 “교황님 만세!”를 외치는 소리와 박수를 제외하고 신자들은 차분하고 조용하게 모여 있었다. 이들은 몽골 전역에서, 그리고 중국을 비롯한 인근 아시아 국가에서 기차, 비행기, 자동차를 타고 이곳으로 왔다. 예컨대 홍콩에서 온 신자들과 동행한 암브로시오 신부도 있었고 촬영을 원치 않는 마스크를 쓴 그룹도 있었으며 러시아 자치 공화국 부랴트에서 온 노인 가람도르지 씨도 있었다. 2004년 가톨릭으로 개종한 몽골 청년 우간셋세그 씨는 세실리아라는 세례명으로 세례를 받았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인 남성은 비록 참석자 수는 많지 않지만 모두 “같은 교회”로 수흐바타르 광장에 모였다고 말했다. “저희는 교황님을 사랑하고, 교황님도 저희를 사랑하시고 중국을 사랑하십니다. 우리는 모두 같은 교회로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수흐바타르 광장에 운집한 이들은 멀리서 교황을 바라보며 환영식에 참석했다. 이들은 교황이 몽골에 머무르는 동안 교황을 더 가까이서 만날 것이다. 수흐바타르 광장에 도착하기 전 교황은 몽골 대통령궁에서 오흐나 후렐수흐 대통령의 영접을 받았다. 교황은 의장대 사열, 성가, 대표단 소개에 이어 몽골 제국의 건국자 칭기스 칸 동상에 경의를 표했다. 교황은 휠체어에서 일어나 잠시 서서 칭기스 칸의 화려한 동상을 바라본 후 돌아서서 모든 이에게 인사했다. 이어 대통령궁 내부에 위치한 ‘그란 게르’에서의 방명록 서명을 시작으로 몽골 대통령을 접견했다. 대통령 접견 후 ‘이흐 몽골’ 홀에서 정부 관계자, 시민사회 대표단, 외교사절단과의 만남이 이어졌다.

 


수흐바타르 광장에서 열린 환영식


교황청과 몽골의 우정
이흐 몽골 홀에서 진행된 만남에서 교황은 나무 의자에 앉아 이탈리아어로 준비한 긴 연설을 통해 특별히 “이 광활하고 매력적인 땅 몽골”을 여행하게 돼 “영광”이라며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교황청과 몽골의 외교 관계, 올해 양국 관계 강화를 위한 교황청-몽골 수교 30주년, 그리고 1246년 몽골 3대 황제인 구유크 칸과 인노첸시오 4세 교황 간의 서한 교환으로 시작된 양국 관계의 역사적 뿌리를 회상하며 몽골 대통령에게 이 서한의 진본 사본을 선물했다.

 

“이 서한이 양국의 우정이 더욱 깊어지고 새로워지는 우정의 표징이 되길 바랍니다.”

 

지구, 환대하는 정원
교황은 고비 사막에서 대초원까지, 대평원에서 침엽수림까지, 수많은 물길이 이어지는 알타이와 항가이 산맥에 이르기까지 몽골 지역의 광활한 영토를 언급했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마치 오래된 고급 천에 세련된 장식을 한 것처럼 보입니다.”

 

“이 모든 것은 환대하는 정원으로 불리는 지구 전체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몽골 유목민과 농부들에게서 배우기
교황은 “생태계의 섬세한 균형을 깨뜨리지 않도록 항상 조심하라”는 몽골 유목민과 농민들의 지혜로부터 배울 점이 많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혜는 “오늘날 근시안적인 특정 이익 추구를 거부하고 대신 후손들에게 따뜻하고 풍요로운 땅을 물려주고자 하는 이들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된다”고 덧붙였다.

 

“여러분은 우리 그리스도인이 하느님의 피조물, 곧 하느님의 자비로운 설계의 결실로 여기는 것에 감사하고 이를 조심스럽게 가꿀 수 있도록 도와주며, 책임감 있는 생태 정책에 반영된 돌봄과 선견지명의 문화를 통해 인간의 파괴로 인한 영향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핵 확산 반대 노력
교황은 “지구를 보호하기 위한 시급하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핵 확산 반대) 헌신”을 이행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이러한 보호는 또한 “발전과 민주주의라는 거대한 세계적 도전”에도 영향을 미친다. 교황은 “오늘날 몽골은 광범위한 외교 관계 네트워크, 적극적인 유엔 회원국 활동, 인권과 평화 증진을 위한 노력 등을 통해 아시아 대륙의 중심이자 국제무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런 맥락에서 “핵 확산을 중단하고 핵무기 없는 국가로 세계에 모습을 드러내겠다”는 몽골의 결의를 높이 평가했다. 아울러 몽골 사법 제도에서 사형제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몽골 대통령궁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오흐나 후렐수흐 대통령


팍스 몽골리카
교황은 몽골 제국이 수세기에 걸쳐 그토록 광활하고 다양한 땅을 포용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광활한 영토를 구성하는 민족들의 뛰어난 자질을 인정하고 공동의 발전을 위해 그 자질을 활용하고자 했던 역량”을 증명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이러한 “팍스 몽골리카”라고 말했다.

 

종교의 자유
같은 맥락에서 교황은 몽골의 정체성에 담긴 “심오한 영적 의미”를 떠올리며 몽골이 “종교 자유의 상징”이라는 사실이 “아름답다”고 말했다. 아울러 교황은 사상과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헌법 그 자체라며, 이는 항상 신성한 전통에 대한 “존중”으로 특징지어지는 몽골이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도달한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무신론 이데올로기가 종교적 의미를 “없애려” 했지만 이 단계 역시 극복됐다며, 오늘날 몽골 국민들이 “저마다 특정한 관점에서 도덕적, 영적 발전에 이바지하는 서로 다른 종교인 간의 조화로운 협력의 본질적인 중요성을 인정하고 존중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패의 고질병
교황은 “오늘날 소비주의 정신으로 대표되는 위협이 큰 불의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타인과의 건전한 전통을 거의 신경 쓰지 않는 개인주의적 사고방식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생각한다”며, 종교가 이 같은 위험에 맞서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본래의 영적 유산에 기반을 두고 종파적 일탈로 타락하지 않을 때 종교는 모든 의도와 목적에 있어 건강하고 번영하는 사회를 건설하는 데 신뢰할 수 있는 지원군이 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신자들은 평화롭게 더불어 살고 정치적 선견지명이 공동선을 위해 점점 더 많이 쓰이도록 헌신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럴 때 종교는 온 인류 공동체의 발전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부패의 고질병에 대한 안전장치 역할을 합니다.”

 

가톨릭 공동체의 공헌
교황은 부패가 “국가 전체를 빈곤하게 만드는 공리주의적이고 파렴치한 사고방식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그렇습니다. 부패는 국가 전체를 빈곤하게 만듭니다.” 교황은 “작지만 사려 깊은” 몽골 가톨릭 공동체가 “연대의 문화, 보편적 존중의 문화, 종교 간 대화의 문화를 전파하고 정의, 평화, 사회 화합을 위해 노력함으로써 국가의 성장 과정에 열정과 헌신으로 동참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요구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통찰력 있는 법안 덕분에 다른 나라에서 몽골로 파견을 나온 남녀 수도자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 몽골 가톨릭 신자들이 몽골 국민을 위해 언제나 어려움 없이 인간적, 영적으로 이바지하길 바랍니다.”

 

교황청-몽골 양자 협정
교황은 현재 진행 중인 교황청과 몽골 간의 양자 협정 체결 협상과 관련해 “가톨릭 교회가 수행하는 일상적인 활동을 이어가는 데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며 “여기엔 종교 활동을 비롯해 교육, 의료, 사회지원, 연구 및 문화 증진 분야에서 수행되는 온전한 인간 발전을 위한 수많은 계획들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저는 몽골 가톨릭 신자들이 하늘이 내린 이 위대한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이와 대화를 나누고 협력하면서, 번영하고 안전한 사회를 건설하는 데 이바지할 준비가 돼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번역 박수현

 

원문 : https://www.vaticannews.va/ko/pope/news/2023-09/papa-francesco-viaggio-mongolia-incontro-autorita-pace.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