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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회복하여라! 그리스도와 함께 희망의 길로 (예수성심시녀회 제15차 총회 개막미사 강론)
   2024/01/08  9:29

예수성심시녀회 제15차 총회 개막미사

 

2024. 01. 04. 예수성심시녀회 총원 성당

 

주님의 성탄을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복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은총과 사랑이 여러분들에게 가득하기를 빕니다.

오늘 우리는 예수성심시녀회 제15차 총회 개막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강복하여 주시고, 성령께서 함께하시어 오늘부터 시작하는 총회를 잘 이끌어 주시도록 기도드려야 하겠습니다. 우리 수도회가 하느님 안에서 하나를 이루고, 설립자의 정신과 수도회의 카리스마에 맞게 더욱 쇄신할 수 있도록 성령의 도우심을 간절히 청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께서도 우리를 위하여 전구해 주시길 빕니다.

 

이번 총회의 주제가 ‘회복하여라! 그리스도와 함께 희망의 길로’라고 합니다. 수도자로서의 정체성을 되찾고 그리스도와 함께 희망의 길로 가고자 하는 소망을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수성심시녀회가 4년마다 총회를 열고 있습니다. 그때마다 지난 삶을 돌아보고 현재의 삶을 냉철하게 살펴보면서 수도회로서의 참된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모든 회원들이 마음을 열고 성령께 도움을 청하면서 경청과 대화를 이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 가톨릭교회가 지금 시노드 중에 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제16차 세계 주교 시노드를 개최하고 있는데, 지난 10월에 본회의가 로마에서 있었습니다. 내년 10월에 본회의 제2회기가 있을 것이라 합니다.

이번 시노드에서 특이한 점은, 세계 모든 교회의 저변에서부터 의견을 들었다는 것이고, 대의원도 주교들만이 아니라 남녀 수도자 대표들과 평신도들이 상당수 참여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시노드의 주제가 특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번 시노드의 주제가 시노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해진 주제는 ‘시노드적인 교회를 위하여-친교, 참여, 사명’인데, 이것은 교회 삶의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교회는 시노드적이어야 하는데, 시노드적이기 위해서는 어떤 태도,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서로 나누어 보자는 것입니다.

우리 교구가 ‘복음의 기쁨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라는 10년 장기 사목 계획에 따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친교의 해’를 살고 있습니다. 이것도 보편교회의 시노드와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 모두가 친교의 사람이 되고 우리 교회가 친교의 삶을 살지 않으면 앞으로 희망이 없는 것입니다. 이런 절박한 심정으로 우리 모두가 시노드적이고 친교적인 삶을 살아야 하고, 우리 공동체가 시노드적인 공동체, 친교적인 공동체가 되도록 다 함께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 10월에 로마에서 있었던 시노드 본회의에 한국교회의 대표로 서울의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님께서 참석하고 오셨는데, 회의할 때마다 몇 분 동안 침묵 가운데 성령께서 들려주시는 말씀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고 하였습니다.

 

오늘 복음(요한 14,23-29)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보호자, 곧 아버지께서 내 이름으로 보내실 성령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시고 내가 너희에게 말한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 주실 것이다.”(26)

여기서 ‘보호자’라는 말로 번역된 ‘파라클레토스’라는 말은 ‘옆에 있도록 불린 자’라는 뜻입니다. 개신교에서는 ‘보혜사’란 말을 씁니다만, 성령께서는 우리를 도와주고 보호하고 변호하고 중재하기 위해 우리 곁에 계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성령께 자신을 열어드리며 이 총회를 잘 도와주시기를 청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인 신명기 30,11-14 말씀은 실천의 중요함을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하느님의 계명은 힘든 것도 아니요 멀리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하늘에 있는 것도 아니요, 바다 건너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우리 입에 있고 우리 마음에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실천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오늘 복음(요한 14,23-29)에서도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킬 것이다. 그러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그에게 가서 그와 함께 살 것이다.”(23)

우리가 예수님을 사랑한다면 예수님의 말씀을 따르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면 예수님께서 아버지와 함께 우리 안에 들어와 살 것이라고 합니다. 이 얼마나 엄청난 은혜입니까!

오늘 예수님의 이 말씀을 종합해 보면, 순명과 사랑은 하나라는 이야기입니다. 오직 사랑하는 자만이 순명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주님을 정말 사랑하고 있는가 하는 것은 우리가 주님의 계명과 말씀에 순명하고 있는가를 보면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순명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사랑의 진실성을 보게 하는 지표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날 이기주의와 개인주의, 세속주의, 물질주의, 편의주의가 범람합니다. 그래서 가정부터 시작하여 공동체성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런 조류는 교회도, 수도회도 물들이고 있습니다. 이미 구성원들이 개인주의와 세속주의에 물들어져 있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교육과 양성과 수련을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개인적으로 끊임없는 기도와 성찰을 통하여 쇄신하고자 노력하여야 하고, 공동체는 이런 총회나 연수, 그리고 시노드 등을 통하여 쇄신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총회를 통하여 오늘날 우리 수도회에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찾고, 그 하느님의 뜻에 맞게 수도회의 방향을 잘 설정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주시도록 총회 내내 성령께 의탁하며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