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그룹웨어
Home > 가톨릭생활 > 칼럼 > 십자가를 안테나로
제목 오늘이 내 남은 인생의 첫날이라면? (버킷 리스트)
   2022/01/01  19:30

 

주: 금년이 임인년, 검은 호랑이의 해라고 해서 그런지?고 민성기신부님(꼰벤뚜알 프란치스코회)의 편지글에 나오는 '호랑이굴'이 갑자기 생각나 수년 전에 쓴 글을 다시 올려봅니다.?

                      < 오늘이 내 남은 인생의 첫날이라면? >

십자가를 안테나로!
현충일 아침, KBS- 1TV의 ‘아침마당’에서는 뜻밖에도(?) ‘죽기 전에 꼭 해봐야 할 것들’이란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일반적으로 죽음을 앞둔 사람들은 평소에 남에게 베풀며 살지 못한 것, 좀더 참지 못하며 산 것, 좀더 행복하게 살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하는데 오늘 프로그램의 이야기 손님들도 죽음을 앞두었는지 처음에는 각자의 꿈이 비키니를 입고 수영하기, 유명 MC가 되기, 길을 잃어보기, 불타는 사랑을 하기 등등 이라고 하다가 나중에는 남에게 봉사하기, 남에게 베풀며 살기로 귀결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가 이담에 죽으면 신이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하신다고 합니다. “그대는 살면서 기쁨을 느꼈고 또 그 기쁨을 이웃에게 전하였는가?”라고 말입니다. 아마 현충일인 오늘 우리가 10시 싸이렌 소리와 함께 추모하는 순국선열과 전몰군경들은 “네, 저는 국가에 충성하였고 이웃과 가족을 사랑했습니다.”라고 할 것이고 저는 “네, 저는 좋은 영화를 보면서 기쁨을 느꼈고 저의 글을 통해 그 기쁨을 전했습니다.”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아무튼 ‘오늘은 내 남은 인생의 첫날'이자 '무상의 선물'임을 우리 각자 깨닫고 하루하루에 충실할 것을 다짐하면서 30여년 전 대학시절의 일기장에 “나는 죽기 전에 신학을 공부하고 작가, 여행가, 강사, 사제가 꼭 되리라...”고 적어놓고 또 실천하신 고 민요셉 신부님의 마지막 편지글과 영화 ‘버킷 리스트’(Bucket List)를 차례로 소개합니다. 가브리엘통신

<오늘은 내 남은 인생의 첫날입니다 / 민성기 신부>

북한산. 효자비에서 시작된 산행이 마침내 인수봉과 백운대 사이의 작은 봉우리에 섭니다. 백운대를 바라봅니다. 백운대를 오를 수 있을까. 마치 꿈을 꾸듯 백운대를 바라보고 서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자리, 내가 서 있는 그 봉우리에 한 여인이 누워 있습니다. 내 생각을 알아들었는지 그녀는 다짜고짜 자기를 따라오라 합니다. 자기를 따라가면 백운대로 오를 수 있다고. 앞서가는 그녀를 따라갔습니다. 바위를 타고 얼마를 걸어갔을까 그녀가 멈추어 섰습니다. 그리고는 도저히 사람이 지나갈 수 없다고 여겨지는 바위와 바위가 맞닿은 틈새를 비집고 들어갑니다. 길 아닌 길, 참으로 신기한 길을 따라 몸을 굽힙니다. 호랑이굴입니다.

먼발치에서 볼 때는 바위와 바위가 포개져 있어 틈이라고는 전혀 볼 수 없었는데, 막상 가까이 와서 보니 바위와 바위가 맞닿은 그 자리에 틈이 있습니다. 틈! 틈이 있습니다. 따라 들어오라는 그녀의 몸짓에 따라 호랑이굴 그 바위틈 안으로 몸을 집어넣습니다. 몸을 비틀며 손은 벽 위를 더듬고 엉덩이를 바닥에 질질 끌며 기어들어 갑니다. 비 오듯 땀이 쏟아집니다. 배낭이 걸려 나아가지 못하니 배낭을 벗어 앞쪽으로 넘긴 후 부딪히고 긁히고 그렇게 내장처럼 꿈틀꿈틀 연이어 펼쳐진 호랑이굴 속을 더듬더듬 훑어나갑니다. … 호랑이굴 …. 얼마를 헤맸을까 마침내 입구가 보입니다. 굴을 빠져나옵니다. 밝은 세상, 그렇게 호랑이굴에 머물다 세상으로 나옵니다. 엄마 뱃속에서 아홉 달을 머물다 울음 울며 나오듯 그렇게 세상으로 나옵니다. 새로 태어납니다. … 다시 암벽을 올라 백운대로 오릅니다. 그런데 홀연히 그녀는 떠나갑니다.
“신부님, 저도 천주교 신자입니다. 세례명은 안젤라고요. 언제 또 만나겠지요.” 그리고는 사라졌습니다. 안젤라?! 천사(Angel)! 그녀는 천사였습니다.

호랑이굴. 호랑이굴을 발견하고 호랑이굴 속에 머물렀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행복했습니다.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그랬습니다. 호랑이굴에서 대림을 배웠습니다. 대림 그것은 초탈입니다. 초탈은 일상생활 가운데서 마음의 중심을 잃지 않도록 마음을 주시하고 다잡는 마음의 훈련입니다. 자기애와 자기 집착을 떠나 사물을 하느님의 빛 아래서 더 순수하고 고귀하고 아름답게 대하며 사는 법을 익히는 것입니다. 사물들이 마음에 있되 마음은 사물들에 두지 않는 무념(無念), 무주(無住), 무상(無相)의 훈련이며, 아집을 떠나 무심(無心), 무사(無事), 무욕(無欲)으로 사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내 안에 호랑이굴이 있습니다. 북한산에 호랑이굴이 있듯이 내 안에 호랑이굴이 있습니다. 내 영혼이 호랑이굴입니다. 그렇습니다. 오늘입니다. 바로 오늘, 호랑이굴인 내 영혼에 오늘 말씀이신 하느님이 들어오십니다. 대림을 알리는 첫 날인 오늘, 오늘은 내 남은 인생의 첫 날입니다. 오늘, 바로 오늘, 내 영혼에 말씀이신 하느님이 육화하십니다. 참 뜻깊은 오늘입니다.  

오늘도 신비의 샘인 하루를 맞는다.
이 하루는 저 강물의 한 방울이

어느 산골짝 옹달샘에 이어져 있고
아득한 푸른 바다에 이어져 있듯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하나다.

이렇듯 나의 오늘은
영원 속에 이어져 바로 시방
나는 그 영원을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죽고 나서부터가 아니라
오늘로부터 영원한 삶을 살아야 한다
영원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이 가난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을 비운 삶을 살아야 한다.
(시인 구상의 詩「오늘」전문)

그러나 여전히 내 영혼은 잡다한 피조물에 포로가 되어 있습니다. 애착 속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애착에서 벗어나 일탈에서 오는 내적 자유를 살아야 합니다. 에크하르트(Meister Eckhart)에게서 초탈을 배웁니다. 초탈은 번잡한 일상생활 속에서도 사물에 집착하지 않고 내적 고독을 갖는 것입니다. 어디서 누구하고 있든지 간에, 사물들과 사람들 서리 그 일상 속에서 내적 자유를 사는 것입니다. 그렇게 초탈을 살아야겠습니다. 초탈을 살 때 내 영혼 깊은 곳에 있는 영혼의 불꽃이 하느님과 하나 되면서 내 영혼 안에 말씀이 탄생할 것입니다. 하느님이 탄생하실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이 태어나십니다. ㅡ 민성기 (요셉)신부 드림 ㅡ

주: 위의 글은 2004년 10월에 북한산 등반중에 선종하신 고 민성기 요셉신부님이 생전에 어느 교우에게 보내신 편지입니다. 부천 상동성당 게시판에서 퍼왔습니다.


                            <영화 ‘버킷 리스트>

카터(모건 프리먼 분)는 말기암 선고를 받고 병원에 입원하여 우울하게 보내던 어느 날, 대학 신입생이던 시절 그의 철학교수가 학생들에게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 보고 싶은 것들을 적은 이른바 ’버킷 리스트(Bucket List)'를 만들라”고 했던 일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후 46년이 지나 모든 꿈을 접고 일개 자동차 정비사가 되어있는 그에게 이 ‘버킷 리스트’는 이제 잃어버린 꿈의 쓸쓸한 추억이자, 가끔씩 떠올리고 지워보는 놀이에 불과하다.

한편, ‘병원은 스파가 아니기 때문에 누구나 예외없이 2인 1실’이라는 이른바 ‘에드워드의 철칙’ 때문에 자신도 어쩔 수 없이 카터와 같은 병실에 입원한 재벌사업가이자 그 병원의 주인인 에드워드(잭 니콜슨 분)은 결코 돈이 안 되는 카터의 이 ‘버킷 리스트’에는 애당초 관심이 없다. 다만 돈을 더 벌고 사업체를 더 늘리기에 바쁜 그는 병실에서도 인수합병이나 고급커피 외에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도무지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런데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었지만, 같은 병실에서 티격태격 싸우면서도 서로에게서 중요한 두 가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즉 ‘나는 누구인가를 돌아보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과 또 남은 시간 동안 하고 싶던 일을 해야겠다는 것!

병원 의사들와 비서의 강력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병원을 뛰쳐나간 두 사람은 그들이 공동으로 작성한 ‘버킷 리스트’를 즉시 행동으로 옮긴다. 즉 인도 타지마할에서 아프리카 세렝게티까지 여행하기,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기, 몸에 멋진 문신새기기, 쾌속 스포츠카를 타고 질주하기, 비행기에서 스카이다이빙하기, 히말라야 등반하기, 예쁜 여성과 키스하기 등등..., 그들은 함께 만든 이 버킷 리스트를 들고 열정적인 모험을 시작한다. 광대하고 아름다운 세상 속에서, 그들은 목록을 지워나가기도 하고 더해 가기도 하면서 어느 누구나 풀어가야 하는 어려운 문제들과 씨름한다. 그리고 그 와중에 그들은 진정한 우정을 나누게 되며 또 에드워드는 생전에 결코 그 혼자 힘으로 도저히 실천하지 못했을 어려운 과제 즉 ‘딸과의 화해하기’를 카터의 도움과 유언으로 실천하게 되고 또 예쁜 여성(외손녀^^*)에게 뽀뽀도 하게 된다ㆍ

                  <말씀에 접지하기; 마태 22, 37-40>

                          

(마르코니 문화영성 연구소: http://www.daegu-archdiocese.or.kr/page/catholic_life.html?srl=cross§ions=good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이현철 이냐시오 형제님에 대하여... 관리자 07/05/22 26537
908 * 오스카 로메로 주교축일에 * (로메로) 이현철 24/03/24 68
907 * 정목스님의 특강을 들으면서 * (나의 올드 오크) 이현철 24/01/22 310
906 * 천국의 후원 * 이현철 23/10/10 622
905 * 당나귀 뚜(Tu) 이야기 * (당나귀 EO) 이현철 23/10/03 364
904 * 영화도 보고 하느님도 만나고 * (엔니오 : 더 마에.. 이현철 23/07/08 557
903 * 67년만에 통과된 린치금지법 * (틸) 이현철 23/03/28 530
902 * 선친옆에 모셔진 모친 * 이현철 23/02/15 853
901 오늘이 내 남은 인생의 첫날이라면? (버킷 리스트) 이현철 22/01/01 1068
900 진정한 식구가 되려면?(바베트의 만찬) 이현철 21/12/03 1149
899 포용력이야말로 경쟁력인데.,,(웰컴) 이현철 21/08/26 1479
898 계속되는 인종차별의 원인은?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이현철 21/04/23 1951
897 * 후원 부탁드립니다 * 이현철 21/03/12 2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