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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있을 때 잘해! (그 남자가 아내에게)
   2014/02/16  14:18

주: 병원 로비에서 방문객들과 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경기를 시청하다 러시아에 귀화한 '빅토르 안'(안현수)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장면이 나오자 어떤 아저씨는 "안선수는 금메달, 한국 빙상연맹은 목메달이야...'라고 아쉬움을 드러내었고 어떤 아줌마는 "그러니깐 (한국에) 있을 때 잘해주었으면 러시아에 안 갔을 텐데..."하고 아쉬움을 표현했습니다. 아무튼 안현수선수사례가 계기가 되어 한국 빙상연맹 뿐만 아니라 우리 가정들도 화목하길 바라면서 지난 2011년에 쓴 글을 올려봅니다.^^*

 

 

                                        있을 때 잘해!


  십자가를 안테나로!

  지난 구정명절 연휴에 요양원 TV에서 어느 유명 방송인이 이혼했다는 소식에 이어 다른 채널에서 바로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라는 흥겨운 유행가가 나오자 무심코 시청하고 있던 요양보호사와 방문객, 보호자들이 모두 박장대소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들과 자연스럽게 최근 우리 사회에 이혼이 많이 늘어났다는 이야기를 서로 나누던 중에 다음과 같은 고 민요셉신부님의 이혼에 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최근 이혼하려는 부부에게 관람을 강력히 권하고 싶은 일본영화 ‘그 남자가 아내에게’를 소개해주었습니다. 가브리엘통신


  <고 민요세비(민요셉) 신부님이 한남동 수도원에 계실 때 일이다. 이태원 음식집에서 민신부님과 소주를 마시며 무언가 심각한 얘기를 하고 있을 때, 나(경주의 김안토니오)는 우리 옆자리에 누가 있는지도 미처 몰랐다. 그런데 어린 아들 딸 하나씩을 데리고 있던 30대의 젊은 부부가 이미 식사를 끝내고 우리 옆에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우리의 이야기가 소강상태가 되자 옆의 부부가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에게 말을 건네 왔고 우리는 곧 합석이 되었고  마치 오랜 친구처럼 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대화하고 있는 중에 민요세비신부님은 옆자리에 7살난 딸과 눈(?)이 맞았고 급기야는 딸의 오동통한 손을 잡게 되었다. 그러자 때를 만난 듯이 그 아들까지 본격적으로 민 요세비 신부 옆에 와서 앉았다. 이에 고무된 부부는 새로 술을 사서 우리에게 권하며, 명함을 내밀며 '사장님은 무엇을 하는 분이냐?'고 묻기에 나는 '장사꾼'이라고 이야기하고 민요세비 신부는 '나는 사업가'라고 농담을 하였다. 내가 결국 '이분은 민신부님'이라고 말하자  그들은 음찟 놀라며 '자기도 신자인데 지금은 냉담을 하고 있다'고 말하였고, 잠시 후 그들은 고해하듯 자신들의 처지를 털어 놨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들은 서로 이혼하기로 합의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이른바 '최후의 만찬'(?)을 위해 지금 나왔던 길이었다. 나는 무척 긴장하였고  '너무나 잘 어울리는 부부인데 다시한번 생각해 보도록 하라고 말을 해야겠는데 도대체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하고 이런저런 생각에 어수선하였다. 그런데 민요세비 신부는 놀랍게도 그들에게 "그래? 마음에 안 들면 못 살지... 억지루 되나 ... 그래, 헤어져버려! 시원하게 헤어져!"하며 맞장구치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민요세비 신부님이 반어법으로 말하는 것이려니 하였는데 계속 같은 말을 되풀이하기에 혹시 그 부부가 신부님의 그 말에 혹시 상처를 받지 않을까?하고 마음을 졸이고 있었고 드디어 민요세비 신부님이 "자, 우리, 이혼식을 한번 해 보입시더."라고 하실 때는 나는 그만 완전 포기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정신없는 사이에 2, 3차가 이어지고 대리운전기사(?)인 나만 바빠졌고 압구정동 한양 아파트 50평인가? 70평인가? 억수로 큰 아파트인 그 부부의 집에 우리는 한밤중에 갑자기 초대받았다. 그런데 그 남편의 90세 가까운 부친이 반갑게 나오시더니 민신부님께 집축성과 가정기도를 부탁하시자 신부님은 정성껏 그들을 위해 기도해 주셨고 또 “매주 한 시간씩 특별 이혼준비 강의를 해주겠다”는 약속을 그들과 하고 헤어졌다. 그 이후 나는 그들과 시간이 잘 안 맞아 두어번 밖에 더 어울리지 못 했지만 민 신부님의 특강은 아마 몇 달 계속 되었던 것 같다. 한참 후 내가

 "민신부님, 그 부부 헤어지는 문제는 어떻게 되었어요?" 하고 묻자

 "몰라, 아마 이혼을 잊어버린 모양이데이...“ 라고 대답하셨다.>

                                       (에피소드 출처: 고 민신부님 추모홈피)



                         <영화 ‘그 남자가 아내에게’>


  자유분방한 성격의 사진작가 슌스케(토요카와 에츠시 분)와 남편의 사업과 내조를 위해 온갖 정성을 다하는 사쿠라(야쿠시마루 히로코 분)는 결혼 10년차 부부. 하지만 무엇에도 얽매이기 싫어하며 가끔 바람을 피는 철없는(?) 남편 슌스케는 자신을 향한 아내의 무한한 애정과 관심이 마냥 귀찮기만 하다. 그런데 더 늦기 전에 아이를 갖기를 간절히 원하는 사쿠라는 무심한 남편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결혼 10주년 기념으로 오키나와 여행을 제안한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선 절대로 싸우지 말자고 굳게 약속한 두 사람, 눈부시게 아름다운 오키나와의 다양한 풍경을 뒤로 한 채 호텔에 누워만 있던 슌스케는 밖으로 나가자는 사쿠라의 성화에 못 이겨 결국 사진기를 들고 아내와 함께 바닷가로 나선다. 그런데 결혼반지를 호텔방에 두고 왔다며 숙소로 급히 뛰어가던 사쿠라는 안타깝게도 도로에서 차에 치여 죽고 만다...

 

  그런데 슌스케는 사쿠라의 1주기가 다 되도록 ‘늘 사쿠라가 자기 옆에서 함께 살고 있다’며 사쿠라와 가끔 부부싸움도 하고 또 대화를 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말씀에 접지하기; 에페 5, 21-33>


                (마르코니 문화영성 연구소 : http://cafe.daum.net/ds0y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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