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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교황 “연민에 귀가 먹은 사회에서 병자들의 부르짖음에 귀 기울이십시오”
   2023/02/16  10:12


로마교구 보건사목국 의료담당센터 대표단을 만난 프란치스코 교황  (Vatican Media)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2월 11일 ‘세계 병자의 날’을 앞두고 로마교구 보건사목국 산하 의료담당센터 대표단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건강 문제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견고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라고 당부하며 “형제자매의 고통을 마주하는 가운데 ‘마음 안에 먼저 떠오르는 신호’를 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Tiziana Campisi / 번역 이재협 신부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계 병자의 날(2월 11일)을 이틀 앞둔 2월 9일 교황청 사도궁 클레멘스 홀에서 로마교구 보건사목국 산하 의료담당센터 대표단을 만났다. 의료 분야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교황은 과거에 종종 언급한 바 있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복음적 표상을 다시 떠올렸다. 의료담당센터 대표단은 로마 시내 13개 병원장을 비롯한 의료진과 자원봉사단으로 구성돼 있다. 교황은 로마에서 병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든 이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러분은 아픔의 경험을 이웃의 고통을 향한 친밀함으로 승화할 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또한 이들은 고통 중에 있으면서도 이웃을 지향하며 고립과 두려움의 벽을 허물고 연대와 희망의 이야기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이들에게 교황은 세 가지 태도, 곧 고통받는 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병자들의 고통에 대신 목소리를 내며, 마음을 사로잡는 사랑의 누룩이 되는 태도를 지니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무엇보다도 고통받는 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경청하고 사랑하고 환대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기억합시다. 그러나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형제자매의 고통을 마주하는 가운데 ‘마음 안에 먼저 떠오르는 신호’를 보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이 신호는 우리 마음 깊은 곳에서 우리를 멈춰 세우고, 형제자매들의 고통을 단순히 지나쳐 버리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마음입니다. 이는 고통받는 이들과의 만남에 더 많이 참여할수록 커지는 마음의 감수성입니다. 따라서 혼자가 아니라 함께 걸어가는 여정을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인 사랑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교황을 예방한 로마교구 보건사목국 의료담당센터 대표단

 

인류애가 메마른 사회의 과제
교황은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병자들의 고통에 대신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홀로 남겨져 경제적·윤리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병자들이 있다. “섬유근육통과 만성적 통증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처럼 절망에 빠진 이들은 신앙을 잃을 위험에 쉽게 노출돼 있습니다.” 교황은 “인류애가 사막처럼 메마르고 연민에 귀가 먹은 오늘날 사회”가 직면해야 할 과제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고통받는 이들의 부르짖음에 귀 기울이고 그 부르짖음이 세상에 들릴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그들의 부르짖음을 방 안에 가둬 두거나 한낱 ‘뉴스거리’가 되지 않도록 합시다. 우리 가운데 그들의 부르짖음을 위한 자리를 만들고 우리의 개인적이고 구체적인 참여를 통해 그들의 부르짖음이 커지게 합시다.” 

 

상호 작용하는 무상 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교황은 고통받는 이들 곁에 머물기 위해 세 번째 행동지침으로 “몸소 사랑의 누룩이 되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특별히 “상호 작용하는 무상 서비스 방식”을 공유하는 네트워크 구축에 관해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우리 모두는 도움이 필요한 이들입니다. 우리 모두는 무엇이든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미소만으로도 무언가를 주고받을 수 있죠. 이런 노력은 구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네트워크’(그물망)를 우리 가운데 구축하고 성장하게 만듭니다. 이 그물망은 꽉 잡은 손, 함께 일하는 팔, 나아가 기도와 연민으로 일치된 마음으로 구성됩니다. 거센 파도 속에서도 이 그물망은 찢어지지 않고 더욱 부풀어 익사할 위험에 처한 이들을 구조할 수 있습니다.” 교황은 “솔선수범하는 이들의 모범이 다른 이들에게도 참여할 용기를 갖도록 자극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병자, 의료종사자, 운동선수 등 인류의 유익을 위해 공동으로 헌신하는 로마교구 보건사목국 의료담당센터 구성원들의 활동이 바로 그러한 모범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네트워킹, 곧 그물망을 엮는다는 건 한 몸의 지체로 함께 일한다는 것입니다. 한 사람의 고통이 모든 이의 고통이 되고, 각자의 기여가 모든 이에게 축복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친애하는 친구 여러분, 고통받는 이들에게 가까이 가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여러분에게 말합니다. 낙담하지 마십시오!” 

 

사랑을 위한 구체적 헌신
교황은 연설을 마무리하며 고통받는 이들의 얼굴, 곧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에서 힘을 얻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시는 그 순간까지 우리의 무력함과 약함을 나누고자 하셨습니다. 이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결코 우리를 버려두지 않으십니다.” 교황은 “약함 안에서 하느님의 마음에 더 가까워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약함을 이해하고, 어루만지고, 위로하는 것”이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교황은 “고통받는 이들의 부르짖음이 세상에 울려 퍼지도록 그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사랑을 위한 구체적인 헌신이 우리 가운데에서 자라날 수 있도록” 기도를 요청했다.

 

로마교구 보건사목국 의료담당센터
로마교구 보건사목국 산하 의료담당센터는 지난 2020년 9월 설립됐다. 에디트 알다마 박사가 책임을 맡고 있는 이 센터는 이탈리아 내 병자를 위한 유일한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상담센터와 여러 상호지원단체가 개설된 덕분에 센터는 이탈리아 전역에서 8000명이 넘는 환자들의 고통을 어루만지며 사랑과 환대를 베풀고 있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탈리아 국내 의료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하는 ‘사랑의 의료 활동’ 프로젝트가 탄생했다. 이 프로젝트는 질병과 고통으로 인한 심리사회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인간적 차원에서 지원하고 돕는다. 또한 센터는 치료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병자들에 주목하면서 다양한 병원 시설과 가톨릭 교회, 병원, 라치오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유익한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2022년에는 ‘로마교구 건강 학회’를 설립해 로마의 13개 병원의 병원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취약계층과 소외계층 환자들의 유익을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수차례 언급한 “무상의료서비스”를 지원, 유지하기 위한 필요성을 논의했다. 이 컨퍼런스의 주요 성과로 설립된 ‘로마교구 과학기술 건강학회’는 고통받는 병자들의 여러 현실을 지원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첫 번째 지원 활동 대상은 류마티스 질병을 겪는 병자들로 ‘인지 대인 치료 연구소’와 ‘이탈리아 류마티스 연구소’가 함께 참여한다. 로마교구 건강 학회를 비롯한 로마 시내 몇몇 병원시설장의 관심과 센터 간의 큰 협력을 통해 현재 여러 ‘섬유근육통 진료소’가 생겨나고 있다. 센터는 끊임없이 여러 병원 시설과 도움이 필요한 병자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테라치나의 돈 오리오네 의료 사업과 스콜로피 수도회가 운영하는 칼라산치오 성 요셉 연구소도 지원한다.

 

원문 : https://www.vaticannews.va/ko/pope/news/2023-02/papa-giornata-malato-pastorale-sanitaria-roma-solidarieta-rete.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