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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과의 완전한 사랑 (예수성심시녀회 종신서원식 강론)
   2012/12/12  11:59

예수성심시녀회 종신서약미사

2012. 12. 08. 예수성심시녀회.
이사 61,9-11. 로마 12,1-13. 요한 15,9-17.

 

 먼저 오늘 종신서약 하시는 일곱 분의 수녀님들, 축하드립니다. 주님의 크신 은총과 축복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그리고 어제 아침에 네 분의 수녀님들이 첫 서약을 하셨는데 이분들에게도 축하를 드리며 주님의 축복을 빕니다.
 
 오늘은 한국 천주교회의 수호자이신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입니다. 오늘은 한국 천주교회 주보 축일이기도 하고, 또 예수성심시녀회 설립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국 천주교회와 예수성심시녀회를 위해서도 성모님의 전구를 빌어야 할 것입니다.
 
 올해는 남대영 루이 델랑드 신부님의 선종 40주년입니다. 그래서 지난달에 남 신부님 선종 40주기를 맞이하여 학술 심포지움과 미사 그리고 강연회 등이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그 당시 가톨릭신문에 난 심포지움에 관한 기사를 보니까 “남 신부님은 우리 근대사에 등장하는 그 어떤 인물보다 통합적인 일들을 수행해 나간 사제로서 ‘영성과 자애의 거인’으로 불리기에 충분하다”는 글이 있었습니다. ‘영성과 자애의 거인’이라는 표현은 믿음과 사랑, 신앙과 실천, 이론과 실제의 통합, 조화가 탁월했던 분이라는 뜻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남 신부님을 생전에 한 번도 뵌 적이 없습니다만, 작년 6월에 제4대리구 신부님들과 함께 갈평 피정의 집에서 피정을 하면서 남 신부님의 흔적을 조금이나마 접할 수 있었습니다. 신부님께서는 1965년에 은퇴하시고 1966년부터 1972년까지 6년 반 동안 갈평에서 사시다가 돌아가신 것으로 압니다. 그 당시는 그곳이 피정의 집이 아니고 성모자애원 요양원이었다고 합니다. 신부님은 요양원 옆에 조그만 사제관을 지어서 사셨는데 지금 그 집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제가 들어가 봤습니다만, 신부님이 쓰시던 물건들이 일부 남아있었는데 참으로 검소하게 사신 것 같았습니다.
 피정 중에 제가 며칠 머물었던 새 사제관에 남신부님의 책이 몇 권 있어서 읽어봤습니다. 그 중에 남 신부님이 피정 때 메모했던 것을 책으로 낸 것이 있는데 ‘피정노트를 열며..’라는 책이었습니다. 거기에 이런 글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작음을 의식하고 성인이 되는 일 외에 아무 것도 할 것이 없다는 것을 명심한다.”
“두 가지 정점, 즉 성성(거룩함)과 능동적인 삶을 목표로 삼는다. 이 둘 중에서 어느 하나도 배제하지 않은 채 하나씩 실현해 간다.”
 그 글을 읽으면서 남 신부님이 성직자로서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하여 바오로 사도처럼 얼마나 강직하고 철저하게 살았던가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신부님께서 남기신 그 정신과 업적을 오늘에 되살리고 잘 이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바로 예수성심시녀회의 전통을 잘 보존할 뿐만 아니라 수도회 고유의 카리스마가 잘 발휘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올해는 또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개막 50주년을 맞이하여 교황님께서 지난 10월 11일부터 내년 11월 24일까지를 ‘신앙의 해’로 선포하신 아주 뜻 깊은 해입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그 당시 ‘새로운 성령강림절’이라고 할 정도로 교회에 새로운 바람과 쇄신을 가져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오늘날 세상은 많이 변하였고 교회 또한 많이 변하였습니다. 세속주의와 물질주의와 상대주의 등으로 우리의 신앙은 엄청난 위기와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교황님께서는 우리 신앙인들이 이 모든 위기와 도전을 극복하고 다시 신앙의 열정과 기쁨을 되찾기를 열망하여 이 ‘신앙의 해’를 선포하신 것입니다.
 교황님께서는 ‘신앙의 해’ 개막미사에서 말씀하시기를,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성과와 정신은 공의회가 열렸던 50년 전보다도 지금이 오히려 더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성직자이든 수도자이든 평신도이든 이번 ‘신앙의 해’를 살면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을 되새기고 그 정신을 다시 배워야 할 것입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4년간의 회기를 마치면서 4개의 헌장과 9개의 교령과 3개의 선언을 발표하였습니다. 그 중에 ‘수도생활의 쇄신에 관한 교령’이 있는데 첫 문장이 이렇게 시작합니다.
 “완전한 사랑을 복음적 권고의 실천으로 추구하는 것은 하느님이신 스승의 가르침과 모범에서 비롯되며, 이는 하늘나라의 탁월한 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한 문장 안에 수도생활이 무엇이며 수도생활의 목표가 무엇인지 잘 볼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여기에 나오듯이 수도생활은 복음적 권고, 즉 정결과 청빈과 순명의 실천으로 하느님과의 완전한 사랑을 추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하느님이시며 스승이신 예수님의 가르침과 모범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이러한 생활은 하늘나라의 삶을 미리 보여주는 표지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수도생활이야말로 하느님과의 완전한 사랑과 일치를 이룰 수 있고, 이 세상의 구원의 표지가 될 수 있는 생활이기 때문에 참으로 축복받은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고 말씀하시면서 당신 사랑 안에 머물 것을 요청하십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시는 이유는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고 또 너희 기쁨이 충만하게 하려는 것이다.”고 하셨습니다.
 수녀님들은 이런 자의식과 긍지를 가지고 수도생활을 기쁘게 하시면 좋겠습니다.
 수도생활 교령 12항에서 14항까지 정결과 청빈과 순명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그리고 이어서 15항에서 공동생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정결과 청빈과 순명은 우리 주님께서 평생 동정을 지키셨고 가난하게 사셨으며 십자가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명하신 모범을 따르는 것으로서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리고 공동생활은 주님을 따르던 제자들의 삶의 방식이며, 말씀과 성찬례를 통하여 한마음 한뜻으로 생활하던 초대교회 공동체의 모범을 따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종신서원하시는 수녀님들은 종신토록 이런 삶을 살기로 하느님과 교회 공동체 앞에서 서약하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수도자들이 살아가는 이 모든 삶의 방법들은 앞서 언급했습니다만, 결국 하나의 목표인 ‘하느님과의 완전한 사랑’을 추구하기 위한 것입니다.
 수도생활교령의 제목이 무엇입니까? ‘완전한 사랑(Perfectae Caritatis)’입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문헌들을 보면 헌장이든 교령이든 첫 문장의 첫 글자가 헌장이나 교령의 제목이 됩니다.
 사목헌장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 현대인들 특히 가난하고 고통받는 모든 사람의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 제자들의 기쁨과 희망이며 슬픔과 고뇌이다.” 
 이처럼 사목헌장에 나오는 첫 문장의 첫 글자인 ‘기쁨과 희망(Gaudium et Spes)’이 사목헌장의 제목이 된 것입니다.
 이 제목처럼 이 세상 모든 사목자들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안겨주는 사목자가 되어야 할 것이고, 수도자들은 하느님과의 완전한 사랑을 스스로 살 뿐만 아니라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제2독서인 로마서 12장 말씀을 다시 한 번 새겨들읍시다.
 “여러분의 몸을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바치십시오. 이것이 바로 여러분이 드려야 하는 합당한 예배입니다. 여러분은 현세에 동화되지 말고 정신을 새롭게 하여 여러분 자신이 변화되게 하십시오. 그리하여 무엇이 하느님의 뜻인지,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하느님 마음에 들며 무엇이 완전한 것인지 분별할 수 있게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