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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영혼의 어부 (신학교 입학미사)
   2013/03/12  10:32

신학교 입학미사

 

2013년 3월 1일

 

 오늘 우리는 지금 2013년도 대신학원 입학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직 수여식 미사가 있었지요? 어제 독서직과 시종직을 받은 신학생 여러분들에게 축하를 드리며 그 직분에 맞는 삶을 충실히 살기를 기도합니다.
 오늘 우리 신학교에는 22명의 학생들(대구 12명, 안동 2명, 분도회 4명, 수녀님 4명)이 입학을 합니다. 미리 축하를 드리며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을 불러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또한 여러분들의 성소를 키워주고 밀어주신 부모님과 형제, 친지 여러분들과 본당 신부님과 수녀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은 각자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였기에 이 신학교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였다고 해서 성소가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시 말해서 사제가 되고 싶다고 사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성소를 이곳에서 키워나가야 할 것이고 어느 한 사람 탈락 없이 열매를 맺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의 성소가 열매 맺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혼자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먼저 하느님의 은총이 있어야 하고 거기에 여러분의 노력과 함께 교수신부님들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의 도움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 세 박자가 맞아야 여러분의 성소가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하느님의 은총과 여러분들의 노력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하느님께 열심히 기도하면서 자신의 성소를 성장시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 어제부로 사임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사도좌, 즉 교황좌가 공석이 되었습니다. 곧 추기경님들의 교황선거가 있을 것이고 부활절 전에 새로운 교황님이 탄생하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전임 교황님이신 베네딕토 16세의 영육간의 건강을 위해서 기도하고 또 훌륭하신 새로운 교황님이 선출될 수 있도록 기도하여야 할 것입니다.
 올해는 전임 교황님이신 베네딕토 16세께서 선포하신 ‘신앙의 해’입니다. 오늘날 하느님 없이, 신앙 없이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을 안타까워하시고, 특히 우리 신앙인들로 하여금 다시 한 번 신앙의 기쁨과 열정을 회복하기를 소망하시면서 이 ‘신앙의 해’를 선포하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러분들은 이 신학교에서 1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사제가 되기 위한 수업을 받게 될 것입니다만, 먼저 참된 인간이 되고 참된 신앙인이 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오늘 복음(마태 4,18-22)에 보면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호숫가를 지나가시다가 고기를 잡고 있는 시몬 베드로와 그의 동생 안드레아를 보시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를 따라 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고기 잡는 어부에서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어 주겠다고 하시는 것입니다.
 그러자 그들은 곧바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고 합니다.
 그런데 루카복음 5장에도 베드로와 첫 제자들을 부르시는 장면이 나오는데 조금 다르게 나옵니다.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군중들을 가르치시다가 시몬 베드로에게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쳐 고기를 잡아라.”고 말씀하십니다. 시몬 베드로가 그대로 하였더니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고기가 엄청나게 많이 잡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베드로는 겁을 집어먹고 예수님의 발 앞에 엎드려서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 저는 죄인입니다.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그러자 예수님께서 “두려워하지 마라. 너는 이제부터 사람들을 낚을 것이다.”하고 말씀하시자 베드로와 그의 동료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갔다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복음에는 제자들이 예수님을 따르는 데 있어서 아무런 갈등도 고민도 없는 것처럼 그런 것이 생략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 예수님을 따르기에 앞서서 갈등과 고민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서는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떠나야 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버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태복음 4장에서 베드로와 안드레아는 그물을 버리고 따랐다고 하고 야고보와 요한은 배와 아버지를 버려두고 그분을 따랐다고 합니다. 그리고 루카복음 5장에서는 첫 제자들이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 모든 것을 버렸다고 합니다.
 여러분들은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떠나왔습니까?
 루카복음 5장에 보면 시몬 베드로는 자기 생각까지, 자기 판단까지 버립니다. 베드로는 갈릴래아 호수 구석구석까지 다 아는 베테랑 어부였습니다. 그런 사람이 밤새도록 그물을 던져도 한 마리도 못 잡았는데 웬 랍비 한 사람이 나타나 깊은 데로 그물을 던지라니! 이게 말이 될 말인가! 하고 오히려 화를 낼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 베드로가 자기 생각과 자신의 지식과 판단을 내려놓고, 깊은 데에 그물을 던져보라는 말씀을 따름으로써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남의 충고를 받아들이는 겸손한 자세를 보여주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가 주님을 온전히 따르기 위해서는 자신의 자리나 물건만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이나 판단까지 버리고 비움으로써 주님으로 채워나가야 할 것입니다.
 지금은 사순절입니다. 하느님 은총의 시기요 회개의 시기입니다. 회개는 단순히 반성하고 고치는 것만이 아닙니다. 주님께로 돌아서는 것이고 주님을 따르는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주님을 따른다고 하면서 주님보다는 자신과 세상 것을 따르며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진정으로 회개해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 말씀처럼 얕은 데 그물을 칠 것이 아니라 깊은 데에 그물을 던지기 바랍니다. 소중한 것은 깊은 데에 있습니다. 쓸 데 없는 일에 마음과 시간을 빼앗기지 말고 참으로 필요하고 소중한 일에 투자를 하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물고기만 낚는 물질의 어부가 아니라 사람을 낚는 영혼의 어부가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 여러분들의 신학교 입학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리며, 여러분을 이곳으로  불러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을 신학교에 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허락해 주신 분들, 특별히 여러분의 부모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이분들에게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이 가득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