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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섬기는 사람이 되라 (2013년 사제,부제 서품식 강론)
   2013/01/21  10:4

부제 사제 서품미사


2013. 1. 19(토) 주교좌 계산성당

 

 찬미예수님!
 오늘 이 미사 중에 김주현 알베르토 형제가 부제품을 받고, 마성우 세례자 요한 부제님이 사제품을 받게 됩니다. 하느님께서 이 사람들에게 크신 은총과 축복을 내리시어 참으로 당신 마음에 드는 성직자로 태어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드려야 하겠습니다.
 
 오늘부터 이 사람들은 서품을 받게 되면 신분이 달라지고 또 사는 모양도 완전히 달라지게 됩니다. 주님의 양들을 돌보고 가르치며 사람들에게 복음을 선포하고 매일 미사와 성사와 기도로써 교우들과 이 세상을 성화시켜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예언직과 사제직과 왕직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얼마나 중요하고 고귀한 직분입니까!
 이 강론이 끝난 후에 이 두 사람은 몇 가지를 지키겠다는 서약을 할 것입니다. 부제품을 받을 사람은 그 중에 특별히 독신을 지킬 것을 서약합니다.
 가톨릭 성직자든 수도자든 모두 독신을 지키는데 그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것은 하느님과 교회와 사람들에게 잘 봉사하기 위해서인 것입니다.
 주교는 조금 있다가 부제품 후보자에게 이렇게 물을 것입니다.
“그대는 독신으로 살 준비를 하여 왔습니다. 이제 그대는 마음을 주 그리스도께 봉헌한다는 증거로서 천국을 위하고 하느님과 사람에게 봉사하기 위하여 독신을 종신토록 지키겠습니까?”
 이 질문에도 나오듯이 독신을 지키는 이유는 주 그리스도께 대한 순수한 사랑의 표현으로서 세상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일편단심으로, 그리고 자유로이 하느님과 사람들을 섬기는, 온전히 봉헌된 삶을 살고자 함인 것입니다.
 성직자가 세상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오롯한 마음으로 온전히 하느님과 교회를 위해 봉사하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몸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독신을 지키는 것입니다. 먼저 이성과 가족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합니다. 그리고 돈과 재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며, 권력과 인기로부터 자유로워야 합니다. 성직자는 하느님과 교회에 바쳐진 사람이기 때문에 이성이나 가족에게 연연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혼자 사는 몸이기 때문에 돈과 재물에 연연해서도 안 되는 것입니다. 또 세상의 권력이나 인기는 모두 헛된 것임을 알고 그런 데서 초연한 모습을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 주어야 할 것입니다.
 가톨릭교회 안에서 이것을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무엇이냐 하면, 서품 받을 때 성령께서 함께 하시고 성령께서 당신 은혜로 사람을 그렇게 변화시켜 주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실제로 자신이 서약한 대로 독신을 지키기 위해 매번 다짐을 하고 기도하며 노력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실패하는 경우도 가끔 있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참으로 이성이나 가족과 돈과 권력과 인기로부터 자유로워져서 온전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섬기고 사람을 섬길 수 있도록 교우 여러분들이 많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독신으로 사는 신부님들의 가장 흔한 폐단이 하나 있습니다. 독신으로 사니까 일반 사람들보다는 가족과 돈과 권력으로부터 많이 자유롭습니다. 그러다보니 사제 자신이 자신도 모르게 너무 권위적이고 독선적으로 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본당에서는 왕이니까 자기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마태오 20,25-28)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도 알다시피 다른 민족들의 통치자들은 백성 위에 군림하고 고관들은 백성에게 세도를 부린다.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 너희는 백성을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
 
 지난 해 가장 인기 있었던 영화가 무엇입니까? 관객이 천만 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도둑들’ 말고, ‘광해, 왕이 된 남자’입니다. 조선시대 때 왕으로 살았지만 후대 사람들이 왕이라고 부르지 않는 사람이 둘? 있습니다. 연산군과 광해군입니다.
 영화를 보면, 가짜 왕 하선은 다른 사람의 얼굴에서 웃음을 보고 싶어 합니다. 중전뿐만 아니라 궁녀 사월이, 내관, 도승지까지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웃음을 보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궁궐 밖에 살고 있는 수많은 백성의 얼굴에서도 웃음이 피어나길 원하고 그걸 위해 노력을 다 합니다. 대신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동법을 당장 시행하라고 명하고 토지를 많이 가진 사람들로 하여금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만들어 가난한 백성들에게 웃음을 찾아주고 싶어 합니다. “내 그들을 살려야겠소! 그대들(대신들)이 죽고못사는 사대의 예보다 내 나라, 내 백성이 열 갑절, 백 갑절은 소중하오.”
 이 영화는 작년 대선을 앞두고 개봉되었었는데 대선에 어떤 방식으로든지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영화는 진짜 임금보다는 가짜 임금 하선을 통하여 임금이 백성들을 어떻게 섬기고 나라를 어떻게 다스리면 좋을지를 말해주는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성탄절 밤에는 KBS 1TV가 “침묵의 크리스마스”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습니다. 왜 ‘침묵의 크리스마스’이냐 하면, 그 내용이 아시아 최초의 농아인 사제 박민서 신부님 이야기였습니다. 서울대교구 소속 신부님이신데 미국 신학교에 유학 가서 수화로 신학 공부를 하고 돌아와 사제가 된 분입니다. 박신부님이 소리 없이 수화로만 미사를 드리고 수화로만 사람들을 대하는데, 한 사람 한사람을 정성을 다해 대하는 모습이 참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박신부님은 농아인들에게 구세주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진정한 사제의 모습이었습니다.
 
 사제는 신자들을 섬기는 사람이지 섬김을 받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러나 현실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 반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제는 신자들을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신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신부님을 신자들은 마음으로부터 존경하고 사랑할 것입니다. 오늘 품을 받으시는 두 사람은 참으로 하느님과 교회와 신자들을 섬길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