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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에게 (여성위원회 신년미사)
   2013/01/28  15:5

여성위원회 신년미사 2013

 

1월 23(수) 14:00 꾸르실료 교육관 성당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독서 복음)

 

 찬미예수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누가 복을 줘야 받지!’ 하는데, 복을 누가 줍니까? 하느님께서 복을 주시지요. 사제는 그 복을 빌어주는 사람입니다.
 오늘 제1독서인 민수기 6,22-27을 보면,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이르시기를, ‘아론과 그 아들들에게 이렇게 말하면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축복해 주어라.’고 말씀하십니다.
 “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를 지켜주시리라.”
 저도 오늘 교구 여성위원회 신년교례회를 맞이하여 주님께서 여러분들에게 복을 내리시고 여러분들을 지켜주시기를 빕니다.
 임진년 흑룡의 해가 가고 계사년 뱀의 해가 밝았습니다. 
 성경에 뱀은 ‘남을 유혹하고 시험하는 자’, ‘간사하고 사악한 존재’로 나옵니다. 하와를 유혹하여 죄에 빠뜨린 것도 뱀입니다. 그러나 한편 뱀이 지혜롭고 슬기로운 동물로 나오기도 합니다.
 “이제 내가 너희를 보내는 것은 마치 양을 이리떼 가운데 보내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너희는 뱀같이 슬기롭고 비둘기같이 양순해야 한다.”(마태오 10,16)
 올 계사년을 지혜롭고 슬기롭게 잘 사시기를 바랍니다. 다들 살기 어렵다고 합니다. 어려움들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한 해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이니라.
강한 자여, 그대 이름은 어머니니라.
무서운 자여, 그대 이름은 아줌마니라.”
 공감이 가십니까? 무서운 잠재력을 지닌 여성의 놀라운 힘을 시사하는 표현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성의 부드러움, 어머니의 강인함, 아줌마의 억척스러움(부지런함)으로 올 한 해를 잘 사시기를 바랍니다.

 제가 주교가 되고 여성위원회 신년교례회 미사는 오늘 처음 드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재작년에 교구 여성교육관 30주년 미사를 드렸던 기억이 나고, 또 지난해 11월에는 주교회의 여성소위원회 세미나가 대구에서 개최되었던 일이 기억이 납니다. 그 세미나 주제가 ‘교회 여성 활동의 오늘과 내일’이었습니다. 신학교의 김정우 신부님의 기조강의가 있었고 토론이 이어졌던 것으로 압니다.
 일반적으로 여성운동이라고 하면 남녀 양성평등, 여성해방 내지 여성의 자유, 여성복지 등을 외칩니다만 교회 안에서의 여성운동 내지 여성 활동은 이와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느님과 교회가 바라는 여성의 모습, 여성의 역할과 활동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추구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 한국 사회는 사회 각 분야의 여성 인권 신장과 양성 평등사상의 확산으로 과거에 비해 남녀 차별이 많이 개선되었고, 여성의 사회 진출도 많이 늘어났습니다. 더구나 지난 대선에서는 여성이 남성을 누르고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다음 달 25일에 취임할 것입니다만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됨으로써 지금까지 비일비재했던 부정부패와 권력남용의 폐단은 좀 더 개선되지 않을까 하고 많은 국민들이 기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는 물질만능주의와 개인주의, 이기주의, 향락주의 등의 팽배로 심각한 사회문제들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 1위, 이혼율 1-2위, 낙태, 가정폭력, 학교폭력 등 우리의 일상생활과 직결되는 문제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 앞에서 우리 교회가, 또 여성으로서 어떻게 대처하고 활동을 하여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방향을 잡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사회문제들뿐만 아니라 교회 안에서의 냉담신자 문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 교회 구성원들의 일치와 화합 문제,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신앙생활 문제 등에 여성으로서 마땅히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는 활동들이 많을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많은 가정들이 위기에 쳐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가정문제는 바로 온 사회와 직결되어 있고 또 교회와도 직결되는 문제인 것입니다.
 우리 교구에 가출 청소년들을 위한 집이 두 개 있습니다만, 지난 해 한국 청소년 쉼터 협의회의 보고자료(2012.5.2.매일신문)에 의하면, 가출 청소년들 중에서 친부모와 함께 사는 청소년은 24.2%라고 합니다. 반면 한 부모 가정이 49.9%이고, 조부모나 친척과 같이 사는 가정이 26%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가출 청소년의 76%가 결손가정 출신이라는 것입니다. 아이가 올바르게 자라려면 양친 다 계시면 좋은데, 많은 가출 아이들이 한 부모나 조부모나 친척과 살았다는 것입니다. 파괴되는 가정이 우리 아이들을 밖으로 내몰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결손가정이 왜 생깁니까? 부부가 한 쪽을 사별해서 그렀습니까? 아닙니다. 사별은 별로 없습니다. 거의가 이혼입니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에서 이혼율이 1,2등을 달린다고 하지요? 동방예의지국이 왜 이렇게까지 되었습니까?
 이런 말이 있습니다.
“성공한 자녀 뒤에는 훌륭한 어머니가 있고
이혼한 젊은 여성 뒤에는 친정어머니가 있었다.”
 이 말에 공감이 갑니까? 아니면 반감이 갑니까? 왜 이런 말이 나오게 되었습니까? 전에 저는 어머니들에게 시어머니가 되지 말고 친정어머니 같은 사람이 되라고 했었는데 이런 말이 나오다니 참으로 뭔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갓 결혼한 새 신부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친정어머니라고 합니다. 요즘 TV드라마를 보면 시어머니는 기가 죽어있는 반면, 친정어머니는 기가 살아서 설쳐댑니다.
 하여튼 오늘날 결혼한 지 5년도 채 안 되어서 이혼하는 젊은 부부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그 원인을 친정어머니한테 다 씌우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이혼의 잘잘못을 따지자면 당사자들의 책임이 무엇보다 크지요. 그러나 또한 자식을 잘 못 키운 부모의 죄도 무시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요즘 젊은 부부들이 아이를 낳고는 어떻게 키워야 할지를 모른다고 합니다. 아이가 달라는 것 다 사주고, 어린이 집에 보내고 학교와 학원에만 보내면 다 되는 줄로 압니다. 그런 것보다 아이를 위해서 어머니가 해야 할 참으로 중요한 것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께서는 어머니 성녀 모니카를 두고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몸으로 날 낳으시고 마음으로 영생을 주신 분이시다.”
 이 세상 모든 어머니들이 성녀 모니카와 같은 어머니, 성모 마리아와 같은 어머니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가정이 바로 서고 아이들이 바르게 자라고 교회와 이 세상에 미래가 있는 것입니다.
 
 올해는 모든 가톨릭 여성들이 자신의 올바른 정체성을 찾고 가정과 교회와 사회 안에서 자신의 역할과 활동을 잘 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또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