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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람을 감동시키는 진정한 복지(사회복지회 신년교례회 강론)
   2013/01/15  10:54

교구 사회복지 종사자 신년교례회 미사

 

2013 01 12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임진년이 지나고 계사년이 밝았습니다. 용이 떠나고 뱀이 왔습니다.
 성경에 뱀은 ‘남을 유혹하고 시험하는 자’, ‘사탄과 같은 존재’로 나옵니다. 하와를 유혹하여 죄에 빠뜨린 자가 뱀으로 나타납니다. 하느님은 그런 뱀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너를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리라.”(창세 3,15)
 그러나 한편 뱀이 지혜로운 동물로 나오기도 합니다. “이제 내가 너희를 보내는 것은 마치 양을 이리떼 가운데 보내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너희는 뱀같이 슬기롭고 비둘기같이 양순해야 한다.”(마태오 10,16)
 올 계사년을 지혜롭고 슬기롭게 잘 사시기를 바랍니다. 다들 살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살기 어렵지 않았던 때가 언제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오늘의 이런 어려움들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새해’는 새롭게 출발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다짐, 새로운 결심을 다들 하는 것입니다. 누구나 새해가 되면 좀 더 나아지고자 하는 희망을 가지고 출발하고자 합니다. 물질적인 것만이 아니라 신앙적이고 영성적인 계획과 다짐이 필요합니다. 
 지난달에는 우리나라에 대통령선거가 있었고 새해에 새 정부가 출범하게 될 것입니다. 약속한 공약을 반듯이 실천하도록, 특히 경제민주화를 실천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당선자가 말씀한대로 화합과 상생의 정치를 펼치도록 기대합니다.
 지난 해, 한국천주교회는 교계제도 설정 50주년을 맞이했고, 우리 교구는 대교구 승격 50주년을 맞이하는 뜻 깊은 한 해였습니다.
 그리고 우리 교구는 교구 100주년 기념사업 세 가지 중에서 제2차 교구 시노드를 지난 10월 28일에 폐막하였습니다. 그날 56개 항목의 교구장 교서가 발표되었습니다. 이제 시노드 후속 실천이 중요하고 그렇게 실행해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올해는 교황님께서 선포하신 ‘신앙의 해’입니다. 교황님께서 ‘신앙의 해’를 선포하신 이유는 모든 신앙인들이 참된 신앙의 기쁨과 열정을 회복하여 이 세상에 새로운 복음화를 이루고 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교구장 사목교서도 ‘새로운 복음화를 위해 매진’하자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새로운 복음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나 자신이 먼저 새로워져야 합니다. 새로운 열정, 새로운 방법, 새로운 표현으로 자신의 믿음부터 새롭게 쇄신해야 하고 자신부터 복음화 되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은 주님 세례축일입니다. 예수님께서 세례 받으심을 기념하며 또 우리들이 세례 받았던 그날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세례자 요한과 예수님의 모습에서 우리는 큰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 당시 요한의 인기는 대단했습니다. ‘이 사람이 메시아가 아닐까?’할 정도로 존경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요한은 전혀 주저함이 없이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이 오신다.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드릴 자격조차 없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요한에게서 세례를 받았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큰 교훈이 됩니다. 죄라고는 하나도 없으신 예수님께서 요한 세자에게 세례를 받았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줍니까? 예수님과 요한 사이에는 임금과 신하, 주인과 종, 하느님과 인간이라는 엄청난 차이가 있지만 예수님은 요한에게 머리를 숙이고 세례를 받았습니다. 여기에 예수님의 무한한 낮추심을 볼 수 있습니다.
 
 복지가 무엇인가? 복지부동인가? 福祉는 복을 가져다주는 것, 복된 사람으로 살게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정효 신부님은 ‘복지는 사람을 까무러치게 하는 것이다.’라고 한 적이 있는데 이 말은 복지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이라는 뜻일 것입니다. 세례자 요한처럼, 예수님처럼 감동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난 해 가장 인기 있었던 영화가 무엇입니까? ‘광해, 왕이 된 남자’입니다. 조선시대 때 왕으로 살았지만 후대 사람들이 왕이라고 부르지 않는 사람이 둘? 있습니다. 연산군과 광해군입니다.
 영화를 보면, 가짜 왕 하선은 다른 사람의 얼굴에서 웃음을 보고 싶어 합니다. 중전뿐만 아니라 궁녀 사월이, 내관, 도승지까지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웃음을 보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궁궐 밖에 살고 있는 수많은 백성의 얼굴에서도 웃음이 피어나길 원하고 그걸 위해 노력을 다 합니다. 대신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동법을 당장 시행하라고 명하고 토지를 많이 가진 사람들로 하여금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만들어 가난한 백성들에게 웃음을 찾아주고 싶어 합니다. “내 그들을 살려야겠소! 그대들이 죽고 못사는 사대의 예보다 내 나라, 내 백성이 열 갑절, 백 갑절은 소중하오.” 
 지난 성탄절 밤에 KBS 1TV가 방영한 “침묵의 크리스마스”라는 프로그램을 봤습니다. 그 내용은 아시아 최초의 농아인 사제 박민서 신부님 이야기였습니다. 신부님이 소리 없이 수화로만 미사를 드리고 사람들을 대하는데, 한 사람 한사람을 정성을 다해 대하는 모습이 참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박 신부님은 농아인들에게 구세주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복지가 아닌가 합니다.
 이런 사람에게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실 것이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루카 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