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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도 너를 위해 기도하겠다. 깨어있어라. (바뇌의 성모 발현 80주년 기념 미사 강론)
   2013/01/17  11:38

바뇌의 성모 발현 80주년 기념 감사미사

 

2013. 01. 15(화) 삼덕성당.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오늘이 바로 바뇌의 성모 발현 8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1933년 1월 15일부터 3월 2일까지 벨기에 바뇌라는 시골마을에 발현하셨는데, 그 마을에 사는 12살 소녀 마리에트 베코(Mariette Beco)에게 성모님께서 여덟 번 발현하셨다고 합니다.
 이 발현은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난 아주 단순하고 사소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가난하고 단순한 사람들에 의해서 믿어지고 인정되었지만 차차 성직자와 수도자 그리고 학자 등 많은 사람들에 의하여 하나의 신심으로 형성되어 매우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발현의 진실성에 대해서 조사를 하게 되었는데 몇 년의 조사를 마친 후 해당 교구장 주교님에 의해서 공식 인정을 받게 되었고 ‘가난한 이들의 동정녀’에 대한 공식적인 공경이 허락되었던 것입니다. 
 
 바뇌의 성모님의 메시지는 다른 메시지처럼 어떤 절박한 경고나 훈계도 없고 또 희생이나 보속이나 참회 같은 것을 요구하는 권고도 없이, 단순하고 간결하게 필요한 몇 마디만 하시고 기도를 많이 할 것을 권하며 가난한 사람들의 구원을 강조한 점이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 루르드에서 ‘원죄없이 잉태되신 분’이라는 절대적인 계시를 알려 주었던 것처럼, 바뇌에서는 ‘가난한 이들의 동정녀’라는 새로운 호칭을 사용함으로써 루카복음 1, 46-55에 나오는 Magnificat, 즉 마리아의 노래에 나타난 마리아의 가난과 소박함과 겸손함을 알려 주었다고 하겠습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해 세상에 오신 주님의 복음이 바뇌의 성모님 메시지를 통하여 재확인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날 발현에서는 성모님께서 스스로 ‘나는 천주의 모친이며 주세주의 어머니’라고 말씀하심으로써 마리아에 대한 교회의 전통적인 가르침과 일치함을 드러내셨던 것입니다.
 루르드와 마찬가지로 바뇌의 성모님 발현도 샘물에 대한 메시지가 있었다는 것이 하나의 특징적인 것이라 하겠습니다. 성모님은 여덟 번의 발현 중에 네 번이나 소녀 마리에트를 샘으로 인도하셨습니다. 특히 1858년 루르드에서 성모님께서 첫 발현하셨던 날인 2월 11일에는 바뇌의 성모님께서는 ‘나는 고통 받는 자들을 위로하기 위해서 왔다.’고 말씀하심으로써 그 샘물이 병자들을 위하여 마련되었음을 알려주셨습니다. 그래서 1992년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이 날을 ‘세계 병자의 날’로 선포하셨던 것입니다.
 루르드의 성모님 첫 발현 날인 2월 11일은 우리 대구대교구 주보축일이며 ‘세계 병자의 날’로 지내고 있는데, 이상하게 루르드와 바뇌가 이렇게 일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여튼 바뇌의 성모님 메시지의 핵심은,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주님의 복음이 주어졌다는 것과, 모든 민족 모든 백성들을 구원하고자 하는 구원의 보편성을 전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바뇌의 성모님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특히 기도를 많이 할 것을 요구하셨습니다. ‘나도 너를 위해 기도하겠다. 많이 기도하여라.’ 이로써 성모님은 ‘구원의 중재자’로서 저희들과 함께 전구하시는 당신의 모습을 보여 주신 것입니다.
 
 오늘 복음(마태 25,1-13)은 신랑을 기다리는 열 처녀의 비유를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장차 하느님을 만나고 하느님의 품안에 들 때까지 이 지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잘 말해준다고 하겠습니다. 잘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던 처녀들은 신랑과 함께 혼인잔치에 들어갔지만, 기름도 준비하지 않고 잠만 자던 미련한 처녀들은 혼인잔치에 들어가지 못 하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그 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항상 깨어 있어라.”(13)
 ‘깨어 있어라’는 말이 무슨 뜻입니까? 성경에 ‘깨어 있어라’는 말씀이 여러 군데에 나옵니다.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깨어 기도하여라.”(마태 26,41)
 “우리는 밤이나 어둠에 속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른 사람들처럼 잠자고 있을 것이 아니라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깨어 있읍시다.”(1데살 5,5-6)
 깨어 있다는 것은 단순히 잠만 자지 않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대한 굳은 믿음과 하느님 나라에 대한 간절한 소망과, 그리고 형제들에 대한 진실한 사랑을 간직하고 실천하며 사는 것이라 할 것입니다.
 성모님께서 근대에 와서 세계 여러 군데에 발현하시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가난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그 이상의 것입니다. 그것은 한 마디로 우리 믿는 자들이 잠자지 말고 ‘깨어 있어라’는 것입니다. 우리로 하여금 하느님께 대한 참으로 좋은 믿음과 소망과 사랑을 간직하기를 성모님은 바라시는 것입니다.
 
 오늘 바뇌의 성모 발현 80주년을 맞이하여 우리가 하느님께 대한 참으로 좋은 믿음과 희망과 사랑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성모님의 전구를 빌어야 할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