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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Habemus Papam (교황선출감사미사)
   2013/03/22  9:23

 찬미예수님! 
 Habemus Papam(We have a Pope)! 이 말은 콘클라베가 끝나고 한 분의 추기경님이 성당 발코니에 먼저 나와서 ‘새 교황님이 탄생하셨다’고 세상에 선포하는 말입니다. 글자 그대로는 ‘우리는 교황님을 가졌다’는 뜻입니다. 이 말이 있고 난 뒤에 새 교황님께서 발코니에 등장하시는 것입니다.
 그날이 로마 시간으로는 13일 저녁이었지만 한국 시간으로 지난 14일 새벽이었습니다. 남미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의 교구장이신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께서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되신 것입니다. 새 교황님의 탄생을 함께 기뻐하며 축하를 드립니다.
 그날 새벽에 저는 그것도 모르고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5시 10분에 교구청의 한 신부님과 함께 차를 타고 다사성당으로 갔습니다. 왜냐하면 다사 성당 신자들이 사순절에 40일 동안 매일 아침 6시에 미사를 드리고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었는데 그날 아침 6시 미사는 제가 드리기로 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날 아침미사에 한 300여명의 신자들로 성당 안이 꽉 찼었습니다만 미사가 끝나고 성당 마당에서 초콜렛을 나누어 줄 때까지 아무도 새 교황님께서 나셨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미사를 마치고 교구청으로 돌아오는 길에 같이 갔던 신부님이 ‘아무래도 교황님이 나신 것 같다’고 하여 숙소에 들어와 텔레비전을 틀어보고 과연 새 교황님이 선출되신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번에 전임 교황님 베네딕토 16세의 사임과 새 교황님 선출 과정을 보면서 하느님께서 살아 계시고 성령께서 우리 교회를 이끌어 주시는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 회의를 ‘콘클라베’라고 하는데 본래 뜻은 ‘열쇠를 가졌다’, 혹은 ‘열쇠가 채워졌다’라는 뜻입니다. 선거권을 가진 추기경님들이 시스티나 경당에 들어가서 선거를 하는 동안에는 문을 잠그기에 이 말이 생겼다고 합니다.
 하여튼 콘클라베가 12일에 열렸는데 13일 저녁에 선출되었으니까 선거 시작 이틀 만에 다섯 번의 투표로, 그것도 예상하지 못했던 분이 생각보다 빨리 결정이 되었기 때문에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놀랐던 것 같습니다. 새 교황님은 최초의 예수회 출신의 교황이고 최초의 남미 출신의 교황님이시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의외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다양한 민족과 다양한 국가와 다양한 종교와 문화가 공존하는 이 세계를 하나로 이끄시는 데 있어서 적임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콘클라베가 끝나고 난 뒤 추기경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콘클라베는 로마의 주교를 뽑는 것인데 그 로마의 주교를 찾기 위해 여러분들은 세상 끝까지 간 것 같다.” 그리고 그날 저녁식사 자리에서는 동료 추기경들에게 “하느님께서 (나를 교황으로 뽑은) 여러분들을 용서해주시길 빕니다.”하고 유머 섞인 말씀을 하셨다고 합니다.
 교황님은 그리스도의 대리자이며 사도 베드로의 후계자입니다. 그리고 로마의 주교이며 세계 주교단의 으뜸입니다. 그래서 교황님을 중심으로 온 세상 교회가 하나가 되고 또한 교황님으로 인해 세상에 참된 일치와 평화가 오도록 기도하여야 할 것입니다.
 콘클라베가 끝나고 한 시간 뒤 새 교황님께서는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 나타나셔서 광장에 모여 있는 군중들에게 “보나 세라(Buona sera)”라고 인사를 하셨습니다. 이 말은 저녁인사로서 “좋은 저녁입니다.”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교황님께서는 교황으로서 하느님 백성에게 ‘첫 강복(Urbi et Orbi)’을 주기 전에 먼저 당신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군중들 앞에 머리를 숙였습니다. 그래서 광장에 모인 10만 명의 군중들이 15초 동안 침묵 가운데 새로운 로마의 주교이며 보편교회의 참 목자이신 교황님을 위해 기도를 드렸던 것입니다.
 이러한 몇 가지 일들을 보더라도 새 교황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대충 알 것 같기도 합니다.
 새 교황님은 교황으로서 당신 이름을 ‘프란치스코’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예수회 회원이라면 프란치스코 하비에르나 이냐시오 로욜라로 이름 지을 법 한데 아시시의 프란치스코로 지었습니다.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는 가톨릭 신자라면 너무나 잘 아는 성인입니다. 13세기 이탈리아 아시시의 성인으로서 겸손과 가난과 평화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분입니다. 이분의 생애가 참으로 훌륭하고 드라마틱하여 이분에 대한 책이나 영화가 얼마나 많이 나왔는지 모릅니다. 수많은 성인들 중에서 예수님을 가장 많이 닮은 사람 한 사람을 꼽으라면 가장 많은 사람들이 프란치스코 성인을 꼽을 것입니다. 그것은 프란치스코 성인께서 복음 말씀과 복음의 정신을 가장 완벽하게 자기 삶으로 실천하며 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란치스코 성인께서 돌아가신 지 800년이 다 되어 가는데, 그리고 신자든 신자가 아니든 세상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이름인 프란치스코를 그동안 역대 교황님은 한 분도 그 이름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새 교황님은 놀랍게도 프란치스코 성인의 이름을 선택하셨던 것입니다. 이러한 것을 생각하면 새 교황님의 성품과 사목적인 지향이 어떠할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그 이름대로 그리고 당신께서 지금까지 살아온 대로 소박하고 검소하며 영성적인 목자로서 세계 교회를 잘 이끌어 가시리라 기대합니다. 그래서 세속주의와 쾌락주의, 물질만능주의가 넘치는 이 시대에 참으로 필요한 분을 하느님께서 보내주신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교황님께서는 교황이 되신 후 드린 첫 미사 강론에서 하신 말씀이 ‘세속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회개하지 않는 교회는 인심 좋은 NGO단체에 불과하다.’ ‘십자가 없이 걷고, 십자가 없이 예수의 이름을 부른다면 우리는 예수의 제자가 아닌 세속적인 존재일 뿐’이라고 하시면서 ‘교회와 신자들이 하루빨리 신앙의 뿌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하셨던 것입니다.
 이러한 교황님의 말씀과 지향을 우리 모두가 제대로 알아듣고 실천하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어려운 시대에 최고의 영적 지도자로서 무거운 짐을 지고 가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위해 열심히 기도 바쳐야 할 것입니다. Habemus Pap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