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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남을 생각할 것인데 마는 (레지오마리애 성모의 밤 강론)
   2013/05/09  10:1

성모의 밤 - 교구 레지오마리애 평의회 주최


2013 05 05 부활제6주일

 

 찬미예수님!

 오늘 교구 레지오마리애 평의회 주최로 ‘성모의 밤’을 거행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런 좋은 날씨와 환경을 주신 하느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지난 4월에는 일기가 불순하고 변화무쌍하였는데 5월 성모성월에 접어들어서는 ‘계절의 여왕’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 성모의 밤 행사에 함께 하신 모든 교우들에게 하느님의 은총과 성모님의 도우심을 빕니다.


 오늘은 부활제6주일이며 ‘생명주일’이고 ‘어린이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29년 전 오늘은 복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대구를 방문하시고 이 성모당에 오셔서 기도를 드리셨던 날이기도 합니다. 그날 교황님께서는 대구 시민운동장에서 사제서품식을 거행하시고 청소년대회 미사를 집전하셨습니다. 그리고 계산주교좌성당에 들리셔서 어린이들을 축복하셨고 이 성모당에 오셔서는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셨습니다. 그리고 주교관 식당에서 점심을 드신 후 잠시 쉬셨다가 서울로 가셔서 그 다음날 여의도 광장에서 한국의 103분의 순교자들을 성인품에 올리는 시성식 겸 한국천주교회 200주년 경축미사를 봉헌하셨던 것입니다. 

 그런 일이 있은 지 벌써 29년이 되었습니다. 내년이면 103위 성인 시성식이 있은 지 30주년이 되는데, 잘하면 내년 가을쯤에 하느님의 종 124위 순교자들과 증거자 최양업 토마 신부님의 시복식이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느님의 종 124위 순교자 안에는 대구의 순교자 20위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들의 끊임없는 기도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오늘 성모당에서 ‘성모의 밤’을 거행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것은 성모님의 덕을 기릴 뿐만 아니라 그 덕을 본받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모님의 덕을 한 마디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몽포르의 성 루도비꼬 마리아는 열 가지 덕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겸손, 믿음, 순명, 기도, 절제, 순결, 사랑, 인내, 온유, 지혜입니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습니다.

 성모님은 이런 열 가지의 덕을 통하여 온전히 자기 자신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삶을 사셨던 것입니다. 

 레지오 마리애 교본 제2장에 보면 레지오의 목적이 나옵니다.

“레지오 마리애의 목적은 단원들의 성화를 통하여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데 있다. 단원들은 교회의 지도에 따라 뱀의 머리를 바수고 그리스도 왕국을 세우는 성모님과 교회의 사업에 기도와 활동으로 협력함으로써 이 목적을 달성한다.”

 여기에도 나오듯이 레지오 마리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단원들이 성화되어야 하는데 그 성화는 성모님의 덕을 본받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겸손과 믿음과 순명, 기도, 절제, 순결, 사랑, 인내, 온유, 그리고 지혜가 우리들의 덕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이 세상 악과 싸워서 이길 수 있고 그리스도 왕국을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은 한국천주교 주교회의가 정한 ‘생명주일’입니다. 모든 생명은 창조주 하느님의 선물로서 그 자체로서 신성하고 존중받아야 마땅한 것입니다. 특히 인간생명은 더욱 그러합니다. 

 그런데 오늘날 이 세상에는 인간생명을 침해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전쟁이고 폭력과 테러, 살인과 자살, 낙태, 성폭력, 왕따, 이혼 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소위 ‘죽음의 문화’ 현상이 오늘날 영화나 TV드라마, 게임, 대중가요 등에 널리 퍼져 있습니다. 우리는 이 죽음의 문화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이에 대항해서 생명의 문화를 심는 데 일조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레지오 단원들이 성모님의 덕을 본받고 하느님의 말씀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오늘 복음(요한 14,23-29)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

 이처럼 예수님께서 우리들에게 평화를 주고 가셨는데 왜 이 세상에는 아직 평화가 없는 것일까요? 그것은 우리가 서로 사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고 하셨는데 우리는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남보다는 나만 생각했습니다.

 지난 4월 27일에는 남대영 루이 델랑드 신부님께서 올해 ‘포항을 빛낸 인물’로 선정되어 포항 예수성심시녀회의 모원 성당에서 감사미사를 드렸습니다. 남신부님은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신부님으로서 1923년에 우리 교구에 파견되어서 50년 동안 사목하시다가 1972년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신부님께서 1935년에 예수성심시녀회라는 수도회를 설립하시고 그 이듬해에 ‘성모자애원’이라는 사회복지기관을 설립하셨습니다. 작년에 선종 40주년을 지내면서 이 분의 행적이 알려져 올해 ‘포항을 빛낸 인물’로 선정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남신부님의 묘비에 새겨진 글 때문입니다. 지난 27일 미사를 마치고 수녀원 뒷산 기슭에 있는 남신부님의 산소에 갔었는데 그 묘비에 이런 글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남을 생각할 것인데 마는.” 

 이 말이 무슨 뜻이냐고 원장수녀님께 물었더니 “이 말씀은 남신부님께서 수녀들을 가르칠 때 입버릇처럼 하시던 말로서 남을 먼저 생각하고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라는 말씀”이라고 하였습니다.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남을 먼저 생각한다면, 아니 적어도 자기만이 아니라 남도 생각한다면 이 세상에는 더 이상 다툼이나 분쟁이나 전쟁과 테러, 왕따와 폭력 등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제는 제4회 여기애인상 시상식이 월성교육관에서 있었습니다. 여기애인상은 국내의 중고등학생들이 일본 나가사키의 나가이 다카시 선생님이 남기신 여러 글들을 읽고 그 독후감을 쓴 것을 시상하는 것인데 올해도 많은 학생들이 응모하였고 또 상을 받았습니다. 이번에는 특별히 나가사키의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원 안에 있던, 성 막시밀리안 콜베 신부님께서 세웠던 소신학교에서 나가이 나카시 선생님으로부터 1년 동안 이과 공부를 배운 적이 있는 오자키 수사님(86세)께서 오셔서 강연을 해 주셨습니다. 

 강연 내용은 다름이 아니라 나가이 다카시 선생님처럼, 그리고 성 막시밀리아노 콜베 신부님처럼 남을 먼저 생각하고 사랑하는 삶을 살자는 것이었습니다. 

 나가사키는 일본 26성인만이 아니라 콜베 신부님과 나가이 다카시 선생님이 계셔서 더 빛이 나는 성지가 되었습니다. 나가사키에 가면 니시자카 언덕에서 순교한 일본 26성인 기념관이 있으며 성 막시밀리아노 콜베 박물관이 있고 나가이 다카시 선생님이 원자병으로 마지막 생을 보냈던 두 평 남짓한 ‘여기당’이라는 집이 있습니다.

 ‘여기애인(如己愛人)’이 무슨 뜻입니까? 한자말인데 글자 그대로 ‘자기 몸같이 남을 사랑하자’는 말입니다. 이것은 다름이 아니라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인 것입니다. 이 말씀을 콜베 신부님이나 나가이 다카시 선생님께서는 철저하게 실천하시고 순교하셨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가이 다카시 선생님은 돌아가시기 전에 두 자녀에게 말하기를, ‘일본이 원자폭탄을 맞고 폐망하게 된 것을 뉘우치지 않고 또 다시 무장할지 모른다. 그때에는 너희들은 절대 거기에 동조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합니다. 나가이 선생님의 예상대로 지금 일본은 평화헌법을 개정하여 재무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동족인 북한은 핵으로 무장을 하고 우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런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올해는 한국전쟁 정전 60주년이고 또 레지오 마리애 한국 도입 60주년입니다. 특별히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님께서 우리나라를 지켜주시고 이 땅에 참된 평화가 올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열심히 기도드려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