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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참다운 권력 (성유축성미사 강론)
   2013/04/02  9:10

성유축성미사


2013 03 28 주교좌 계산성당

 

 찬미예수님!
 지금 우리는 성유축성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이 미사 중에 교회가 일 년 동안 사용할 병자성유와 예비신자성유, 그리고 축성성유를 축성할 것입니다.
 그리고 성유축성 전에 신부님들의 서약 갱신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조금 후에는 신부님들이 예전에 사제품을 받았을 때 하셨던 서약을 하느님과 하느님의 백성 앞에서 다시 공적으로 새롭게 갱신합니다. 신부님들 각자가 서품 받은 날짜가 다르지만 오늘 다 같이 서약을 갱신하기 때문에 오늘이 신부님들의 ‘공동 서품 기념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따라서 오늘 우리 모든 신부님들은 자신이 예전에 사제품을 받았던 그때를 기억하며 그때의 순수하고 열렬했던 첫 마음을 주님께서 다시 주시기를 기도드리고, 주님께서 자신에게 맡기신 사제 직무에 더욱 충실할 것을 다짐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교우분들은 오늘 서약갱신하시는 신부님들을 위하여 열심히 기도드려 주시기 바랍니다.
 특별히 사제서품 50주년 금경축을 맞이하시는 이성우 아킬로 신부님과 정학모 루카 신부님을 위하여 열심히 기도드려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오늘 이 두 분의 신부님들을 축하하기 위해서 오신 전임 광주대교구장이신 최창무 안드레아 대주교님을 위해서도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최창무 대주교님께서도 올해로 사제서품 금경축을 맞이하셨습니다.
 
 해마다 교회는 성 목요일에 예수님께서 성품성사와 성체성사를 세우신 것을 기념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마지막 때가 다가오는 것을 아시고 성목요일 저녁에 열두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나누시면서 성체성사를 세우셨습니다. 빵과 포도주로 대신하는 당신의 살과 피를 우리의 참된 양식으로 내어주셨고 그리고 이 일을 성품성사를 받은 우리 사제들로 하여금 계속 이어가게 하셨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성품성사와 성체성사를 세우신 이 거룩한 날을 맞이해서 우리 사제들이 주님께서 맡기신 그 직무를 참으로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각자 성찰하면서 새로운 다짐을 하여야 할 것입니다.
 제가 이 강론 후에 신부님들에게 이렇게 질문을 할 것입니다.
 “여러분이 그리스도의 사랑에 인도되어 사제품을 받던 날, 자신의 욕망을 끊고 그리스도를 위하여 서약한 대로 거룩한 직무에 충실하여 주님을 닮고 주님과 일치하겠습니까?”
 “여러분은 미사성제와 그 밖의 전례를 집전함으로써 하느님의 신비를 충실히 관리하고, 머리이시며 목자이신 그리스도를 본받아 교도직을 충실히 이행하며, 물질의 탐욕을 버리고 오로지 신자들의 영신사정에만 힘쓰겠습니까?”
 사제가 어떻게 살아야 할런지는 이 두 질문에 다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신부님들이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몰라서 그렇게 살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만 문제는 실천인 것입니다.
 
 지난 한 달 사이에 우리 가톨릭교회에 커다란 변화와 쇄신과 희망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많은 사람들이 들떠있고 기대에 차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의 사임과 새로운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등장입니다. 저는 이번에 전임 교황님 베네딕토 16세의 사임과 새 교황님 선출 과정을 보면서 하느님께서 살아 계시고 성령께서 우리 교회를 이끌어 주시는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새 교황님께서는 콘클라베가 끝나고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 나타나셔서 광장에 모여 있는 군중들에게 인사를 하시고 교황으로서 하느님 백성에게 ‘첫 강복’을 주시기 전에 먼저 당신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군중들 앞에 머리를 숙이는 모습에서부터 우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날 광장에 모인 10만 여명의 군중들이 15초 동안 침묵 가운데 새로운 로마의 주교이며 보편교회의 참 목자이신 교황님을 위해 기도를 드렸던 것입니다.
 그리고 새 교황님은 예수회 회원이면서 당신 이름을 ‘이냐시오 로욜라’나 ‘프란치스코 하비에르’가 아니라 ‘아시시의 프란치스코’로 지은 사실이 사람들로 하여금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여튼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그 이름대로, 그리고 당신께서 지금까지 살아온 대로 소박하고 검소하며 영성적인 목자로서 세계 교회를 잘 이끌어 가시리라 기대합니다. 그래서 세속주의와 쾌락주의, 물질만능주의가 넘치는 이 시대에 참으로 필요한 분을 하느님께서 보내주신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교황님께서는 교황이 되신 후 드린 첫 미사 강론에서 하신 말씀이 ‘세속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십자가 없이 걷고, 십자가 없이 예수님의 이름을 부른다면 우리는 예수님의 제자가 아닌 세속적인 존재일 뿐’이라고 하시면서 우리 모두가 ‘하루빨리 신앙의 뿌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하셨던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지난 주 19일 ‘성 요셉 대축일’에 있었던 즉위미사 강론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우리는 요셉 성인의 축일과 더불어, 베드로의 후계자인 새 로마 주교 직무의 시작을 축하하고 있습니다. 이 직무에는 어느 정도 권력도 있습니다. 분명히 예수 그리스도께서 베드로에게 권력을 부여하셨습니다. 그런데 이는 어떤 권력입니까?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사랑에 관하여 세 번 질문하신 다음에 세 번 명령하십니다.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참다운 권력은 섬김임을 잊지 맙시다.”
 그러면서 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교황도 권력을 행사할 때에 십자가 위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난 섬김 안으로 더욱 온전히 들어가야 합니다. 교황은 요셉 성인이 보여 준 겸손하고 구체적이며 진실한 섬김에서 영감을 얻어야 합니다. 그리고 요셉 성인처럼 교황도 팔을 벌려 하느님의 모든 백성을 보호하고 모든 인류를, 특히 가장 가난하고, 가장 힘없고, 가장 보잘 것 없는 이들을 부드러운 사랑으로 끌어안아야 합니다.”
 참으로 놀라운 말씀이고 놀라운 분이십니다. 이런 교황님을 보내주신 우리 주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 가까이에 이렇게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처럼 예수님을 참으로 닮은 분이 계시다는 사실이 우리들에게 큰 위안이 되고 격려가 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오늘날 사제들은 어느 때보다도 유혹이 많은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신자분들의 기도가 더욱 필요한 때입니다. 우리나라 교우들이 신부님들에게 물질적으로 참 잘 합니다. 참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그러나 사제가 세속적인 욕심을 버리고 성 프란치스코처럼, 이번에 탄생하신 새 교황님처럼 예수님을 닮은 사제로 살아가도록 기도해주는 것이야말로 참으로 사제를 위하는 길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하느님, 성령으로 기름 부어 성자를 그리스도와 주님이 되게 하셨으니, 저희도 함께 축성하시어 현세에서 구원의 증인이 되게 하소서. 아멘.”(오늘 본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