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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파스카로서의 부활 (예수부활성야미사 강론)
   2013/04/02  17:27

예수부활대축일 2013


3월 30일 밤 주교좌계산성당

 

 알렐루야! 부활 축하드립니다.(옆 사람과 축하 인사를!)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내리시는 기쁨과 평화가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가득하길 빕니다. 그리고 남북으로 갈라져서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는 이 한반도와, 분쟁과 빈곤이 끊이지 않는 이 지구촌에 부활하신 주님의 참된 평화가 내리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나라와 세상은 이렇게 어렵지만, 다행히 이번 부활절은 주님께서 당신 교회에 새로운 목자를 세워 주신 기쁨에 마음이 즐겁습니다.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 성하의 사임 이래, 많은 교우들이 교황님과 교회를 위해 열심히 기도해 오셨으리라 믿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놀라고 매체들이 온갖 분석과 예측을 내어놓았습니다만, 성령께서는 추기경님들의 손을 이끄시어 참으로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분을 뽑도록 하셨다고 생각합니다. 교황 프란치스코 성하께서 다툼과 분열과 죄악으로 피폐한 이 세상에 평화와 일치와 구원의 표징이 되시도록 모든 교우들이 마음을 모아 주님께 간구해야 하겠습니다.

 아담과 하와가 죄를 짓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이래, 인류 사회에 갈등과 다툼이 없었던 적이 있겠습니까마는, 오늘날 이 세상은 참으로 위태롭기 짝이 없습니다. 이 지구촌에는 나라와 나라 사이에, 민족과 민족 사이에, 그리고 종교와 종교 사이에, 정파와 정파 사이에 분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 교구 신부님들과 수녀님들이 선교하기 위해 가 계시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는 불과 일주일 전에 반군 연합체가 구태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하여 온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전이 일어난 시리아는 수십만 명이 죽었지만 아직까지 끝이 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라 안으로는 새로운 대통령을 뽑아 많은 사람들의 기대 속에 새 정부가 출범하였습니다만, 아직 여러 가지로 안정이 되지 않았고 많은 문제들과 과제들을 안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북한 정권은 미사일을 쏘고 핵실험까지 하더니 이제는 연일 남한을 전쟁으로 위협하는 말들을 쏟아내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절대 절망할 필요도 없고 불안에 떨 필요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주님께서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셨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루카 24,1-12)에 보면 주간 첫날 새벽 일찍이 여자들이 무덤에 갔더니 무덤 입구를 막은 돌이 이미 굴러져 있었고 무덤 안에는 예수님의 시신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당황해 하고 있는데 천사가 나타나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어찌하여 살아 계신 분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찾고 있느냐? 그분께서는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 되살아나셨다.”
 이 천사의 말처럼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사실을 믿는 것이 우리의 신앙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 사실을 선포하는 것이 바로 선교인 것입니다. 우리가 정말 희망할 분, 우리가 기대할 분은 바로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신 주님이십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나라 안팎의 모든 지도자들을 평화의 길로 인도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이와 함께 주님의 부활을 믿는 우리들도 평화와 기쁨의 선물을 이웃들과 나누는 데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단순히 먼 옛날 외국에서 일어난 어떤 사건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도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주님을 믿고 사랑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은 자기 삶 안에서 부활을 체험하는 것입니다.
 빅토르 위고가 쓴 ‘레미제라블’이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여러 번 영화로도 나왔고 최근에는 뮤지컬로도 나왔습니다. 거기에 주인공으로 ‘장발장’이라는 사람이 나오는데 그는 빵 한 조각 훔친 죄로 십 수 년을 감옥살이 하다가 가석방되어 세상을 원망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다가 어느 신부님의 조건 없는 사랑과 자비를 체험하고는 회개하여 부활의 삶을 살게 됩니다. 그 부활의 삶이란 자기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 자신을 바치는 삶이었습니다.
 장발장은 나중에 수녀원의 정원사로 일하다가 마지막 생을 마치는데 그 죽는 장면이 아름답습니다. 떠나보내는 사람들의 슬픔과 이미 천국에 가 있는 사람들의 환영의 노래 소리를 들으며 그 길고 험난했던 세상을 마감하고 천국으로 인도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우리 모두도 이 세상 떠나는 마지막 모습이 그러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지금 일 년 중 가장 중요한 날인 ‘성삼일’의 마지막 날에 와 있습니다. 성삼일을 ‘파스카 성삼일’이라고도 부릅니다. 파스카는 원래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축제였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의 인도로 이루어진 이 해방절을 결코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이 파스카 축제를 가장 큰 민족적인 축제로 지내고 있는 것입니다.
 부활절은 바로 신약의 파스카 축제라 할 수 있습니다. ‘파스카’란 말은 ‘건너간다.’는 뜻입니다. 이집트에서 벗어나 홍해를 건너서 가나안 복지로 건너간다는 것입니다. 종살이에서 자유인으로 건너가는 것이고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간다는 것입니다.
 부활이 곧 파스카입니다. 건너가는 것입니다.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가는 것입니다. 향락과 재물을 섬기는 삶에서 하느님을 섬기는 삶으로 건너가는 것입니다. 자신만을 위하는 이기적인 삶에서 나누고 베푸는 삶으로, 미워하고 증오하던 마음에서 용서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건너가는 것입니다. 이 건너감의 끝에서 만나는 것이 바로 천국인 것입니다.

 미국 시카고 대교구장이셨던 조셉 버나딘 추기경께서 1996년 11월 14일에 68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런데 추기경께서 떠나신 후 한 달가량 지나면서 성탄절이 다가오는데 교구 내 신부님들과 친지들이 버나딘 추기경의 성탄카드를 받게 되어 다들 놀라게 됩니다. 그 카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친구들이여, 행복한 성탄 맞이하기를 진심으로 축원합니다. 이번 성탄은 제게 매우 각별합니다. 이 땅에서의 마지막 성탄이 될 것 같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실이 슬프기도 하지만 다가올 세상에서 주님과 더욱 친밀해지고 일치될 것을 생각하면 더없이 기쁘고 설렙니다. 이제 제가 돌아가야 할 곳으로 마지막 여행을 출발하기에 앞서 여러분 모두를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떠나겠습니다.”
 이 얼마나 대단한 믿음입니까! 버나딘 추기경님은 당신의 목숨이 성탄절을 못 넘길 것을 아시고 교구 내 신부님들과 친지들에게 성탄카드를 미리 적어놓으셨다가 당신이 세상을 떠나고 난 뒤에 카드를 부치라고 비서신부님한테 부탁하셨던 것입니다. 

 신앙의 해를 지내고 있는 우리에게 주님의 부활은 우리 믿음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새롭게 일깨워 줍니다. 우리 믿음의 핵심은 바로 우리를 위해 죽으시고 묻히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우리의 주님으로 고백하고 영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분의 부활은 바로 우리의 부활을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서간(로마 6,3-11)에서 바오로 사도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형제 여러분, 그리스도 예수님과 하나 되는 세례를 받은 우리가 모두 그분의 죽음과 하나 되는 세례를 받았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모릅니까? 사실 우리가 그분처럼 죽어 그분과 결합되었다면 부활 때에도 분명히 그리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으니 그분과 함께 살리라고 우리는 믿습니다.”
 
 주님의 부활은 사랑이 모든 것을 이긴다는 것을, 희망은 헛되지 않고 고통과 희생이 무의미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하느님의 은총으로 믿음을 가지게 된 우리는 이제 부활하신 주님께서 우리 가운데 살아 계심을 우리의 말과 행동으로 기쁘게 드러내 보일 줄 알아야 하겠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당신의 이름을 믿는 모든 이를 당신 사랑 안에 지켜 주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