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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최작가도 죽지 않는다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
   2013/09/25  23:48

주: 오늘 선종하신 최인호작가님을 추모하며 지난 2007년에 쓴 글을 다시 올려봅니다...

 


                         성체가 되어주신 어머니

 
십자가를 안테나로!
  유난히도 무더웠던 지난 어느 여름날, 직장에 출근하는 여동생의 부탁으로 모친을 난생처음으로 목욕시켜드렸습니다. 어릴 때 어머니를 따라 여탕에 갔다가 목욕탕에 빠져 땟국물?을 잔뜩 마시고 죽을 뻔한 이후, 근 40여년 만에 처음으로 어머니의 벗은 몸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피골이 상접한 어머니의 피와 살이 몽땅 저희 7남매(9년 사이에 7명)에게 와 붙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고 또 수년 전에 읽은 인기작가 최인호(베드로)님이 그의 묵상집 ‘하늘에서 내려온 빵’에서 고백한 “나는 어머니를 통해 성체성사를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어린 시절, 어려운 집안형편으로 하숙집을 하던 어머니가 하숙생들이 먹다 남은 반찬을 저희들에게 먹으라고 내어줄 때 그렇게도 어머니가 원망스러웠는데 지나고 보니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상들이 매일의 미사요 성체성사였다....”라는 글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이제 며칠이면 은혜로운 추석입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제사상에 음식을 잔뜩 차려놓고 절을 하거나 또 성묘를 가서 절하기보다는 만약 부모님이 살아계시다면 평소에 부모님께 전화를 자주 드리거나 찾아뵙는 것이 그분들이 더 기뻐하지 않을까요? 아무튼 평생 자식들에게 사랑과 희생으로 ‘살아있는 빵 즉 성체성사’가 되어주신 부모님들께 감사드리며 최인호씨의 모친을 그린 영화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를 소개합니다. 가브리엘통신

                          
<영화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

  노년의 작가 최호(하명중 분)는 서재에서 원고를 쓰고 있다. 그는 잠시 글 쓰기를 멈추고 책상 위를 바라본다. 책상 위에 걸려있는 작은 액자에는 낡은 원고지에 ‘I love you 알 라 뷰’ 라는 삐뚤삐뚤한 글씨가 쓰여져 있다. 잠시 손을 멈추었던 최호는 잉크를 다시 찍어 원고를 쓰기 시작한다.

  시험을 치르고 있는 여고 교실. 교탁 위에 쌓인 휴대폰들 중에서 지혜(박하선 분)의 휴대폰에 ‘알라뷰 알라뷰’라는 수신음이 울리며 문자가 도착한다. 지혜는 첫 사랑을 만나러 갔다는 남자 친구의 문자에 축하 문자를 보내준다. 지혜가 가장 좋아하는 남자 친구는 그녀의 할아버지인 최 작가이다. 첫 사랑을 만나러 갔다는 최호 작가는 작은 보따리 하나를 들고 서울시 뉴 타운 개발로 한 시간 후면 폭파될 구파발의 동네로 달려간다. 철부지 꼬마처럼 신나게 달려간 그 곳은 다 스러져가는 어느 집 앞. 최호가 만나러 간 그의 첫 사랑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자신의 어머니, 이영희 여사(한혜숙 분)이다.

  어머니는 밀전병을 구울 때도 예쁜 꽃을 올려놓고 집안에서도 항상 고운 옷을 입고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남편도 없이 혼자 하숙을 치며 자식 셋을 다 키워내는 억척스러운 아줌마였다. 막내아들 호에게 어머니는 가장 친한 친구이자 애인이자 첫 사랑이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것을 빼면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냈던 최호(하상원 분)는 신춘문예에 등단해 작가로 데뷔한다. 아들이 작가가 된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기쁜 어머니. 맏딸과 큰 아들이 집을 떠난 뒤에도 막내아들 호는 항상 자신의 곁에 있었다. 그러나 영원히 애틋할 것 같던 막내아들 호가 어느날 어머니 곁을 떠나서 혼자서 살겠다고 하는데…

                             
<말씀에 접지하기; 2디모 1, 5>

         (마르코니 문화영성 연구소; http://cafe.daum.net/ds0y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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