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그룹웨어
Home > 가톨릭생활 > 칼럼 > 십자가를 안테나로
제목 워낭소리 할아버지의 명복을 빌며...(워낭소리)
   2013/10/02  0:58
주: 수년 전 다큐영화 '워낭소리'에 출연하여 전국민에게 큰 감동을 주었던 봉화의 최원균 할아버지(향년 85세)가 지난 1일, 폐암으로 선종하셨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지난 2010년에 쓴 글을 다시 올려봅니다...                             
 
                                소는 내가 키운다!


  십자가를 안테나로!

  평소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 올려진 저의 글을 애독하던 어느 친구가 근 1달 째 저의 글이 올라오지 않자 걱정(?)이 되어 제게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저는 “내가 ‘소와 함께 여행’(영화제목 ^^*)을 하다 최근 경상도 전역에 확산된 구제역에 감염된 것 같다”라고 그 친구에게 엉뚱한 대답을 했습니다.


   최근 영화 '워낭소리'의 고장, 경북 봉화군 상운면 산정마을도 가족같은 14만 마리의 가축들이 매몰되고 있는 대재앙인 구제역 공포에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합니다. 산정마을에는 영화 ‘워낭소리’의 주인공인 최원균(82) 옹이 한우 1마리를 키우는 등 모두 7가구가 약 30여 마리의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데 추운 겨울 날씨 탓에 관광객은 다소 줄었지만 아직도 이 마을을 찾는 관광객(평일 10여 명, 주말 50여 명)이 많아 혹시 자신의 소도 구제역에 감염될까 주민들이 노심초사하고 있으며 마을입구마다 방역에 만전을 다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무튼 그동안 여러 가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축산을 하고 있는 우리 농민들이 이번 구제역의 위기를 잘 극복하고 축산을 계속하도록 관계기관의 아낌없는 지원을 촉구하면서 권태하님의 글과 영화 ‘워낭소리’를 소개합니다. 가브리엘통신


               <‘워낭소리’ 봉화에서 걸려운 전화 / 권태하>


   엊그제 밤, 영화 '워낭소리'의 고장인 봉화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아지뱀이시껴? 그간 집안이 다 무탈하시제요? 설이 지났는데도 안부도 못하고 지송하이더. 하는 일도 밸로 없는데 맥지 왜 그리 바쁜 동.... 아참, 설 전에 우리내외 태국 갔다왔니더. 동네사람들 하고 친목계하면서 그동안 쪼맨치씩 모운 돈으로 제주도로 가자 중국 가자 그카다가 이왕이믄 돈 좀 쪼매 더 보태서 태국 가자 그캐서 영감하고 동네사람 해서 열여섯이서 4박5일로 댕게왔니더.


  아지뱀요, 요짐에요 여서 가까운 사운(상운) 동네는 글쎄 ‘워낭소리’라는 영화 때무래 온 동네가 고만 야단법석이 났다이더. 아지뱀도 그 영화 보셨니껴? 여는 아직 그 영화가 들오지 안했는데, 봉화란 데가 본래 오지 아이껴. 봉화읍에서 우리 물야쪽으로 말고 그 반대쪽으로 청량사 가는 명호쪽 길로 쭈욱 따라 내래가다가 왼쪽으로 쪼맨침만 꺾어 드가면 왜 사운(상운)이라고 카는 데가 있잖니껴.


  거 사는 어떤 할배가 할매하고 둘이서 소하고 40년을 같이 살믄서 소를 친자식맹키로 데리고 살았는데 그게 영화로 찍했다고 그카믄서, 여서저서 사람들이 그 할배 만나러 온다꼬 온통 난리 북새통이라니더. 그 나불에 고만 명호 나가는 길이 차로 꽉꽉 맥해서 매란당이라 그카디더.


  우째 사람들이 그카는동, 은어축제 할 때나 외지사람 쪼매 비치다가 촌사람들만 사는 데 뭐하로 그쿠 오는동 사운사람들이 요새 사람한테 치에서 시끕을 한다캐요.


  그 동네 이장이 젤로 애를 먹는다고 그카디더. 할배네 집 갈체달라고, 거 가면 할베 만날 수 있도록 다리 좀 놔달라 그캣샴서 전국에서 전화가 밤낮으로 득살을 지우이 전화기 빼놓고 자야제 안 글카믄 밤에 잠도 지대로 못 잔다니더 글쎄. 


  할베 본인도 사람 만나는 게 싫다 그카는데 뭐때무레 사람들이 글쿠 오는동, 그 사람들 온다캐서 밥이 나오니껴 국이 나오니껴. 이럴 줄 알았으믄 활동사진 그거 못 찍그러 할 걸 맥지로 찍었다고 할배하고 할매가 고만 몸서리를 치신다카네요.


  며칠 전에는 할배가 사진 찍을라고 찾아온 사람한테 지게짝대기를 고만 떤졌부랬다카디더. 얼매나 몸서리가 났으믄 그랬을니껴. 워낭이 뭔지나 알고 그카믄 남사스럽지는 않체, 워낭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글쿠근다카이께네요.


  사람들이 다들 소 모가지에 달린 딸랑이가 워낭인 건 어데서 들어주은 풍월로 쪼맨침씩은 알고 와도, 왜 그 딸랑이가 워낭인지를 모른다 카이께네요. 아지뱀은 그 딸랑이를 왜 워낭이라고 부르는지 아니껴? 아지뱀이 모르시믄 지가 정답 알캐주까요?


  소한테 가라고 그칼 때는 이랴 이랴! 글카잖니껴, 그른데요, 가는 소한테 고만 가그라, 고만 가고 그 자리에 좀 서그라 그칼 때는 뭐라 그니껴. 워! 워! 글카잖니껴. 고삐줄을 땡기면서 워! 워! 하면 소가 서지만, 질래 그르다가 소가 길이 들면 그때는 주인이 입으로 워 워 소리만 내도 고만 지가 더는 안 가고 지자리에 딱 슨다이께네요.


  예전에 우리 집 소도 그랬잖니껴. 내 첨에 일로 시집왔을 적에 아지뱀이 몇학년이랬니껴? 중학교 3학년이었제요? 결방학 때 놀로 와서 소죽 쑨다고 나락짚거리 작두에 대고 썰다가 왜 그때 한번 큰일 낼 번 했잖니껴. 그거 잘못 들이대다가는 손가락 절단 나는 거 여상이시더왜요.


  아지뱀요, 올 결에는 우예 한번도 안 댕겨가시니껴? 새득하고 한번 내래 오셨다 가시소. 아지뱀 좋아하는 콩잎지도 해서 장단지에 박아놓고 뜸북장도 만들어서 냉동실에 까뜩 있고 무꾸씨레기도 아지뱀 오시믄 해준다꼬 몇 타래 그냥 놔 뒀니더, 지난 갈에는 일부로 무꾸구댕이 크게 파서 무꾸도 많이 묻어 놨니더왜. 작년에는 초갈에 송이가 밸로 안 나서 그것도 못 보내드리고, 사과도 밭떼기째로 서울서 온 장사꾼한테 팔았부래서 아지뱀한테는 우리 먹는 찌끄래기만 보내드랬드이 지 맘이 영 안 편으이더 왜요.


  내레오시믄 메밀묵도 한번 써 드릴테이께네 겨울 가기 전에 새득하고 한번 댕게가시소. 전와 끊니데이. 그먼 잘 들가시세이.............


  영화 ‘워낭소리’의 고장 봉화 물야에 사시는 올해 이른 셋이 되시는 외사촌형수님의 정감어린 전화목소리가 아직도 내 귀에 삼삼여서 기록으로 남겨둔다. 가끔씩 고향이 그리울 때 다시 꺼내 읽으면서 흙냄새가 물씬나는 내 고향 사투리에 푹 젖어보리라 싶어서...

  (출처: 2009년에 권태하님이 가톨릭 굿 뉴스에 올리신 글 중에서...)


                              <영화 ‘워낭소리’>


  봉화의 어느 산골에서 평생 땅을 지키며 살아온 농부 최노인에겐 30년을 부려온 소 한 마리가 있다. 소의 수명은 보통 15년, 그런데 이 소의 나이는 무려 마흔 살. 살아있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이 늙은 소는 최노인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최고의 농기구이고, 또 유일한 자가용이다.


  평소 귀가 잘 안 들리는 최노인이지만 희미한 소의 워낭소리(쇠방울)은 귀신같이 잘 듣고 또 한쪽 다리가 많이 불편하지만 소 먹일 풀을 베기 위해 매일 산을 오른다. 심지어 소에게 해가 갈까 논에 농약을 절대 치지 않는 고집쟁이다. 그리고 그의 소 역시 제대로 서지도 못하면서도 최노인이 고삐를 잡으면 산 같은 나뭇짐도 마다 않고 나르고 묵묵히 밭을 간다.


  그러던 어느 봄날, 최노인은 수의사에게서 그의 소가 올 해를 넘길 수 없을 거라는 이야기와 자신의 병도 중병이라는 마을의사의 진찰결과를 동시에 듣고 크게 실망하고 좌절하지만 묵묵히 소와 함께 밭으로 나간다...


                    <말씀에 접지하기; 1디모 5, 18>


           (마르코니 문화영성 연구소 ; http://cafe.daum.net/ds0ym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584 차별과 억압에 맞선 위대한 삶 (굿바이 만델라) 이현철 13/12/06 8929
583 어둠 속에서 찾은 선율 (레이) 이현철 13/11/26 9180
582 빼빼로 데이에 묻혀버린 지체장애자의 날 (나의 왼발) 이현철 13/11/12 9270
581 우주를 다녀온 올림픽 성화봉 (그래비티) 이현철 13/11/10 9214
580 백만불보다 더 가치있는 진실 (마이클 클레이톤) 이현철 13/11/09 8962
579 가을 하늘, 사랑해! (블랙) 이현철 13/11/03 8438
578 '계단 살인자'로 몰린 남자 (컨빅션) 이현철 13/10/21 9975
577 TV에 절대로 안 나올 식당 (트루맛쇼) 이현철 13/10/12 9397
576 천 원 식당의 기적 (식객 2 - 김치전쟁) 이현철 13/10/11 9301
575 워낭소리 할아버지의 명복을 빌며...(워낭소리) 이현철 13/10/02 9867
574 맞으면 죽는다 (피구의 제왕) 이현철 13/09/26 9349
573 최작가도 죽지 않는다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 이현철 13/09/25 94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