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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못죄? (장례식의 멤버)
   2011/12/29  14:52

                                                          

                                            지못죄?

 

  십자가를 안테나로!

  최근 중학교 같은 반 친구들의 집단 괴롭힘을 못 견뎌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모(14)군이 이 세상을 떠난 지 8일 만에야 그동안 김군을 가르쳤던 대구 모 중학교 교감과 담임교사 등 8명이 김군의 가족들에게 용서를 빌기 위해 김군의 집을 조심스럽게 찾았다고 합니다. 까만 양복의 문상복을 입은 학교 선생님들은 김군의 부모에게 무릎을 꿇고 흐느끼며 "진작에 찾아뵀어야 하는데…. 김군을 끝까지 지켜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며 자신들의 이른바 ‘지못죄’(지켜주지 못한 죄)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를 했습니다. 그러자 역시 교사인 김군의 어머니도 흐느끼며 "그 아이들(가해자)이 진심으로 반성했으면 좋겠고, 추가로 밝혀지고 있는 가해학생들도 학교에서 잘 조치했으면 좋겠다"며 "지난 7월에도 한 학생에게 그런 일(자살)이 있었는데 얼마 안 돼 또 이런 일이 생기도록 그동안 학교에서는 도대체 뭘했는지 모르겠다"며 한심하고 무책임한 우리 교육현실을 개탄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못배웠다는 농부들은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처럼 외양간을 고치는데 대학까지 나온 우리 선생님들은 사랑스런 제자들을 계속 잃으면도 왜 학교환경이나 교육환경을 잘 개선하지 못하시는지 참으로 궁금하고도 안타깝습니다. 아무튼 청소년을 지도하는 선생님들이 ‘지못죄’라는 죄명(?)으로 학부모들에게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모습을 더 이상 안 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청소년 자살문제를 다룬 영화 ‘장례식의 멤버’를 소개합니다. 가브리엘통신

 

              <영화 ‘장례식의 멤버’>

 

  며칠 전에 투신자살한 열일곱 살 남학생인 희준의 장례식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하나둘 모인다. 그런데 장례식장에서 서로를 부르는 호칭으로 짐작해볼 때 이들은 틀림없는 아버지, 어머니, 딸로 구성된 한 가족이지만 친가족은 결코 아니다. 아마 이들은 각자의 일상에서 누구보다 가깝게 이미 고인인 희준을 이용하고 또 공유했던 이른바 ‘장례식의 멤버들’이지만, 정작 서로가 왜 이 장례식에 오게 되었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따라서 더없이 냉랭한 분위기이며 화기애매한 이 특별한 가족관계를 한번 살펴보자.

 

  아버지라는 준기는 지루할 정도로 평범해 보이는 중년의 대학농구단 재활치료사이지만, 사실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어두운 비밀을 간직한 동성연애성향의 남자이다. 즉 희준과 같은 남학생들에게 자신을 아버지라고 부르라고 강요하며 그들을 가까이 한다.

 

  한때 애거서 크리스티 같은 유명 추리소설 작가를 꿈꿨던 정희는, 고등학교 문학교사로 일하고 있으면서 더 많은 미스터리한 소재를 필요로 하는 아마추어 작가인데 그의 학생이기도한 희준을 자기의 아들이라며 무척이나 아낀다. 그리고 자신의 내어준 과제 즉 ‘유서쓰기’를 희준이 잘 해오자 크게 감탄하며 칭찬하면서도 몰래 그의 작품을 표절하기도 한다.

 

  희준의 여동생이라는 아미는 학교수업과 시체염습을 수년째 병행해오고 있는 조금 특별한 취미(?)의 여고생인데 어느 날 친척상을 당한 희준과 친구가 되어 희준을 자신의 시체실습용으로 삼거나 또 같이 죽은 동물들의 장례를 치러주며 기념촬영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희준은 일상에서 자신의 친가족보다 이 특별한 가족과 따로따로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이른바 <장례식의 멤버>라는 제목의 유서이자 소설을 쓰며 자신의 불우하고 비극적인 삶을 조금씩 마무리해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희준은 거의 해체상태가 된 자신의 특별한 가족인 이들을 일치시킬 의도인지 이들에게 자신의 유서이자 소설이기도 한 자신의 원고지를 하나씩 선물로 나눠준 뒤, 안타깝게도 투신자살한다...

 

          <말씀에 접지하기; 로마 15, 14>

 

(마르코니 문화영성연구소http://cafe.daum.net/ds0y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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