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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기 코끼리의 복수? (엘리펀트)
   2012/01/04  13:43

주: 최근 학교폭력을 수사하던 경찰당국은 '의외로 초등학교에도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는 사실에 무척 놀랐다고 합니다. 그리고 특히 '학교폭력의 피해 아동들은 외상후 스트래스 장애를 겪음으로써 나중에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학교당국과 가정의 특별한 배려를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더이상 이런 비극이 학교나 가정에서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지난 2006년에 쓴 글을 올려봅니다...


                       
 아기 코끼리의 복수?


   십자가를 안테나로!

   최근에 ‘코끼리들은 당한 일들을 결코 잊지 않고 반드시 복수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영국의 더 타임스 인터넷판은 이러한 내용을 지난 16일 보도했습니다. 케냐 암보셀리 코끼리 연구소의 조이스 풀 조사국장은 “코끼리는 지능과 기억력이 뛰어나며 반드시 복수한다”고 지적하고 “관리인들은 문제의 코끼리를 발견하면 주로 그 해결책으로 사살하는 데 그 끔찍한 것을 목격하면서 상처를 받은 코끼리들이 또다시 다른 폭력을 행사함으로써 그 폭력은 악순환된다”고 말합니다. 뉴 사이언티스트 보도에 따르면 보통 유순한 코끼리들도 어릴 때 어떤 폭력이나 고통을 당하면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경험하게 되며 그것이 나중에 파괴적인 행동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이제까지 코끼리의 난폭행위에 대해 먹이가 충분하지 않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으나 최근에는 우간다에서 코끼리들이 민가를 공격하면서도 먹이가 있는 곳은 지나친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코끼리의 복수설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열 길의 물속은 알아도 한 길의 사람 마음속은 모른다’는 말처럼 우리가 ‘우리 아이들, 가족은 물론 이웃들도 잘 안다’고 자부하고 있지만 사실 그것은 마치 ‘소경들이 코끼리를 제각기 만지고 코끼리를 다 안다’고 우기는 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부쩍 전세계적으로 가정, 학교 폭력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총기소지가 합법화된 미국에서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추정되는 학생들(아기 코끼리?)이 학교에서 총기를 무차별 난사하는 사건들이 종종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도 ‘우리의 자녀들이나 학생들, 이웃들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또 그들이 어떤 스트레스장애를 겪고 있는지?’를 잘 파악하고 그들이 적절한 치유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겠습니다. 참고로 미국 고교 총기난사 사건을 다룬 영화 ‘엘리펀트’를 소개합니다. 가브리엘통신

 

 

                             <영화 '엘리펀트'>


  눈이 시리게 파란 가을하늘 아래 교외의 한 고등학교. 알콜 중독인 아버지 때문에 맘고생이 심한 존은 학교 안을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사진이 취미인 일라이는 학교 곳곳에서 친구들의 사진을 찍고, 착실하지만 소심한 왕따 미셸은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고, 다이어트에 여념 없는 치어리더 무리는 잘생긴 운동선수 네이트를 보고 호들갑을 떤다. 마찬가지로 나름의 행복과 고통을 지닌 채 반복되는 일상 속에 놓인 알렉스와 에릭은 어느 날 무료한 시간을 함께 보내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총을 배달 받고는 샤워를 하고 집을 나가 학교에 가서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무차별 총기난사를 한다...


주: 특정 사건을 그리는 시각은 다양하다. 만일 그것이 사실을 바탕으로 했다면 목적에 따라 여러가지 시선이 나올 수 있다.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난살 사건은 한동안 미국을, 그리고 세계 다른 나라를 경악하게 했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작품인 이 영화 <엘리펀트>는 바로 그 고교 총기 난사 사건을 담담히 그리고 있다. 흔한 계몽주의 시각이나 마이클 무어의 <볼링 포 콜롬바인>처럼 고발 영화도 아닌 <엘리펀트>는 차분하게 '그 날'에 대해 주목한다. 어디부터가 원인인지는 구스 반 산트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그 현장에 있었던 주변의 학생들만이 감독의 카메라 속으로 들어온다. 영화는 한 학생의 평범한 아침 일상에서 시작한다. 알코올 중독자로 보이는 아버지와 아들은 아침부터 티격태격한다. 그를 쫓는 카메라는 그가 학교에 들어갈 때부터 점차 변화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줄 곧 한 사람을 지정해 그의 뒤를 쫓아가곤 하는데, 흥미로운 건 카메라는 그의 뒷모습에만 초점을 맞추고 주위의 배경은 뿌옇게 묘사된다. 카메라는 그를 지나친 다른 사람을 쫓고 다시 반복된다. 여기에는 운동을 하는 학생도, 동성애자에 대해 토론하는 모임도 있으며, 왕따 당하는 학생, 다이어트를 위해 구토를 하는 학생도 있다. 그들은 하루 종일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서로 마주치고, 간섭하지만 실제론 아무런 터치도 없다. 그냥 그렇게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총기 난사 사건을 그리는 감독의 시선에서 가장 독특한 건 카메라의 움직임과 동적인 듯 하지만 정적인 시선, 그리고 배경 음악이다. 영화는 어떠한 간섭도 최대한 배제한 채 그들의 일상에 주목한다.


  마치 이 영화 <엘리펀트>는 그날, 그 공간의 사람들에 대한 하나의 사진첩을 보여주는 듯 하다. 코끼리의 코를 만진 사람은 코끼리를 뱀이라고 생각하고 코끼리의 다리를 만진 사람은 코끼리를 기둥으로 상상하겠지만, 그들이 모이면 하나의 진짜 코끼리가 탄생하게 된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은 개개인의 모습에 주목함으로써 그날의 전체적인 전경을 상상하게끔 만들었다. 각각의 사진첩이 합쳐져 하나의 풍경이 되고 영화는 그날의 사건을 기억하고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보라고 말한다. 그렇고 보면 <엘리펀트>는 상당히 무책임한 영화일수도 있지만 감독은 영화 내내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놈으로써 자신의 목적을 충실히 표현한다. 만일 영화를 보는 관객이 그 사건에 대해 기억하고 있다면, 그 평화로워 보이는 학교의 결말을 이미 예상할 것이다. 때문에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주목하게 되지만 실상 그들의 행동 하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다만 그들에 대해 연민을 가지게 되고 그들의 불행한 결말에 대해 슬픔을 공유하게 된다. 구스 반 산트가 원했던 것은 단지 여기까지다. 사건에 원인에 대한 탐구는 결국 코끼리의 한 부분만을 보여주는 것이다. 어느 것도 정확하게 정답이라고 단정지을 순 없다. 그날의 상황을 보고 느끼며 관객의 생각을 끌어내는 것이 감독이 원하는 <엘리펀트>일 것이다.

                                                                      (출처 : 무비스트)


                    <말씀에 접지하기; 에페 6, 4>


       (마르코니 문화영성 연구소 ;  http://cafe.daum.net/ds0y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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