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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꽃들에게 희망을...(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
   2012/08/15  0:5

주: 이번 런던 올림픽에 참가한 우리 선수들 중 한 선수가  귀국하면서 이런 인터뷰를 했습니다.

  "국민 여러분도 저희를 응원했지만, 저희도 여러분을 응원했습니다..."라고. 

  8월 15일 광복절과 성모승천대축일을 맞이하여 우리 국민들의 건투를 기원하며 최근 '런던올림픽에 참가한 인상적인 우리 선수 인기투표'에서 당당히 2위를 차지한 박주영 축구선수'에 관해 쓴 지난 2005년도 저의 글을 올려봅니다.^^*

 

                                                 꽃들에게 희망을...

 

  십자가를 안테나로!

  지난 월드컵 축구 예선전과 세계 청소년 축구 예선전을 오가며 ‘나비같이 날아서 벌처럼 골을 쏜 선수’하면, 우리는 박주영 선수를 꼽을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박선수의 골 세리모니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선수복 티셔츠 안에 ‘애벌레가 그려진 티셔츠’을 우리에게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그 애벌레는 자신의 여자 친구라고 박 선수는 기자들에게 웃으면서 말했다지만 저는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을 모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기 잘난 맛에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그 선수는 겸손을 가르치고 또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무튼 박 주영 선수도 선배인 박 지성선수처럼 네덜란드, 영국등 전세계를 날아다니며 골을 넣으며 성원하는 전세계의 많은 팬(꽃)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주기를 당부합니다. 그리고 고 민요셉신부님의 강의내용과 시 ‘꽃들에게 희망을...’과 영화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제비꼬리 나비)’를 차례로 소개합니다. 가브리엘통신

 

      (애벌레 그림을 보여주는 골 세리모니를 벌이는 박주영선수)

 

 

                       <여러분은 나비요 섬입니다 / 민요셉신부>

 

시인 이성선의 시, 「벌레」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벌레

            꽃에는 고요한 부분이 있다
            그곳에 벌레가 앉아 있다

   우리를 벌레라고 하였습니다. 제가 벌레이고 여러분이 벌레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예수님도 벌레라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벌레로 부르니 어쩜 매우 기분이 언짢으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말하는 벌레는 벌레에 머물지 않습니다. 우화, 「꽃들에게 희망을」 에서처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오르고 오르는 숱한 애벌레들 가운데 나비가 되어 날아간 그 애벌레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비록 지금은 우리가 우리 각자의 눈에는 눈살을 찌푸릴만큼 징그러운 벌레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언젠가 언젠가는 두 날개 활짝 펴 나래질 하며 나비가 되어 날아갈 그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고요한 부분에 앉아있는 벌레가 꿈꾸고 있는 것이 바로 희망입니다. 그러기에 지금은 비록 애벌레이지만 날 수 있는 꿈을 지니고 있기에 행복한 것입니다.

 

 행복하십니까? 꿈이 있습니까? 우리가 찾고 있는 행복, 그 행복을 위하여 시인 정현종의 시, 「섬」을 소개해봅니다.

                          섬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섬'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지요? 미지의 세계, 훌쩍 떠나고 싶은 어떤 곳, 왠지 한 번은 꼭 가보고 싶은 곳, 그곳에 가면 무언가 색다른 만남이 있을 것만 같은 곳이 섬이 아닐까요. 이 섬이 사람들 사이에 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 사람들 가운데 있는 섬…. 우리와 똑같은 사람인데, 꼭 우리가 가보고 싶어하며 동경하는 그런 섬과 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와 똑같은 사람인데, 여느 사람들과는 무언가 다른 사람, 다른 느낌을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왠지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입니다. 그 사람과 함께 있으면 그냥 좋을 것 같은 사람입니다. 그에게 다가가 대화를 나누노라면 그저 포근할 것만 같은 그런 사람,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섬 같은 사람! 그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무언가 다른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 사람입니다. 무언가 다른 차원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에게 가까이 가서 누구에게도 표현하지 못했던 나만의 외로움, 아픔, 한(恨)을 이야기한다면, 아니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나를 그냥 다 읽을 것만 같은 그런 사람입니다. 맺힌 한을 다 풀어줄 사람입니다. 아마도 시인은 우리가 만나고픈 그런 사람을 섬으로 표현했는지 모릅니다. 어쩌면 그가 우리가 찾고 있는 21세기의 예수 그리스도인지 모르겠습니다. 시 「섬」을 비평한 한 평론가는 “시인이 노래하는 ‘섬’은 아마도 ‘행복’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바라고 찾는 바로 그 행복 말입니다” 라고 말합니다. 평론가의 이러한 해석처럼 ‘섬’을 ‘행복’으로 풀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행복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소망처럼 어쩌면 ‘행복’을 뜻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섬을 행복으로 대입시키면 우리가 만나고 싶은 그 사람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일 것입니다. 행복한 사람, 삶이 행복한 사람, 언제나 행복 속에 살아가는 사람을 이야기할 것입니다.      

 

  그래 행복하십니까? 만일 여러분이 행복하다면 여러분은 섬입니다. 여러분은 더 이상 벌레가 아닙니다. 두 날개를 활짝 펴고 나래질 하며 푸른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는 나비입니다. 세상 어느 것에도 매임이 없이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나비입니다. 예전에는 비록 (애)벌레였지만 더 이상 (애)벌레의 무리 속에 머물러 있지 않는 나비입니다. 행복한 나비입니다.

               ( 고 민성기 신부님의 '부천 상동성당 금요강의' 중에서)

 

 

<꽃들에게 희망을...>


나의 사랑아 이제 네 눈을 떠봐요

삶의 참된 의미를 찾아보아요

네가 올라있는 그들은 너의 사랑

이제 내려와 모두 함께 노래불러

내가 추구하던 세상의 허황된 것

허공에 쌓아진 시기와 질투의 탑일 뿐

오욕과 싸우면서 세상에 아름다운 사랑 이루어요

너 비록 추한 몰골에 자그만 애벌레이나

너 죽어 사라질 때 그 위에서 떠오르는

한 마리 나비되어 들판에서 피어있는

이 꽃들에게 희망을


나의 귀여운 사랑 나비야 날아라

세상 저 모든 꽃들에게 희망을

너의 줄무늬 처진 겉옷을 벗어라

그때 세상의 모든 꽃들 노래하리

내가 추구하던 세상의 허황된 것

허공에 쌓아진 시기와 질투의 탑일 뿐

오욕과 싸우면서 세상에 아름다운 사랑 이루어요

너 비록 추한 몰골에 자그만 애벌레이나

너 죽어 사라질 때 그 위에서 떠오르는

한 마리 나비되어 들판에서 피어있는

이 꽃들에게 희망을



                     <영화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


  이 영화는 가상의 시대를 공간으로 설정한다. 즉 엔화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닌 화폐인 시대이다. 경제 최강국 일본에서 엔화를 벌기 위해 각국의 불법 이주민들이 몰려든다. 사람들은 그곳을 ‘엔타운’이라 부르며 경멸한다. ‘엔타운’의 사람들은 삶의 밑바닥에 엎드려 눈물을 흘려본 자들이다. 비록 고물들을 모아 되팔고, 지나가던 차의 타이어를 터트려 수리하게 만들며, 몸을 팔아 돈을 벌고 있지만 그들은 가족처럼 서로를 위하고 배려하며 살아간다. 이 영화는 낡고 더럽고 음습한 그들의 얼굴을 인간 본연의 원시적인 색채로 풀어낸다. 하지만 그들도 돈과 권력의 매혹에 빠지고 만다. 아게하를 성추행하려는 야쿠자의 조직원의 몸속에서 위조지폐의 핵심요소인 마이크로 필름을 ‘마이 웨이’노래가 담긴 카세트 테이프에서 찾아낸 그들은 금전교환기를 위조지폐로 속여 떼돈을 벌게 된다. 그런데 그 돈으로 귀향하고, 클럽의 운영자가 되며, 못내 잊지 못하던 가수의 꿈을 실현해 한껏 행복해하던 그들의 얼굴은 조금씩 절망의 낯빛으로 변한다.

               

   모든 것을 잃고 방황하는 인물들 틈에서 주인공 아게하는 가슴에 나비문신을 한다. 친언니처럼 혹은 엄마처럼 대해주던 그리코가 자신의 가슴에 그려준 나비 애벌레가 성장하여 나비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언니 그리코의 가슴에 있던 것과 똑같은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 즉 ‘제비꼬리 나비’문신을 새기면서 아게하는 불우했던 유년의 상처를 기억해낸다. 집안으로 들어와 날갯짓하던 나비를 실수로 창문 틈에 끼여 죽게 만들었던 기억….

 

  그러나 엔타운의 가난한 사람들은 동료 패이 홍이 경찰의 폭력과 고문으로 죽게 되자 그를 폐차장에서 화장하면서 그동안 자신의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해온 돈까지 함께 태워버린다...

  

주: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는 감성영화의 대명사가 된 이와이 슈운지 감독의 색다른 작가세계를 엿볼 수 있는 영화이다. ‘러브레터’, ‘4월의 이야기’ 등의 영화를 통해 연인관계를 화사하고 아리따운 화면으로 그려냈던 감독은 이 영화에서 어둡고 음울한 인간들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자유에 대한 욕망을 가로막는 인간의 본능과 사회적 현실을 어렴풋이 암시한다.

 

  ‘아메리카 드림’이란 용어처럼 ‘엔타운 드림’을 찾아 모여든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통해 일본을 넘어 모든 사람들에게 공감이 가는 색다른 이야기로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우선 이 영화는 사랑에 대한 변주곡이다. 그리코에 대한 페이 홍의 순수한 사랑과 그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보며 사랑을 키우는 아게하 그리고 그 주변의 수많은 사랑들의 모습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하모니를 내고 있지만 이 영화는 결코 아름답거나 즐거운 영화가 아닌 거칠고 황량한 가슴 아픈 작품이다. 이와이 슈운지 감독은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내 안에는 극명하게 다른 내가 존재한다”면서 “러브 레터가 흰색의 나의 내면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영화는 검은색의 내면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며 “이 영화도 이전의 나의 작품들과의 공통분모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료출처: 무비스트)

 

                  (마르코니 문화영성 연구소 ; http://cafe.daum.net/ds0y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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