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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랑의 파도가 되어...
   2012/08/19  9:15

주: 지난 17일 대전 성모병원 장례식장의 방윤석신부님 빈소를 찾은 뒤, 제게 방신부님의 선종소식을 가장 먼저 전해 준 진로사선배님(대구 효성초등 9년 선배)과 병원 주변의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면서 저는 방신부님이 참으로 '인덕이 있었던 분'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금년초에 학교교사에서 정년퇴임을 하신 진로사선배님이 그동안 바쁜 학교일, 중환자인 남편의 병간호...등을 하면서도 늘 기쁜 마음으로 방신부님의 손, 발이 되어 '말씀의 전화', '아마추어무선사회','마라톤동호회', '만돌린협회' 등의 많은 일들을 해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방신부님의 명복을 빌고 또 진로사선배님의 영육간의 건강을 빌며 지난 2004년에 진로사님을 처음 만나고 나서 쓴 글을 올려봅니다.

 

                                            사랑의 파도가 되어... 


    주말을 이용하여 부천에서 고양의 모 병원을 방문했습니다. 그것은 대전 마르코니회(가톨릭 아마추어무선사회) 김항태 요셉 회장님이 뇌졸중으로 갑자기 쓰러져 고양의 모 병원에서 수술을 하고 또 중환자실에 입원해 계신다는 소식에 일부러 시간을 내어 다녀온 것입니다. 그리고 거기서 그동안 가끔 천주교의 여러 교구의 게시판에 대전 평화방송의 방윤석신부님의 ‘말씀의 전화’ 등...강론을 올린 분이 다름아닌 김회장님의 부인인 진로사님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사모님을 만나고 보니 그분이 저의  초등학교(대구 효성) 9년 선배님이셨습니다.^^* 아무튼 저희는 그동안 아마추어무선, 인터넷의 다양한 매스 미디어 매체들 즉 '사랑의 고리'를 통하여 한가족이 된 지가 어느덧 20여년이나 되었습니다.

 

  그날 병원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잠시 호수공원을 들렀습니다. 다소 쌀쌀한 날씨라서 그런지 공원은 주말인데도 조용한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부모님과 함께 온 어느 어린이가 갑자기 돌을 호수에 던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자 바람에 잔물결이 일던 호수였지만 금새 그 돌이 떨어진 곳을 중심으로 아름다운 동심원이 파문을 일으키며 퍼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삶의 호수에 던져진 우리들도 싫든좋든 여러 가지 파문을 일으키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요? 그게 때로는 삼각파도가 되어 다른 사람을 해치는 흉기가 될 수도 있지만 반면 사랑의 파도가 되어 배가 항해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와 줄 수도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리고 재래식 화장실에도 파도(?)가 있다고 하지만 이왕이면 우리는 깨끗한 호수의 사랑의 파도가 되었으면 하고 유경환님의 ‘호수’라는 시와 민성기신부님의 ‘둘레를 갖는 사람들’이란 글을 퍼드립니다.


                                  <호수 /  유경환>


호수가 산을 다 품을 수 있는 것은

깊어서가 아니라 맑아서이다.


우리가 주님을 안을 수 있는 것은

가슴이 넓어서가 아니라

영혼이 맑아서이다.

 

오, 주님!

내 영혼 맑게 하소서,

내 영혼 맑게 하소서...



                              <둘레를 갖는 사람들 /  민요셉신부>


                           천부경(天符經)에 다음의 말이 있습니다 :


三天二

三地二

三人二


三은 삼, 글자 그대로 읽으면 삼 즉 삶을 일컫습니다. 즉 '살아 있다'는 뜻입니다.

二는 즉 둘레를 뜻합니다.

天 地 人은 하늘과 땅과 사람 즉 하늘 아래 그리고 땅 위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를 일컫습니다. 따라서 이 말을 풀면 다음과 같습니다 :


   살아 있는 하늘은 둘레를 갖는다

 살아 있는 땅은 둘레를 갖는다

   살아 있는 사람은 둘레를 갖는다


   결국 디오게네스가 대낮에 등불까지 켜 들고 찾아다니는 사람은 바로 살아 있는 사람 즉 둘레를 갖는 사람입니다. 결국 살아 있는 존재는 둘레를 갖는다는 말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냇물에 던져진 돌이 둘레를 만들며 퍼져 나가는 것처럼, 살아 있는 존재는 둘레를 갖습니다. 덕(德)이 있는 사람, 가슴이 따뜻한 사람에게는 그 주위에, 그 둘레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반대로 왠지 껄끄러운 사람에게는 사람들이 가까이 하려 하지 않습니다. 둘레를 갖는다는 것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이렇게 하늘과 땅과 유형무형한 만물 가운데 살아 있는 존재라 일컬어지는 둘레를 갖는 사람은 다른 존재들을 향해 둘레 즉 동심원을 그리면서 따뜻함 (복음, 선, 덕)을 전하는 존재입니다.


   우리는 돌입니다. 하나의 운명으로서 돌이 되었습니다. 그 하나의 돌이 던져졌습니다. 하나의 운명으로서, 하나의 소명으로서 하느님께로부터 던져졌습니다. 하나의 인간으로서 나아가 그리스도인으로서 수도자로서 던져졌습니다. 던져진 돌은 동심원, 둘레를 갖습니다. 둘레를 갖는 돌의 속성은 '살아있음'입니다. 살아 있는 돌, 살아 있는 존재라야 둘레를 갖습니다. 의미를 품고 있습니다. 우리가 인간으로서, 그리스도인으로서 또는 수도자로서 살아 있을 때, 살아 있는 존재로서 던져질 때 동심원을 일으킵니다. 둘레를 갖습니다. 그리하여 주변 사람들에게 웃음을 줍니다. 기쁨을 줍니다.                

                            (고 민요셉신부님의 ‘하늘로부터 키재기’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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